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나라는 어떠한지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우리나라만큼 조기교육에 대한 열기가 뜨거운 곳이 있을까. 엄마들의 세계에서 다섯 살 정도면 낱자는 어느 정도 읽기가 가능하고 영어는 그 이전에 이미 간단한 인사말 정도는 할 줄 알아야 한다는 인식이 만연한 것 같다.
엄마들의 모임이 조급함을 더 키우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 아이는 'OO'(을)를 할 줄 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면 겉으로는 '어머, 대단하네요!' 말을 하게 되지만 속 마음엔 이미 비교와 조급함이라는 씨앗이 싹을 돋우고 있다.
온라인 상담을 하면서 많은 부모님들의 언어발달에 대한 고민을 읽을 수 있었는데 그중 한 가지는 아이에게 어떠한 교육적인 콘텐츠를 제공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여부였다. 그리고 미디어 노출. 24개월 미만 아이들에게도 미디어는 너무나 친근한 존재가 되어 있었고 미디어는 아이들의 한글과 영어 선생님이 되어 주고 있었다.
물론 미디어를 보는 것 자체를 나쁘다고 비방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아이가 집중하는 동안 밀린 집안일을 할 수 있고 아이를 어르고 달래 가며 요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 교육적인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면 더 금상첨화가 될 수 있으니까.
한글을 배워야 하는 시기가 이론적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6세~7세 무렵부터 시작을 한다면 아이도 학습을 시작하는데 어느 정도의 동기화가 되어 있는 시기인 것 같다. 또래와의 경쟁의식을 느끼기도 하고 무엇보다 아이 스스로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식을 문자로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어른들의 어깨너머로 경험한다. 그림책을 읽을 때에도 글자 수와 소리의 수(음절 수)가 똑같다는 것을 알아가기 시작하고 엄마가 그림책을 읽어줄 때에도 통문자로 글자를 외웠는데 맞춘 경우는 성취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런데 한글 습득을 위해 일찍부터 그림책을 읽어주고, 미디어에 노출시키는 것은 추천하고 싶지 않다. 그림책을 읽을 때에는 엄마와 아이가 충분히 교감하는 시간이 되어야 하고 아이의 시선에 엄마의 관심과 시선이 따라가는 것을 서로가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미디어 또한 일방적인 소통의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미디어를 노출시킬 때에는 가능하면 엄마가 옆에서 함께 듣고 반응해주는 것이 좋다. 이전에 어떠한 연구 결과에서도 아이들이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할 때에 혹은 한글 공부를 할 때에 정답을 맞히는 것이 그 내용을 완전히 이해했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도 모르게 손가락이 움직였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자동적으로 몸이 반응을 하게 되는데 곁에서 보기에는 혹은 스스로도 자신이 알고 이 문제를 풀었다고 착각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생각해 보아야 한다. '과연 빨리 한글을 배운다고 해서 좋은 것은 무엇일까?' 현장에서 7세 아이들이 유치원에서 받아쓰기를 시작했다고 하면 나 또한 함께 준비를 한다. 하지만 5세 미만 아이들이 한글을 배우는 것이 필수인 것처럼 된 시대를 살아가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
그림책에서 느낄 수 있는 미술관에 온 것 같은 느낌과 다양한 감정들, 간접 경험들, 그리고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필요한 의사소통 기술들을 한글이 대신해줄 수 있을까.
중요한 것은 자연스러운 '노출'인 것 같다. 일상에서 이야기를 나눌 때에 혹은 자석 글자판이나 벽에 붙은 한글 공부를 활용하면서 글자 이름을 알려주고 글자가 들어간 이름을 알려주면서 아이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이거 기역 이랬잖아! 기역!" 이렇게 가르쳐주는 것보다는 "여기 기역이네~기차에 기역이구나~! 우리 기차 타고 어디 갔었지? 지난번에 기차 봤었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을 더 추천하고 싶다.
조심스러운 것은 5세 이전 아이들에게 한글을 가르쳐주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단지, 학습적인 것에만 포커싱을 두기보다는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마음, 지혜를 함께 가르쳐주었으면 좋겠다. 미디어 또한 좋은 콘텐츠들이 너무나 많지만 곁에 엄마가 없다면 아이에게는 소통을 할 수 없는 도구에 불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