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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래의창 Aug 30. 2018

뇌가 먼저냐 성격이 먼저냐. 그것이 문제로다.

《뇌 이야기》

성격은 모든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성격은 대체 무엇일까? 간략하게 말하면 개인의 성향, 신념, 사고방식 및 행동의 종합이다. 성격은 뛰어난 뇌 덕분에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섬세하고 진화된 정신 프로세스의 집합체로서, 분명 ‘고차원적인’ 기능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많은 사람들이 성격이 뇌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역사적으로 사람들은 이원론을 믿었다. 마음과 몸이 별개라고 생각한 것이다. 여러분이 뇌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든, 뇌가 몸의 일부인 건 사실이다. 즉, 신체 장기다. 이원론자들은 인간의 철학적인 요소(신념, 태도, 사랑, 증오 같은 것들)는 마음 혹은 정신의 안에, 또는 인간이 가진 무형의 것을 무엇이라고 명명하든지 ‘그곳’에 있다고 주장했다. 


피니어스 게이지(Phineas Gage, 1823~1860)


그런데 1848년 9월 13일 중요한 사건이 일어났다. 갑작스러운 폭발사고로 인해 피니어스 게이지는 1미터가량 되는 쇠막대에 맞아 뇌를 다치게 되었다. 이 쇳덩이가 왼쪽 눈 아래 두개골을 뚫고 들어가 왼쪽 전두엽을 관통해서 두개골 위쪽을 통해 밖으로 빠져나왔다. 이 쇳덩이가 뚫고 들어가는 힘이 너무 커서 인간의 머리는 레이스 커튼 정도의 저항밖에 하지 못했다.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을 것이라고 짐작해도 무방하다. 오늘날에도 ‘거대한 쇠막대기가 머리 를 관통했다’라고 하면 100% 목숨을 잃을 만한 사고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이 사고가 발생한 시기는 1800년대 중반이었다. 그때는 발가락이 어디에 부딪히기만 해도 괴저로 죽는다고 생각하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게이지는 살아남았다. 그러고도 12년을 더 살았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 중 하나는 이 쇠막대가 아주 매끄럽고 뾰족했기 때문이다. 이런 막대기가 아주 빠른 속도로 관통한 덕분에 상처는 놀랄 만큼 정확하고 ‘깨끗’했다. 이 사고로 게이지 는 좌반구에 있는 전두엽을 거의 모두 잃었다. 하지만 뇌는 그 내부에 중첩된 부분이 아주 많기 때문에, 반대쪽 뇌가 그 공백을 메워줌으로써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었다. 이 사고로 게이지의 성격이 아주 크게 바뀌었고, 이 때문에 그는 심리학과 신경과학 분야에서 유명해졌다. 원래 온화하고 성실했던 그는 책임감이 없고 입버릇이 나쁜 사람으로 변했으며, 심지어 정신병적인 증상도 보였다. 이 사례를 통해 뇌의 작동이 인간의 성격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론이 확고해지면서 이원론은 설 자리를 잃게 되었다.
     
그러나 게이지의 성격이 어떻게 달라졌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매우 다양하다. 죽을 때가 다가오면서 게이지는 역마차 운전수 로 계속 일하게 되었다. 이는 책임감과 사회성이 많이 요구되는 직업이다. 따라서 그의 성격이 한때 나쁘게 변했다해도 다시 좋아졌던 게 분명하다. 하지만 그에 대한 극단적인 주장이 계속 제기되었다. 

그 이유는 심리학자들이 게이지의 사례를 뇌의 작동 원리에 관한 자신의 이론을 홍보하기 위한 기회로 이용했기 때문이다(그 당시 심리학자는 자기과시적인 성향의 돈 많은 백인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만약 그들의 주장이 일어난 적도 없는 일을, 이 뇌를 다친 보잘것없는 한 철도 노동자에게 돌리는 것이었다면? 그때는 19세기이며, 게이지를 페이스북으로 찾아낼 방법도 없는 시대였다. 게이지의 성격에 대한 극단적인 주장은 대부분 그가 죽은 뒤에 제기된 것이다. 따라서 부인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게이지의 실제 성격 변화나 지적 변화에 대해 충분한 열의를 가지고 있었다 해도, 어떻게 그를 관찰할 수 있었을까? 따라서 게이지의 사건 후 성격에 관한 일관된 두 가지의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성격은 뇌의 부산물이라는 것과 성격을 제대로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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