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포마켓에서 답을 찾았다> 윤여진 저자 트렌드 인터뷰
윤여진 저자님과 트렌드 인터뷰를 나누어보았습니다. 저자님은 엄마이자 인스타 마켓 셀러, 그리고 서울대 마케팅 박사과정을 이수 중인 연구자이시기도 합니다. 어떻게 그렇게 많은 일을 지치지 않고 계속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일까요? 그리고 인스타그램 세상을 경험하며 저자님이 파악한 중요한 트렌드와 인사이트는 무엇이었을까요?
저는 현재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에서 마케팅 박사과정을 하는 중이고, 인스타그램에서 아이들을 위한 제품을 판매하는 ‘여우마켓’이라는 세포마켓을 운영 중이에요. 한국에니어그램교육연구소의 전임 교수로 강의도 하고, 책도 번역하고 있구요. ‘나는 세포마켓에서 답을 찾았다’라는 책도 썼으니 이제 작가도 되었네요. 의도치 않게 N잡러가 되어서 바쁘게 살고 있어요. 하지만 지난 몇 년간 가장 중요한 일은 4살 된 아들을 키우는 거죠.
저는 대학원을 10년째 다니고 있어요. 서울대학교에서 마케팅 석사를 하고 노스웨스턴에서 마케팅 박사과정을 밟았는데, 3년 반 정도 후에 여러 가지 사정으로 다시 한국에 들어왔어요. 다른 일을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어서 여기저기 1년간 기웃거렸지만 결국 서울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다시 시작해서 두 번째 박사과정 중이에요. 그래서 학문적으로는 마케팅을 10년째 전공하고 있는데, 실무적인 마케팅을 받아들이는데 속도가 더딘 학계도 요즈음은 SNS와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에 집중하고 있어요.
그만큼 온라인 시장, 그리고 ‘인플루언서’로 대표되는 소셜 미디어 마케팅의 중요성이 점차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겠죠.
소셜 미디어 마케팅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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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에 ‘여우마켓’을 시작할 때만 해도 인스타마켓은 팔로워가 몇만 명 있는 메가 인플루언서들만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강했어요. 많은 팔로워를 확보하고 있어야만 제대로 판매를 할 수 있다고 믿었죠. 그래서 1 천명대의 팔로워로 제가 마켓을 한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잘 안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판매할 제품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았고, 우연히 업체랑 연락이 된다고 해도 공구에 대한 이해가 없어서 한참 설명을 해야 했거든요.
그런데 불과 1년 반 사이에 많은 게 바뀌었어요. 몇천 명, 몇백 명의 팔로워로도 손쉽게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중개상들과 플랫폼이 많이 생겼고 인식도 많이 바뀌었어요. 인스타그램 사용자들도 급속도로 늘어났죠. 더 다양하고 세분화된 니즈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마이크로, 나노 인플루언서들의 역할이 어느 때 보다 중요해진 거 같아요.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들의 중요성은 2019년에도 많이 언급되었지만, 이들을 서포트해줄 수 있는 더 많은 서비스가 생겨나고 있기 때문에 판매자로서의 역할도 더 중요해질 거라고 생각해요.
‘트렌드’란 시대의 흐름이에요. 잠시 반짝하는 ‘유행’이랑은 다른 말이죠. 이런 의미에서 한 시대의 트렌드 정의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거 같아요. 모든 게 빠르게 변하고 있는 세상에 살고 있으니까요. 예전에는 방송, 잡지 등의 미디어에서 정보를 전달하려면 몇 주, 몇 달이 걸렸고 제일 빠르다는 일간지도 하루에 한 번 나왔었죠. 하지만 지금은 초단위로 모든 소식을 전해 들을 수 있는 세상이에요. 큰 시대적 흐름을 알기가 참 어려워요. 게다가 SNS 이전 시대에는 정보를 일방향적으로 전달하는 게 가능했고, 소비자의 선택과 관계없이 정보를 봐야 하는 일이 많았는데 이제는 그렇지가 않죠. 소비자들 간에도 알고 있는 정보의 차이가 크고, 스스로 원하는 정보만 찾아볼 수 있는 시대예요.
거꾸로 생각하면 이 자체가 트렌드인 거 같아요. 초단위의 다양한 쌍방향 미디어와, 그런 미디어에 빠르게 적응하는 밀레니얼 세대가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어요. 내가 스스로 찾지 않으면 아무것도 모를 수도 있고, 찾으려고만 하면 여느 전문가보다도 더 많이 알 수 있는 세상이에요. 이전 시대가 주어지는 것만 받아먹어도 굶어 죽지 않는 시대였다면, 이제는 스스로 찾아 나서는 개척자가 되지 않으면 금세 도태돼요. 물질이 풍요로워졌으니 굶어 죽는 걱정은 덜하지만, 상대적 박탈감은 더 커지겠죠. 한국은 전 세계에서 온라인 세상이 가장 발달한 나라 중 하나이니 이러한 트렌드가 가장 빠르게, 또 크게 확산되는 거 같아요. 정보와 변화에 빠르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점차 유리한 세상이 되고 있어요.
