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 잠자는 책, 길벗어린이>
아이가 지난달 말 무렵부터 늦게 자기 시작했다. 온이는 40개월까지 신생아 시기를 제외하고는 밤 10시를 넘긴 적이 없었던 아이였다. 주말에 낮잠을 길게 잤을 때는 아주 가끔 패턴이 깨진 적도 있었지만 이렇게나 울고 불고 수면을 거부한 것은 처음이었다.
주변에서 '아이가 잠을 자지 않아요' 고민을 이야기하면 어느 정도 공감을 할 수는 있었지만 나의 내면엔 은근 자신감이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아이의 수면 교육을 잘 시켰다. 우리 아이는 10시 이후에 자지 않은 적이 없다. 엄마가 매일 일을 나가면 아이가 늦게 잘 수도 있겠다.'
수면 거부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기말고사 시즌 때부터였다. 아이는 노트북을 펼치는 엄마의 모습을 허용해주지 않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장난 삼아 노트북을 닫기는 했었지만 이렇게나 거부반응을 보이는 것 또한 처음이었다.
'단순히 공부를 시작해서 그런 걸까? 아이가 돌 이전 무렵부터 매번 노트북을 잡고 무언가를 해서 그런 걸까? 아이와 함께 있을 때 사랑을 충족시켜주지 않아서 그런 걸까?' 이후에 드는 감정은 아이에 대한 짜증으로 이어졌다. '도대체 어디까지 일을 포기해야 하는 걸까?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 선택한 프리랜서, 퍼스널 브랜딩, 교재교구 제작이 아이 육아에 있어서 독이 된 걸까? 그렇다면 엄마가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그림책 <잠자는 책> 은 아이들에게 잠을 자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곧 잠이 들 것 같은 표정으로 있을 뿐, 옆에 생쥐가 불을 꺼주고 양치질도 점검해주고 뽀뽀도 해준다. 아이들은 책을 읽을 때 자신도 모르게 책에 뽀뽀를 하고 스위치 그림을 누른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다 보면 왠지 모르게, 아이가 잠을 자지 않아서 받았던 스트레스와 아이를 재우기 위해 화를 냈던 것에 대한 죄책감이 조금은 줄어드는 것만 같다. 잠을 자지 않는 것에 대한 심리적인 이유를 분석하고 상황을 계속 과거로 되돌리기보다는 현재 상황에서 아이의 마음의 안정감을 만들어주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가 된 이상 '안정'이란 없는 것 같다. 늘 예측을 깨는 일이 벌어지고 그저 하루가 무사히 지나감에 감사하게 된다. 그리고 이미 답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마음이 더 요동쳤는지도 모른다. 학업은 다시 돌아갈 수 있지만 지금의 아이는 지금이 아니면 만날 수 없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