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육아를 잠시 쉬며.

<그림책 육아>의 동기에 대해 점검해보기.

by 말선생님

아이가 6-8개월 무렵부터 시작했단 <그림책 육아>, 일명 '책 육아'를 잠시 쉬었다. 뭐에 중독된 사람인 것처럼 그림책을 읽고, 좋은 그림책을 구입하고, 나에게도 참 행복한 시간이었는데. 아이가 4살이 되면서 그림책 이외에 다른 것에 더욱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시작은 요 블록 동물원 녀석들이었다. 언젠가 늦게 퇴근하고 늦게 하원 하는 게 미안해서 언어치료실에서 아이들과 놀아주었던 에너지를 쏟아내어서 놀아주었던 동물원. 1시간 가까이 동물원 놀이를 했는데, 아이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역할놀이에 심취해있었다.


흥분해서 노래를 흥얼거리다가, 바지에 소변 실수도 하다가, 다시 돌아와서 동물원 놀이에 빠져들었다. 그 뒤로는 자기 전에도, 등원 전에도, 동물원 놀이를 하자고 떼를 쓰기 시작했다. '엄마 그동안 공부하고 일 한다고 바빠서 나 못 놀아 줬으니까 이거라도 해 줘!'라고 하는 것 같았다.



아이와 하루 중 집중해서 놀아주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정확히 세보지는 않았지만 온전히 몰입해서 노는 시간은 1시간이 되지 않는 것 같다. 집안일, 등원 준비, 수업 준비, 출근, 하원, 산책, 또 집안일 + 그 틈에 이렇게 놀이를 하는 시간이 들어가는 거였다.


그렇다면 나는 그동안 그림책 육아를 왜 했을까? 그림책이 좋은 이유에 대해 입이 마르고 닳도록 이야기해왔지만 어쩌면 나의 마음속 깊은 곳에는 아이에 대한 미안함을 달래기 위해, 그리고 나만의 대리만족과 욕심이 숨어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림책 육아를 함으로써 상호작용, 교육적 효과, 나만의 만족감 이 3종 세트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다는 생각에 지난 몇 개월을 보내온 것은 아니었을까. 물론 처음부터 동기가 이러했던 것은 결코 아니었다.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 또한 그림책 육아라고 생각해왔었으니까.


이는 놀이를 통해서 세상을 배워간다는 말을 수없이 많이 들어왔지만 '나의 아이'라는 수식어 안에 엄마의 욕심도, 대리 만족도, 우월감이 나도 모르게 자리 잡고 있었던 거였다. 그래서 쉬었다. 그림책 육아. 책을 읽어주려고 하면 "아니야, 놀 거야!"라고 말하는 온이를 굳이 억지로 책 앞으로 데리고 오고 싶지 않았다.



신기하게도 그렇게 한두 달이 지나니 온이는 다시 그림책을 주섬주섬 가지고 온다. '빵 되고 싶은 토끼' 읽자! '숲 속 100층짜리 집' 읽자, '고마워요 잘 자요'에서 봤던 초승달이지?


아이의 마음속에는 엄마와 읽었던 책의 내용들이 차곡차곡 저장되어 있었던 것 같다. 안도의 마음이 들기도 하면서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책 육아 전문가 분의 유튜브 강의를 들은 적이 있는데, 책 육아는 그야말로 장기전이라고 한다. 영유아기에 몰린 엄마 아빠들이 자녀가 커갈수록 그 자리를 많이 지키지 못한다는 것이다.

잠시 쉬어 가더라도 그 자리를 지키고, 다시 돌아오는 것이 진정한 책 육아가 아닐까. 책 육아 초보 엄마이지만 감히 단언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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