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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선생님 Jul 25. 2023

우리 아이가 쓰기와 멀어진 이유.

글쓰기도 어렵지 않아요!





선생님, 안쓰고 차라리 읽을래요!



 학령기언어치료 시간에 한번쯤 목소리가 굵어진 아동에게 들어보았을 법한 말입니다. 쓰기에 대한 거부감의 표현이지요. 쓰기에 대한 동기가 낮아진 아동에게 (특히, 청소년의 경우) 치료실 안에서 쓰기 활동을 유도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교복을 입고 치료사 앞에 앉아있는 청소년 대상자에게는 쓰고난 이후에 보상이 쉽게 통하지 않거든요.


아이들은 왜 쓰기와 멀어진 걸까요?



 이전에 거리가 가까운 적이 있었을까요? 치료사에게도, 부모님께도 '쓰기'는 언제나 어려운 숙제로 남게 됩니다. 우리 아이들은 이미 스마트폰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습니다. 초등학생도 학교 과제를 ppt로 준비하는 시대가 된지 오래라, 직접 연필을 잡고 글을 쓴다는 것이 특히 치료실 안에서는 더 어렵지요. 더군다나 내가 '어렵게' 느끼는 과제를 치료실에서조차 해야 한다는 생각에 아이들의 얼굴이 굳기 시작합니다.

 쓰기 활동이 마지막일 때에는, 어떻게든 버텨 보다가 40분이 되면 "선생님, 이제 시간 다 됐어요!." 이렇게 이야기하는 풍경도 낯설지 않고요.


아이들에게 쓰기를 어떻게 권해야, 조금이라도 부담감을 덜 느낄까요?




 제가 경험했을 때에 아이들이 쓰기를 부담스러워하는 이유는 우선  쓰기에 대한 흥미가 없기 때문이에요. 당연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써본 경험이 적은 상황에서 쓰기를 하려면 막막함을 느끼게 됩니다.

 글쓰기 모임을 가면 진행자가 어떠한 주제를 던져주곤 하는데요. 이때 어른들조차도 글을 쓰기에 한참을 망설이게 된다고 해요. '여름'을 주제로 글을 쓰라고 한다면,  이 글을 읽으시는 독자분들께서는 어떤 내용으로, 또 어떤 구성으로 글을 쓰실 계획이신가요?


 생각보다 첫 줄을 쓰는데 꽤 오랜 시간을 망설이고 계실 수도 있답니다. 글쓰기 경험이 적을 수록 오래 걸리고요.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어른들도 쓸 수록 글쓰기 실력이 느는데, 아이들에겐 한줄 한줄 써가기에  갖고 있는 에너지가 동원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는 아이들에게 쓰기 = '평가받기 위한 도구'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정 안에서 부모님도, 선생님도, 아이의 글을 보고 코멘트를 하시지요. "잘썼어! 그런데 여기는 한번..." 어른들도 자신의 글을 평가받는다고 생각해보면 더 쓰는 속도가 늦어지고, 한 문장에도 많은 공이 들여질 거예요.

 학창시절에 저는 운좋게 백일장에 나갈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초/중학교 때는 더 자주 나가곤 했는데

생각보다 백일장은 더 어려운 곳이었어요. 그런데 '글이 잘 써지는 때'는 내 마음이 편안할 때라는 것을 초등학생 때도 느꼈던 기억이 납니다. 긴장을 하면 할 수록 백일장 대회에서 점심만 맛있게 먹고 상은 받을 수 없었던웃픈 추억이 갑자기 떠오르네요!


많이 읽고, 많이 써보세요!

그리고 써야 할 동기를 찾아주세요! 아이들에게만 쓰기를 권하기 보다, 엄마도 아빠도 글을 써보세요. 그리고 집안 곳곳에 붙여 보세요. 쓰기, 생각보다 어렵지 않답니다! 잘 쓰려고 하기보다 시도해보세요.

 잘 쓰기 위해서는 스마트폰보다 연필과 친해지는 시간도 필요하답니다. 특히, 아이들에겐 더욱 그런 것 같아요. 스마트폰이 주는 빠름과 짜릿함은 종이와 연필을 더욱 따분하게 만들고, 거리감을 두게 하기 좋은 도구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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