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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리여행자 똥씨 Mar 31. 2024

날씨와 삶

사나운 바람과 평온한 하늘

일주일 전인가, 새벽 날씨가 참 묘하고 이상했다.

바람은 사납게 불고, 그 속에서 봉긋 솟은 새하얀 맑은 구름과, 그 배경의 맑은 하늘.

화가 난 것 같이 사나운 바람과 너무 대비적인

평온하고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을 주는 청량한 맑은 하늘과 구름.

그런 새벽/아침 하늘을 한동안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그날 묘한 새벽 날씨가 마치 삶처럼 느껴졌다.


내 마음속도, 사나운 바람과 평온하고 잔잔한 나를 품어주는 듯한 맑은 구름과 하늘이 함께 존재하지.

바람이 사납게 부는 것 같은 삶의 환경 속에도 따뜻하게 나를 감싸주는 손길들도 동시에 존재하지.


그리고 또 며칠 후, 맑은 하늘과 새하얀 구름 위로 먹구름이 얹어져 있는 장면을 보았다.

맑은 하늘과 먹구름의 조합이 그날 내 마음 같이 느껴졌다. 그래서 뭔가 이해받는 느낌을 받았다.

먹구름에만 초점을 맞추지도 않고, 그렇다고 억지로 맑고 청량한 하늘에만 초점을 두고, 밝은 면만 보려고 하지도 않고, 먹구름과 맑은 구름을 동시에 바라보았다.

내 마음도 그렇게 봐줘야지 생각했다. 불편한 마음/상황에만 (먹구름) 압도당하지도, 무시하지도 않고, 강제로 '좋게만' (맑은 하늘) 생각하려고도 하지 말고, 함께 존재하는 먹구름과 맑은 구름을 다 인정해 줘야지.


그렇게 하늘을 보며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느새 먹구름이 서서히 사라졌다.

어느새 내 마음의 어둡고 무거웠던 부분도 자연스러게 서서히 사라진 듯 했다.


순간의 마음으로 내 삶과 나를 정의하지 말자.

여러 마음들은 동시에 존재하기도, 왔다가 갔다가 또 오기도 하니까. 날씨처럼.

순간의 마음에 압도당하지도, 억누르지도 말자. 그냥 바라봐주자.

잠시 잠깐 웃는 걸 행복이라 할 수 없듯, 흐르는 이 눈물도 슬픔이라 할 수 없네.
-박지윤, 괜찮다고 말해줄꺼야.

날씨와 삶은 닮은 곳이 참 많다고 매일매일 생각한다.

하늘을 바라보며 삶을 대하는 태도를 매일매일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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