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봄교실 기사를 마주하며.
아이가 올해 7살이 되면서, 자연스레 초등 돌봄에 대한 기사에 시선을 더 머무르게 된다. 유모차를 끌고 점심식사 직후에 산책을 갈 때도 교문 앞 엄마들의 모습을 보며 걱정이 되었는데, 내년이면 나의 일이 된다니. 빠르게 성장한 아이를 보며 애틋한 마음이 드는 것과 동시에 염려가 커지는 것도 사실이다.
세간에는 늘봄학교에 대한 이야기로 떠들썩한 것 같다. 교육 관계자도 학부모도 이슈가 되지 않을 수 없다. 워킹맘의 입장에서는 '반갑다'기보다 '당황스러운' 느낌이 먼저 들었다. '아이가 학교에 8시까지 머무를 수 있다니 너무 다행이야.' 이렇게 생각하는 부모가 몇이나 될까?
어른인 나도, 우리도, 직장에 오랜 시간 머무른다는 상상만 해도 답답한 마음이 드는데, 이제 겨우 8살 된 아이들이 12시간 가까이 학교에 있어야 한다면. 과연 아이들의 정서가 안녕할 수 있을까. 학창시절을 떠올려보면, 8살 때가 생생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학교가 일찍 끝나는 날을 가장 좋아했던 그 설렘은 뚜렷하게 기억에 남는다. 우리 아이들은 그러한 설렘과 추억을 만들 수 있을까.
나는 프리랜서로 근무하고 있다. 아이들을 만나는 직업이기에 아이들이 하교한 이후, 하원한 이후에 나의 직장은 활기를 띤다. 그 시간에 나의 아이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엄마를 기다렸기에 교육 담당자와 아이의 마음, 부모의 마음이 모두 조금이나마 이해가 된다.
8살은 언어발달 측면에서는 제법 어른과 같은 화법을 구사하는 듯해 보인다. 그럼에도 아직 아이는 '발달과정 중'에 있다. 이제 막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시작한 아이는 보이지 않게 고군분투하며 속한 집단인 학교에 적응 중이고, 또래 관계에도 적응해나가야 한다. 이전에는 한글만 읽어도 칭찬이 가득했던 가정 안에서 학습이 이루어지고, 알게 모르게 엄마아빠에게 학습에 대한 압박을 느끼기도 한다.
집에 오면 엄마아빠에게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고, 함께 숙제를 하고, 휴식을 누리는 시간은 아이에게는 다음날 학교 생활을 지낼 수 있게하는 자원이 되어준다. 아이는 여전히 논리력, 사고력,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과 배려심을 배워야 하고, 부모도 아이의 학년이 올라가면서 함께 성장해야 한다.
돌봄 시간을 오래 늘리는 것보다, 엄마아빠의 퇴근 시간을 조금 더 보장해주는 문화가 형성되는 것은 어떨까? 자녀 초등 입학 이후의 여성 경력 단절은 이루 말할 것도 없이 답답하고 눈물나는 주제이지 않을까. 초등 1-2학년 때 엄마아빠의 퇴근 시간이 조금만 보장 된다면, 아이는 그 기간동안 고학년을 잘 지낼 수 있는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주변에 싱글 또는 비양육 부부들이 자녀를 낳기 두려워하는 이유 중 하나는 아이를 양육하는 모습이 힘겨워보이는 선배 엄마라고 한다. 저출산을 염려하고, 예산을 돌봄에 쓰는 것도 좋지만, 일하는 엄마가 늘 품고 있는 바람은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라는 것. 더 나은 정책이 나오기를 간절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