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살이 된 딸아이와 수학 공부를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머리가 지끈거리게 된다. 언어치료실 안에서 간간히 수학 지도도 해보았지만 역시 내 아이에게는 가장 쉽다고 생각되는 것을 가르치는 과정도 가장 고되고 어려운 시간으로 바뀌는 마법이 일어난다. 다만, 우리 집은 아직 가정방문 학습지를 시작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당분간은 시작할 계획이 없다.
그 이유는 내가 수학을 싫어하게 된 이유와 맞물리게 된다. 자녀의 교육관은 부모의 성장배경 영향을 무시하지 못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나는 그 기사의 내용에 99% 공감했다. 수학 학습지를 시작하지 않은 이유와도 부합하기 때문이다.
ep1) 나의 어린 시절 학습지
요즘은 아이의 흥미에 맞게 학습지가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적어도 내 기억에 30여 년 전의 학습지는 그렇지 않았던 것으로 남아있다. 학습지 탓이 아닌, 수학에 흥미가 없던 나에게 원인이 있는 것으로. 학습지의 내용도 어려웠지만, 초등학교 2학년이 되면서 갑작스럽게 난이도가 높아진 학습지를 매일 꾸준히 엄마와 푸는 시간이 곤욕스러웠다. 저학년은 그래도 '아, 수학은 재미있는 부분도 있네.' 이 생각과 '지적 호기심'을 가져야 할 시기인데, 남아있던 호기심은 의무감으로 대체되고 있었다.
물론 이렇게 학습에 흥미를 잃고, 시골학교로 전학 와서 아예 손을 놓았던 6년의 시간을 고등학교에 진학한 후, 땅을 치며 후회했다. 공부란 재미있지 만은 않은 과정이었는데. 부모님도 시골에서의 일상과 서울로의 출퇴근에 적응하시느라 바쁘셨고, 나 또한 시골 친구들의 정서에 적응하는데 에너지를 거의 사용했다.
지방대를 졸업하고, 어렵사리 대학원을 졸업하면서, 주변에 인서울 대학을 나온 지인들과 소통할 기회가 많아졌다. 지금 살고 있는 지역도 학구열이 높은 지역이라 나의 나름의 가치관을 갖게 되었는데, 나의 아이에게만큼은, 아이가 하고 싶다고 하기 전까지는 학습지를 시키지 말자. 아직은 나이가 어려서 그런지, 아빠와의 수학 공부 루틴을 만들어가며 해내고 있다.
ep2) 수학경시대회
이 수학경시대회는 수학을 잘하는 아이들이 참여한 수학시험이 아니었다. 시골학교 교감 선생님의 철학이자 연중행사였다. 매월 수학경시대회를 봐서 3등까지 학생에게 상장을 주셨다. 매년 같은 친구들이 진학을 하고, 한 학년에 한 학급밖에 없는 곳에서 이런 시험을 보다니. 당시 초등학생이었을 때도 불평불만이 가득했다. 100점 만점에 15점(지금도 기억한다)을 받았던 날의 그 좌절을 잊을 수가 없다.
이 또한 부족한 나의 머리가 대부분의 이유를 차지하겠지만, 지금 생각해 보아도 매달 수학 경시대회는 좋은 사업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출전하고 싶은 학생, 시험에 대한 목표가 있는 학생, 수학에 흥미가 있는 학생들을 모집해서 시험을 봤더라면, 차라리 좋았을 텐데.
ep3) 타고난 지능
이 부분은 매우 조심스러운 주제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그리고 어릴 적 영재 소리를 듣고 자랐다는 신랑을 보면서 더 확신하게 되었다. 수학은 타고난 지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타고난 지능이라기보다는, 지적 호기심, 즉, 수학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이 있어야 하고, 그 관심은 재능으로 이어주는 다리가 되어주는 것 같다. 수학을 잘하지 못하면 관심을 적게 갖게 되고, 아예 관심을 갖지 않게 되고, 그런 과목은 좋은 성적을 보이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유아기 4-7세 아이에게는 지적 호기심의 기반을 다져주는 것이 중요하다. 문장제 문제의 비율이 높아진 만큼, 사고력을 길러주면서 일상에 연결시켜주는 것이 부모의 가정 우선된 역할이다. 5살, 6살 때, 덧셈과 뺄셈 문제 10개 중 9개를 맞추는 것이 이후에 초등학생이 되었을 때, 중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얼마나 큰 영향을 줄 수 있을까? 가정 안에서 수학이란 즐겁다는 경험, 일상에 녹여있다는 것을 깨닫는 시간을 쌓아주는 것이 어쩌면 더 현명한 부모의 역할은 아닐까 생각한다.
요즘 읽고 있는 <<퓨처셀프>> 책을 기억하며, 수학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지 못한 과거를 돌이켜, 앞으로의 미래의 재미있는 수학을 기대해본다. 특별한 이벤트가 없다면, 내년에도 아이에게 학습지를 시키지 않을 생각인데, 혹, 변화가 생긴다면 기록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