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yuichi Sakamoto Opus 공연 영상 관람 후 단상
친구가 작년에 별세한 일본인 피아니스트/작곡가의 마지막 공연 영상을 보러 가고 싶다고 해서, 별생각 없이, 기대 없이 공연을 따라갔다. Ryuichi Sakamoto (류이치 사카모토)라는 유명한 사람의 마지막 공연 Opus 영상이었는데, 나는 이 유명한 사람을 부끄럽게도 모르고 있었다.
모든 음악 공연은 다 좋아하니, 이 음악가에 대한 사전 정보도 지식도 없지만 상관없이 친구를 졸래 졸래 쫓아갔다. 음악 듣는 거는 다 좋아.
어제 공연 가기 전, 일부러 미리 그분의 음악을 찾아보고 들어보지도 않았다. 그냥 아무 기대 없이, 선입견 없이, 빈 도화지로 가서, 또 다른 '음악'을 경험해보고 싶은 생각에서였던 것 같다.
그렇게 빈 도화지 상태인 마음과 생각으로 공연장에 앉았고, 흑백화면에서 작년에 별세한 Ryuichi Sakamoto의 피아노 연주가 시작되었다.
심플한 피아노 한 음 한 음이 부드럽게, 침묵으로 가득한 공연장을 매우기 시작했다.
복잡하지 않았다. 기교가 많이 들어가지도 않았다. 왼손, 오른손이 휘향 찬란하게 바쁘게 움직여야 하는 곡들이 아니었다. 심플한 왼손의 둥둥둥 코드와 오른손의 심플한 반복적인 멜로디들의 조합.
이걸 심플함이라고 표현해야 할지, 단순함이라고 표현해야 할지, 깔끔함이라고 표현해야 할지, 담백함이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휘향찬란함이 없는, 복잡함이 없는, 몇 개 안 되는 음들과 그 음들 사이의 침묵으로 이루어진 음악이었다. 너무 심플한데, 너무 깊은.
그리고 화려한 색깔이 담기지 않은 흑백 영상.
그 심플한 음악과 흑백 영상 이외에는 다른 빛도 소리도 존재하지 않는 침묵.
그 에너지가 나의 마음을 그냥 움직여서, 연주가 시작되자마자부터 갑자기 내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흐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2시간 내내 그렇게 눈물을 계속 흘렸다.
딱히 어떤 생각이 들어서도, 마음이 들어서도, 슬퍼서도, 영감을 받아서도 아니고.
그냥 그 공연의 에너지가 이상하게 강렬하게 나를 감싸 안았다. 따뜻함과 포근함의 색깔을 지닌 강렬한 에너지.
음악에 취해 눈물이 주룩주룩 나오는 순간, 내가 살아 있음을 느꼈다. 울 수 있어서 다행이다. 느낄 수 있어서 다행이다. 감사하다.
그리고 생각했다.
깊음은 화려한 장식에서 오는 것이 아니구나.
심플함이 가져다주는 힘을 다시 한번 느꼈다.
그래서 생각했다.
삶을 화려하게 만들려고 여러 가지 장식품 너무 많이 더하려 하지 말고, 심플하게 몇 가지 음과, 음과 음 사이의 침묵으로, 천천히, 부드럽게, 그렇게 살아봐야지.
오늘은 한번 말도 천천히, 조금만, 부드럽게 해 보는 연습 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