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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선생님 Oct 03. 2023

둘째가 생각나기 시작했다.

아이를 출산하기 직전까지 지독한 입덧을 경험했기에 둘째를 가질 생각이 없었다. 신랑의 건강도 올 여름을 지나서야 안정기를 찾고 있어서 더욱 더 둘째는 내 인생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 문득 둘째가 생각난다. 아이가 크는게 아쉽기 보다는 오히려 내 일을 할 수 있음에 반가웠는데, 아이가 크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불과 1년 전, 6개월 전만해도 상상조차 하지 않았는데.



나에게 출산은 나의 커리어를 막는 첫 번째 장벽이었다고 생각해왔다. 아이에게 받은 사랑이 커서 육아가 전혀 후회되지 않는다는 선배 엄마들의 말은 거짓말로 들렸다. 거기에 둘째를 권하는 말을 들을 땐, 속으로 '본인 애나 잘 키우지.' 라는 말을 외치곤 했다. 두려운 마음이 앞서기도 했다. 건강한 아이를 출산한다는 것이 내 마음같이 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알기에.


"우리 가족 중에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떡하지? 온이가 너무 외롭잖아."

"에이, 아니야. 형제가 많으면 근심이 더해진다는 말도 있어."

"그래도 요즘 보니까 너무 외로워보여. 인형이랑만 노는 것 같고."

"나중에 반려견을 키우는 것 어때?"


늘 이런 대화 패턴을 이어오곤 했다. 안그래도 좁은 이 집에서 아이 둘을 키운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숨이 막혔다. 그간 어떻게 뺀 살이고, 어떻게 쌓아올린 경력인데. 육아로 다시 정체기를 가질 수는 없다는 생각으로 둘째에 대한 생각을 잠재웠다. 2년 전만해도 둘째를 권하는 사람들에게 외칠만한 글을 맛깔나게 적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어쩌면 둘째를 바라는 마음은 지금 온이에게 갖는 미안함의 반영일 지도 모른다. 아이를 처음 키우기에 모든 것이 낯설고 어려웠다. 성장하는 기쁨을 누리기엔 마음의 여유와 재정적인 여유,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다. 마치 과제 하나를 끝내듯이 육아의 각 개월수를 지나온 것에 대한 미안함. 당시에도 분명 최선을 다했는데, 아이가 여섯살이 되고, 사랑이 담긴 편지를 주고, 자신의 생각을 드러낼 때마다 나의 속마음이 들키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릴 정도의 미안함이 앞서곤 한다.


아직 정답은 알 수 없지만 알게 된 정답이 있다면 매 순간 아이의 성장을 마음에 담아두어야 한다는 것. 아이의 냄새와 촉감을 기억해야 한다는 것. 아이가 엄마만 찾을 때 도망치기 보다 곁에 최대한 머물러야 한다는 것. 아이의 4살부터 6살까지, 휴학이라는 길을 선택한 것에 대한 후회는 단 1%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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