시대의 흐름, 트렌드를 찾아서
https://www.youtube.com/watch?v=Q1w24-ir7kE&t=120s
아이 낳고 나서 주말은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에요. 다른 취미를 할 시간이 없다는 것이기도 하지만, 아이와 함께 하는 여러 가지 활동들이 취미가 되는 것이기도 해요. 요즈음은 미술을 많이 해요. 제가 공부만 하면서 살았고, 부모님들도 다 학계에 계셔서 예술적인 재능에 대한 동경이 있거든요. 윤우만큼은 자유롭게 표현하고 살았으면 해서 다양한 미술 활동을 해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플레이도우, 슬라임 만들기 같이 집에 있는 재료로 아이들과 놀아줄 수 있는 방법도 연구 중이에요. 요즈음 제 인스타그램 피드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항목들이죠. 윤우와 재미있게 놀아주고, 또 많은 엄마들과 아이들이 제 피드를 보고 더 즐겁게 놀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는 게 일종의 취미겠네요.
글을 읽고 쓰는 게 직업이 되다 보니 단행본 책을 많이 안 읽게 되는데, 요새 ‘볼드 저널’이라는 시리즈 책을 재미있게 보고 있어요. 특이하게도 육아 대디들을 위한 잡지예요. 윤우 아빠는 육아를 많이 하는 편인데, 시대가 변했다고는 하지만 적극적으로 육아에 참여하는 아빠들은 아직 부족한 실정이거든요. 때로는 외로워하는 거 같아서 읽어보라고 사줬는데 제가 더 재밌게 읽고 있어요. 육아를 하면서 가장 답답할 때가 ‘나만 이런가? 우리 애만 이런가?’하는 거거든요. 주변의 다양한 이야기를 듣는 것이 때로는 평화를 주는 거 같아요.
육아는 모두에게 어려워요..^^
육아는 모두에게 어렵고, 모두 각자의 다양한 방식으로 이겨내고(?) 있다는 것을 알면 안심이 되죠. 최근 볼드 저널 인터뷰에 ‘공동육아 어린이집’에 대한 인터뷰를 보고 윤우도 공동육아 어린이집에 보내기로 결심하고 이번 달부터 등원을 시작했어요. 나만의 방법이 정답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 것이 참 중요한 거 같아요.
인스타 마켓을 운영하는 판매자로 가장 눈에 띄는 건 ‘팬슈머 (fan+sumer)’에요.
소비자들은 더 이상 무엇인가 ‘필요’해서 사지 않아요. 정말로 필요한 물건들은 대부분 다 있죠. 이제 소비는 제품을 획득하는 단순한 과정이 아닌 즐거움과 경험을 주는 복합적인 취미예요. 그렇기 때문에 ‘팬’이라는 의미가 더 중요해요. 단순히 제품이 필요해서 구매하는 소비의 경우에는 최저가를 제공해주는 대형 플랫폼들이 경쟁력을 갖겠지만, 이는 차별화 포인트가 별로 없어서 한두 개의 대형 업체들을 제외하고는 필요가 없어요. 나머지 소비시장은 결국 팬들이 주도하는 시장이에요. 인플루언서를 좋아하든, 창업자의 정신을 존경하든, 연예인을 응원하든, 스스로 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과정을 즐기든 간에 제품과 함께 딸려 오는 경험과 감정을 즐기죠.
소비자들은 더 이상 무엇인가
‘필요’해서 사지 않아요.
단순히 물건을 획득하는 것만으로는 매력적이지 않아요. 브랜드도, 판매자도, 인플루언서도 사랑받아야 살아남을 수 있는 거죠. 간혹 저에게 고맙다며 커피 쿠폰이나, 선물을 보내주시는 분들이 계세요. 전통적인 의미의 판매자-소비자 관계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죠. 저도 돈을 벌면서 제품을 팔고 있는 건데, 저를 응원하고 지지한다는 게 맥락에 안 맞잖아요. 하지만, 저라는 사람을 좋아하고 신뢰하고 호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제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에요. 제품 판매자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좋아하는 사람에게 제품을 구매하는 거죠. 대형 쇼핑몰이나, 온라인 쇼핑몰이 생기기 이전에 단골 가게를 가는 것과 비슷한 이치인 거 같아요.
공산품이 상향평준화되어서 제품만으로 차별화를 하기에는 어려운 세상이 되었어요. 그만큼 제품도 많아졌고, 정보도 많아졌어요. 어떤 물건이 더 좋은지 고르는 것은 피로한 일이 되어 버렸어요.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결국 내가 좋아하는 물건을 함께 만들거나,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좋다는 물건을 구매하는 게 더 쉬운 일이 되어버린 거죠. 즉, 팬슈머가 소비를 이끄는 세상이 된 거예요.
육아부터 공부, 인스타 마켓 운영까지! 모든 걸 완벽히 수행해나갈 것 같은 당당함을 가지고 계신 저자님이시지만 정작 많은 일들을 생각하기 위해 저자님은 꼭 필요한 한 가지를 강조합니다. '절대 완벽해지려 하지 말 것!'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계속해서 작게 시도해보고 도전하는 것. 바로 그 길이야말로 꾸준히 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내 삶을 만들어가는 방식이 아닐까요?
트렌드 인터뷰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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