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지 않을 권리》
존경하는 여성 여러분, 우리는 당신들을 필요로 합니다. 총을 조립하고 자동차를 수리해야 하니까요. 하지만 제발 부탁인데 외모가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지는 말아 주세요. 그래야 우리가 더 많이 팔아먹을 수 있으니까요!
산업혁명 이전까지 여성들은 자신을 다른 여성들과 비교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 비교 대상이라 해 봤자 시장이나 교회에서 마주치는 여자들 정도? 사회적으로 어느 계층에 속하느냐에 따라 아마 비교 대상에 약간의 차이는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당시 여성들에게는 자기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이 없었다는 것이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여성들이 더 많은 권리를 주장하기 시작한 바로 그때를 즈음해 《하퍼스 바자 Harper’s Bazaar》같은 여성지들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여성 잡지의 변천사를 들여다보는 것도 매우 흥미롭다. 초반에는 평범한 가정주부들을 대상으로 한 기사들이 주를 이뤘다. 그런데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여성들은 진짜 전선에서 싸우는 남편들을 대신해 산업 전선으로 뛰어들어야 했다. 당연히 잡지 내용도 상황에 맞춰 달라졌다. 하지만 사내들이 전장에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여성지들은 다시 가정주부들에게로 눈길을 돌렸다.
그 게임은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났던 1940년대에도 되풀이된다. 그런데 이번에는 양상이 조금 달랐다. 이번에는 노동의 신성함을 강조하면서 그와 동시에 여성성에 대한 극찬도 아끼지 않았던 것이다. 당시 어느 화장품 회사는 ‘붉은 립스틱으로는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걸 모두 잘 알고 계시죠?’라는 문구와 함께 ‘우리가 싸워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여성스러움과 사랑스러움이라는 여자만의 특권을 누리기 위한 것’이라는 광고 문구도 함께 실었다.
해석하면 그 말은 곧 ‘존경하는 여성 여러분, 우리는 당신들을 필요로 합니다. 총을 조립하고 자동차를 수리해야 하니까요. 하지만 제발 부탁인데 외모가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지는 말아 주세요. 그래야 우리가 더 많이 팔아먹을 수 있으니까요’가 되겠다.
그건 그렇고, 다시 옛 시절로 돌아가 아까 하던 얘기를 이어 가보자. 1950년대에 들어서면서 힘든 육체노동을 소화하는 여성이 섹시하다는 주장은 힘을 잃었고, 한 남자의 아내 그리고 아이들의 엄마가 되는 것이야말로 최상의 기쁨이라는 분위기가 사회 전반에 뿌리를 내렸다. 광고쟁이에게는 믹서나 퐁뒤 세트 등 가정에 필요한 각종 물건을 위한 광고 시장의 문이 갑자기 활짝 열린 것이다. 1960년대 시장조사 결과다.
• 직장 여성들은 까다롭기 때문에 이상적인 고객이 될 수 없다.
• 가정주부들은 불안감만 적당히 부추기면 좋은 고객이 될 수 있다.
불안감을 부추기는 방법도 간단하다. 죄책감만 심어 주면 된다. 예컨대 더러운 주방은 게으른 주부의 상징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빵 굽기나 요리, 청소 등이 정서적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말을 퍼뜨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이때 당연히 특정 브랜드의 식기세척기 광고가 동반된다).
다행히 현대 여성들은 1960년대부터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여성해방운동 덕분에 더 이상 ‘가사노동이 행복의 원천’이라는 거짓말에 쉽게 속아 넘어가지 않는다. 흠, 어디에서 솔루션을 찾으면 좋을까? 그래, 바로 그거야 옷! 화장품! 피부! 몸매! 머릿결!
여성들이 자기 외모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을수록 사회의 경제적 효과는 증대되면서, 돈이 더 잘 돌고 돈다. 인정하긴 싫지만 현실이 그렇다는 게 엿 같다!
정말 멋진 아이디어가 아닐 수 없다. 옷이나 화장품, 몸매 같은 상품들은 큰 가책과 불안감을 여성에게 심어 줄 수 있으니까. 때로는 가슴이 큰 여자가 예쁘다는 말로 유혹할 수 있고, 그다음에는 갈비뼈가 그대로 다 드러나는 몸매로 대변되는 ‘헤로인 시크’ 스타일이야말로 미의 표상이라고 하면 되고, 그러다가 시간이 좀 지나면 식스팩 복근을 지닌 여성이야말로 진정 아름다운 여성이라는 말로 꼬드기면 된다. 뭐가 됐든 한 가지만 명심하자. 대부분의 여성이 타고나지 않은 부분을 콕 집으며 각종 화장품으로 그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다고만 떠들면 된다는 것을 말이다.
일단 불안하게만 만들면 화장품이나 패션 상품으로 포장된 안도감을 구매하게 되어 있다. 불안감을 조장하는 키워드 중 최고봉은 뭐니 뭐니 해도 ‘에이징aging’이다. 늙는 게 곧 못생겨지는 것이고,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게 되리라는 마법의 주문은 수많은 여성이 자발적으로 몸에 칼을 대게 만들어오지 않았나!
그렇다. 여성들이 자기 외모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을수록 사회 전체의 경제적 효과는 증대되면서, 돈이 더 잘 돌고 돈다. 인정하긴 싫지만 현실이 그렇다는 게 엿 같다!
진짜 ‘나’를 마주하기 위한 유쾌한 실험
아름다움에 대한 세상의 삐뚤어진 시선에서 벗어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