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프리랜서 되기.

육아와 일의 경계에서.

by 말선생님

#Intro.

치료, 상담 분야 직업은 '프리랜서'로 근무가 가능한 직업이다. 성에 따라 굳이 나누어 보자면, 여자 치료사들은 '엄마'가 된 이후로 프리랜서로 전환시키는 경우가 많다. 물론, 정규직인 경우는 출산휴가 이후 복직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내 주변에서는 출산 휴가, 육아휴직 이후 복직을 해도 퇴사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이와 분리는 가능하지만 문제는 등 하원, 아이가 아픈 경우, 가족 중 누가 아이를 책임질 것인가. 이 여부가 퇴사를 결정하는데 일정 부분을 차지하는 게 아닐까 싶다.


#. 1.

나 또한 아이가 24개월만 지나면 프리랜서보다는 안정적인 정규직 자리를 갈 계획이었다. 아이도 어린이집에 어느 정도 적응을 했고, 원에 있는 동안은 엄마를 찾지 않았다. 친정 엄마의 도움 덕분에 4시 이후에 하원한 적은 거의 없지만, 또래들과 익숙해진 아이를 보니 6시까지 원에 있는 것도 가능할 것 같았다.




#2.

작년 10월 무렵부터, 구인구직 사이트를 계속 드나들었다. 당시는 1급 취득 상태가 아니어서 병원 정규직은 큰 기대감이 없었다. 임기제 공무원 자리, 복지관 정규직 자리, 그래도 신기하게, 그 시기에 많은 공고가 올라왔다. 지나고 나니, 이런 코로나 사태가 터질 줄 아는 선견지명을 가진 누군가 있었더라면. 뭔가 달라졌을까 생각도 든다.

근데 문제는 '거리'였다. 아이 하원은 6시에 시킬 수 있다는 각오가 나 스스로에게 되어있었는데. 문제는 '등원'이었다. 하원을 거의 친정 엄마께 부탁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등원'에 대한 고민을 깊이 해보지 않았다. 병원은 거의 8시까지 출근을 해야 8시 30분 첫 타임 치료가 가능하고, 복지관 또한 8시 반까지는 출근을 해야 9시부터 업무와 치료를 할 수 있다.

8시 반, 혹은 9시부터 첫 세션이 잡혀있는데 10분 전에 도착하는 건 말도 안 된다. 그런데 적어도 7시 30분에 등원을 해야 모든 계획 실행이 가능하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 3.

결국 남편과 머리를 싸매고 결정한 결론은 지금처럼 프리랜서 체제의 유지였다. 공공기관에 근무하고 있어서 나름 안정적인 울타리였고, 내가 원하면 대기 아동을 얼마든지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다른 요일은 새로 개원하는 소아정신과에 근무하기로 했다. 병원 경력까지 채울 수 있으니 1석 2조, 1석 3조였다.

그리고 '코로나 19'가 터졌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긴 팬데믹 생활이 지속되었다. 당연히 지역 내 확진자가 나오면 일을 나갈 수 없었다. 답답하고 무서웠다. 3월은 아이의 등원조차 허락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아. 이 이야기는 이전 글에서도 썼으니! 깊이 짚지는 말아야겠다.)


요즘 깊이 빠져있는 책. 프리랜서 분들에게 정말 강추!


#4.

여러 가지 상황을 보았을 때, 가장 중요한 건, 일, 기관 울타리, 글쓰기 등등 다른 요소들이 있지만. 그래도 가장 중요한 건 '내 마음'이었다. 돌이켜보면, 공부에 있어서도, 업무에 있어서도, 나만의 '원칙'을 가지고 있다면 상황이 어떠하든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겼던 것 같다. 나만의 원칙을 제대로 세워 나가야 했다.

코로나로 인해 일이 끊기는 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했다. 다시 일을 시작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주어진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게 나에게도 최선의 방법이었다.




#5.

외부적으로는 전염병이 돌고, 가정 안에서는 일을 할 때마다 아이와 떨어져 있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 내 마음속에 찾아오는 불안감을 어떻게 다스릴 수 있을까? 더군다나 요즘은 교회도 잘 가지 못한다.


1) 후회하지 않기.

