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교육 현장에서는 솔직하게 전하지 못했던 이야기.
나는 아이에게 전집을 사준 경험이 딱 한 번 있다. 24개월 전에, 10권 정도의 소전집이었다. 보드북이자 플랩북이여서 아이가 꽤나 흥미있게 보리라는 기대감을 안고 구매했는데, 아이의 반응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오히려 당시에 찢어지도록 보았던 하야시아키코 작가님의 '손이 나왔네', '싹싹싹' 그림책을 볼 때, 아이의 눈은 더 반짝였다.
단편적인 경험에 불과하지만, 이때 깨달은 것이 있다. 전집은 앞으로도 구매하지 않기로. 구매를 하더라도, 아이의 반응을 먼저 낱권을 통해 살펴본 이후에 구매하기로. 그런데 슬프게도 이런 메시지를 전하는 글은 양육자들에게 매력이 없게 느껴진다. 특히, 어린 영유아를 키우고 있는 초보 엄마들에게는 더 그런 것 같다.
(여기에서 내가 초보가 아니라는 뜻은 아니다. 나도 초보였고, 초보 엄마지만, 지나고 보니 보여지는 것이 분명히 있다!)
전집은 순기능을 분명히 가지고 있다. 선택에 대한 부담감을 줄여주고, 비용적으로 따져보았을 때에도 효율적인 구매가 될 수 있다. 권당 12000원 그림책을 전집 세트로 구매하면, 할인된 금액으로 전집을 구매할 수 있고, 시각적으로도 '책을 많이 읽는 집'이라는 느낌을 갖게 한다. sns에 업로드하기에도 배경으로 책장은 제법 멋짐을 드러낼 수 있고, 아이가 전집을 보는 모습에 엄마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다.
반면, 전집 구매에 있어서 가장 망설여지는 부분은 '아이에게 책 읽기를 강요하지 않는' 마음가짐을 유지하는지 여부다. 어린 아이를 양육하고 있을 수록, 잠시 일을 쉬고 있는 엄마가 많고, 가계가 넉넉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물론, 나라에서 지원해주는 부분도 있지만 전집을 구매할 때 나름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형편에, 고심해서 선택한 책이기에, 아이에게 알게 모르게 푸쉬를 하게 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이것 좀 읽어봐, 엄마가 ㅇㅇ(이) 주려고 샀는데." --> "없는 형편에 고민해서 산 건데. 역시 우리 아이는 책에 관심이 없네. sns 사진 모델은 엄청 몰입해서 보던데." 이러한 생각의 틀을 갖추는 사이, 남편과 알게 모르게 갈등이 시작되고(예 : '굳이 전집을 사지 않아도 되는데 왜 사서 이렇게...'의 반응) 책은 당근이나 중고ㅇㅇ 카페에 실리게 된다. 적어도 내가 본 몇몇 가정은 이러한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공공기관에서 진행하는 부모교육 때는 이러한 메시지를 속시원히 전달하지 못한다. sns 계정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보는 눈'이 존재하고, 출판사에서는 나를 서포터즈로 쓸 가능성이 적어지고, 보았을 때 반짝이거나 먹음직스러운 콘텐츠는 아니기 때문이다. '굳이 자기 생각으로 갖고 있으면 될텐데, 왜 이렇게 글로 쓰지?'의 반응이 있을지도!
이유는! 그림책 육아는 양이 아니라 질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안에 재미, 추억, 상호작용 등의 요소는 필수 영양소로 포함된다. 아이들은 재미있어야 읽는다. 어른인 우리도 책을 반복해서 읽다보면 보여지는 것들이 그때마다 다른데. 아이들의 눈에는 그림책의 그림이 '언어'이기 때문에, 한 권을 보더라도 새로운 것들이 매일매일 보여진다.
또한, 그림책은 작가의 메시지가 깊이 담겨있다. 유명한 '앤서니 브라운'작가의 책을 본 독자들은 알 것 같다. 그림 하나에도 영혼과 에너지를 가득 싣기에, 아이들은 그림책을 미술관으로 느낄 수 있다. 이러한 메시지는 얕게 보아서는 전달되지 않는다. 매일, 자주, 깊이 보아야한다. 아이들은 '이 책을 더 깊이 보고 많은 것을 얻어가야지' 이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재미있으니까, 좋으니까, 보고 또 보다보면 그 책을 통달하게 된다.
한 권의 그림책을 보더라도 아이에게도 엄마에게도 부담감이 적었으면 좋겠다. 아이는 성장하면서 그림책으로 인한 언어촉진 외에도 많은 과업을 이루어 간다. 사회성, 도덕성, 자기조절력, 인지, 다시 사회성. 각 시기마다 발달이 맞물려 가야 하기에, 한 권의 그림책으로 몸놀이도, 말놀이도, 인지 발달 놀이로 이어지고 녹여지는 경험이 필요하다.
전집! 갖고 있는 장점이 많지만, 낱권부터 시작해보세요. 그림책 육아는 엄마가 부담감이나 죄책감을 가지 시작하면 아이에게도 즐거움이 흘러갈 수 없답니다. 쉽고 가볍게,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한 권의 그림책도 큰 힘을 가지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