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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어휘력, 이렇게 촉진해 보세요!

어휘력은 문해력의 중심축입니다.

by 말선생님

2021년 봄, 저는 대학원에 다시 들어가서 과제와 원서와의 씨름으로 정신없는 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서점에 갈 겨를도 없이, 아이 등원 이후 늘 노트북과 저널과 함께였지요. 머리도 식힐 겸, sns에 들어가 보았는데, 전문가들 사이에서 <<ebs 당신의 문해력>>이라는 방송이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었습니다. 전문가뿐 아니라 양육자들에게도 그 열기는 꽤 오래가는 것 같이 느껴졌습니다.


아이가 정서가 불안정한 게 느껴져서 어렵사리 휴학을 하니, 몸이 슬슬 근질근질해지기 시작했어요. 또 무언가 일을 벌이고 싶은 마음이 커지고 있었지요. 책을 쓰고 싶다는 소망이 이전부터 마음 깊은 곳에 있었는데, 실행에 옮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시장조사가 필요했어요. 현재 양육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는 책의 주제가 무엇일지 궁금했어요.


서점 매대는 '문해력'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습니다. 방송이 끝난 지 몇 개월이 지났음에도 문해력을 주제로 한 책은 끝없이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본격적으로 원고를 쓰고 있던 작년에도 문해력은 다양한 직업의 작가의 손에서 책으로 만들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만큼 우리나라 아이들의 문해력 현실과 함께 부모님들의 갈급함을 누군가가 해소시켜 주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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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문해력은 무엇일까요? 문해력은 글을 읽고 쓰는 능력을 말하는데, 여기에 더 포괄적인 의미로 확장해 볼 수 있습니다. 단순히 읽고 쓰는 능력을 넘어서서, 자신이 아는 지식을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능력이지요. 어른 독자를 대상으로 쓴 문해력 책은 보험 계약서, 의뢰서, 공문서를 얼마나 잘 해석할 수 있는지 간이 테스트지가 포함되어 있기도 합니다.


이제는 학령기뿐 아니라 유아에게도 문해력이라는 키워드가 늘 함께하고 있습니다. 특히, 학습지 업체나 관련 공구 광고를 보면 문해력은 이제 더 이상 낯선 전문용어가 아니지요. 제가 대학교에 다닐 때만 하더라도, 문해력은 전공자들만 알고 있을 법한 용어로 생각되었습니다. 학령기 언어치료를 배운 것도 2010년 무렵이었으니까요.


언어발달의 시작, 기억나시나요? 네, 듣기에서 시작되지요. 문해력의 시작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듣기만 잘한다고 글을 잘 이해하고 일상으로 적용시키는 것은 아닐 수 있습니다. 들은 문장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하지요. 문해력의 기반은 어휘력입니다. 이후에 글을 읽을 때에도, 알고 있는 어휘의 수가 많을수록 더 잘 이해하게 되고, 더 많은 책을 읽게 된다는 가설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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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어휘력을 어떻게 촉진할 수 있을까요? 1) 먼저, 어휘를 듣는 경험이 필요합니다. 언젠가 아이와 함께 가게 앞을 지나가다가 '오늘은 휴업이네.' 이렇게 혼잣말을 한 적이 있는데 아이가 휴무의 의미에 대해 묻더라고요. '무인가게'도 '휴무'와 '휴가'도 들은 경험이 없었다면, 아이는 이후에 글자로 그 단어를 처음 마주했을 거예요. 읽는데도 단어가 낯설기 때문에 속도가 더디고 이해하는데도 시간이 더 소요될 가능성이 크겠지요.


아이가 엄마의 말에 집중한 상황이라면, 다양한 어휘를 차근차근 들려주세요. 고급어휘가 아닌 일상의 어휘를 들려주시면 된답니다. 아이에게 얇은 겉옷을 입히며 "밖에 날씨가 쌀쌀해. 가을은 일교차가 크거든." 이렇게 들려주시면 아이가 "일교차가 뭐야?" 물을 때, "응, 아침이나 저녁은 쌀쌀하고, 낮은 따뜻한 거야. 기온이 차이가 나겠지?" 이렇게 차근차근 풀어가 보세요.


2) 좋은 책을 읽어주세요. 책은 어휘가 담겨있는 보물창고입니다. 일상에서 생각하지 못했던 어휘들을 마주할 수 있어요. 위의 대화 예시는 일상에서 매일 일어나는 대화는 아닐 수 있습니다. 좋은 책은 무엇일까요? 바로 아이가 선택한 책입니다. 아이가 선택한 책 안에서 그림을 충분히 함께 탐색하고, 어휘를 살펴보면서 좋은 책을 읽어주세요.

'마태효과'를 알고 계신가요? 사전적 의미는 부자는 더욱 부자가 되고, 가난한 자는 더욱 가난해지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 이렇게 나오는데요. 읽기에서도 마태효과가 존재합니다. 더 많이 읽을수록 더 많이 읽게 되고, 그럴수록 어휘력이 더 풍성해짐을 의미합니다. 반대의 경우는, 읽지 않으면 어휘력이 또래에 비하여 성장하는데 제한이 있고, 읽어도 어휘의 의미를 모르기 때문에 책과 더 멀어지는 거지요. 좋은 책을 읽는 것은 좋은 어휘를 만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입니다.


3) 아이와 일상에서 많은 대화를 나누어주세요. 여기에서는 아이의 말을 들어주는 엄마의 따스한 눈빛이 있어야 합니다. 아이는 재미있는 것, 궁금한 것, 호기심을 갖고 있는 것에 더 집중하며 귀를 기울입니다. 아이의 말에 반응해 주며 아이의 생각을 들어주는 엄마의 모습은 아이가 자신의 생각을 펼칠 수 있는 지지대가 될 수 있습니다.


아이와 함께 해외여행이나 유적지를 방문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도, 아이와 함께 관련 영화나 영상, 책을 보며 대화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특히, 유아기 때는 아이가 호기심을 갖고 더 알고자 하는 마음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경험이 아이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고 키울 수 있는 바탕이 될 수 있을 거예요.



어휘력은 짧은 기간에 길러지지 않습니다. 오늘부터 시작해 보세요. 다만, 그동안 어휘력을 길러주지 않았다고 자책하는 마음을 갖지 마세요! 문해력 성장을 위한 어휘 공부가 아닌, 일상에서 편안하게 어휘를 녹여주세요. 그런 일상을 위해서는 양육자에게도 읽고 쓰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어휘력을 주제로 하는 이야기는 한 편의 글로 부족하기에, 글이 두서없이 적힌 것에 죄송한 마음을 담아 글을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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