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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영현 Dec 31. 2020

2020년 마지막 날, 겨울 나무

강원도로 튀어!


두 나무가 있었다.

나무의 역사는 인생과는 달라서

2년마다 전세를 옮겨 이사 다니는 일이 없다.

35년 동안 갚아야 할 대출이자도 없다.

특별한 일이 없다면 심길 때 그 자리에

뿌리를 내려 평생토록 머문다.


두 나무가 있었다.

묘목이었을 때부터 둘은 친구였고

같은 종, 비슷한 체구다.

나무는 인간과는 달리 평수나 재산,

학위나 외모를 비교할 일이 없다.

봄이면 꽃을 피우고 여름이면

적당히 잎사귀를 내었고

가을이면 붉고 노랗게 물드는 것.

그것이 두 나무였다.


겨울이 되었다.

나무는 달력이 없지만

가지에 붙은 잎들이 시들고

떨어짐을 알아 한 해가 저뭄을 안다.

두 나무는 아쉬울 것이 없다.

뿌리가 뽑히지 않는 한,

봄이 오면 다시 부활을 할 것이다.

인생과는 달라서 해가 변해 늙지 않고

새롭게 꽃도 피고 열매를 맺는다.

그것이 나무의 삶이다.


그 삶에 비하면 해가 지날수록

눈가에, 이마에 주름이 생기는

인생이란 초라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인생의 끝에는

참된 부활이 있다.

나이도, 아픔도, 눈물도 초월한

계절이 반복되는 나무의 부활과는

다른 진짜 부활이 있다.

부활의 힘으로 살아갈 새 날을 기억하는

한 해의 마지막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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