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감독의 영화 리뷰
월요일 루틴으로 화상 미팅을
마치고 점심으로
굴비를 반찬 삼아
앵그리 너구리를 먹었다.
라면에 굴비라니.
밥솥에 밥이 적었기 때문에
굴비와 어울리는 쌀밥은
두 딸들에게 양보(?)하고
우리 부부를 위해 나는 라면을 끓였다.
붉게, 앵그리 하게 끓어오르는
국물에다 프랑크 소시지를
썰어 넣었다.
면발을 주식 삼아 굴비를 발라먹으며
한 끼 식사를 거하게 마쳤다.
일 때문에 오늘까지 봐야 하는
영화가 있었다. 박혜령 감독의 작품,
임지호 셰프의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다큐 <밥정>이었다.
라면 한 그릇 먹고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자연산 식재료를 이용해
만들어진 정성스러운 음식 때문에
침이 꼴깍 넘어갔다.
아이들과 함께 봤는데
<밥정> 때문에 우리 가족은
지리산 여행을 떠날 거 같다.
임지호 셰프는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 때문에
10대부터 곳곳을 떠돈다.
요리사라는 직업이 있는지도
몰랐고 그저 사람이 좋아서,
어머니에게 따듯한 밥 한 끼
차려드리고 싶어서
자기 자신을 음식에 던졌고
결국 독보적인 요리사가 되었다.
정상에 올랐지만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을 그는 누군가를 먹이며
버티는 듯했다.
정성스럽고 아름다운
음식의 향연이 펼쳐진 다음
엔딩 크레디트를 보면서
내 배 속에 아직 든든히
채워진 라면의 존재가 느껴졌다.
라면이면 어떻고, 밥이면 어떤가.
허기를 채워주는 모든 음식은
그 자체로 정이 간다.
작년, 가족들과 처음 간
해외여행지 라오스에서
끓여준 신라면을 후루룩 거리며
배추김치와 맛있게 먹던
몽족 소녀들이 떠오른다.
<밥정>을 보고 나니
허기진 누군가에게
라면 한 그릇 끓여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