마음속에 가정법을 두는 게 전혀 의미가 없었다. '12월에 정규직 면접을 보았더라면'은 전혀 의미가 없다. 그러면 또 그 나름대로의 고충이 있었을 것이다. 아이는 아이 나름의 불안감을 안고 상반기를 보냈을 것이다. 아이의 말이 급 트이는 순간을 함께하지 못했을 것이다.

2) 읽고 쓰기.

시간이 날 때마다(특히, 출근 전 아이 등원 이후 시간)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 상담심리 관련 책을 읽으며 내 마음속 불안감의 원인을 찾아갈 수 있었고, 브랜딩 관련 책을 읽으며 나의 방향성을 찾아가는 중이다. 일거리가 주어질 때 일을 바짝 하는 게 프리랜서인데. 이 생활을 나보다 훨씬 앞서서 경험하신 분들의 지혜를 읽는 시간이 필요하다.


3) 등원 전, 하원 이후는 아이에게 쏟기.

아무리 급한 연락, 상담, sns 댓글을 달아야 하는 순간이 오더라도 퇴근 이후는 아이에게 쏟는다. 아이의 "놀아줘, 엄마가 놀아줘" 이야기를 놓치지 않는다. "응, 엄마 잠깐만" 하는 순간, 아이는 물건을 던지면서 마음을 표현하거나 엄마의 다리를 꼬집는다. "너! 엄마가 이거 하지 말랬지!" 하는 순간, 아이에 대한 다짐이 무너지고, 그 무너짐으로 인한 화를 또다시 아이에게 풀게 된다. "너는 참 엄마 말을 안 들어!"

아이가 말을 더 잘할 수 있었더라면. "엄마가 내가 놀아달라고 했는데 핸드폰만 보고 있어서 나는 무척 서운하다고요."라고 말하지 않았을까.


4) 경제적인 압박감에서 벗어나기.

이게 제일 어려운 부분인 것 같다. 그래도 인생 길게 보면 난 아직 30대 초반인데. 지금은 읽는데 투자하는 것도, 배움에 투자하는 것도, 정말 '투자'이지 않을까. 프리랜서의 길을 지혜롭게 걸어가신 분들의 이야기를 읽고 배우고. 세상 돌아가는 걸 알아야 앞으로를 구상할 수 있으니 팬데믹에 대한 책을 읽고. 언어치료와 관련된 다른 학문을 배우는 것. 누구나, 살짝 배워둔 무언가가 언젠가는 크게 쓰일 수 있다는 걸 기대하며 배움에 돈을 투자하는 거겠지만.


5) 새로운 분야의 사람들과 소통하기.

내 주변은 '새로운 분야'의 사람들은 심리치료사, 사회복지사, 교사 분들이 대부분이었다. 요즘은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일러스트, 작가, 브랜딩을 전문적으로 하시는 기획자, 책방 운영자 분들과 인연을 맺고 있다. 인연을 맺는다고 해서 깊이는 아니고, 아직은 '세상에 이런 다양한 분들이 많구나' 정도.

내 분야가 아닌데 오히려 더 깊이 이야기를 나누는 경우도 있고, 육아에 대한 지혜,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배운다. 그렇다고 해서 나에게 유익이 될 것 같은 분들과만 소통한다는 건 아니다.



#6.

정보가 많아질수록 나의 다짐과 마음을 다스리는 게 어렵다. 요즘은 특히 그런 때인 것 같다. 그래서 더 책이 좋아진 건지도 모르겠다. 프리랜서에게 있어서 시간은 돈이다. 그 시간을 잘 사용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안정적인 울타리 안에 있을 때보다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할 수도 있다.

'내 시간을 당신에게 쓰니 당신은 이만큼의 돈을 지불하시오'의 마인드로 대해서도 안되고, 늘 겸손하게, 프리랜서의 길을 선택한 이유를 되새기며 나가야 한다. 인생이 정답이 없다고 하는데. 또 언젠가는 나도 다시 정규직의 세상 속으로 들어갈 수도 있을 것 같다.



#7.

프리랜서든 정규직이든 정말 중요한 건 '나'를 발견할 수 있는지, 그 시간이 긴 인생을 펼쳐보았을 때 도움이 될 수 있는지가 아닐까.

물론, 나 또한 풀타임의 시간을 갖지 않았더라면. 지금 이 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전혀 모르고 지나갔을 것 같다. 모든 경험은 보탬이 된다. 특히, 일에 있어서는 더욱더 그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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