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말선생님 Feb 08. 2024

아이와 놀아주기가 막막한 엄마에게.

편안하게 시작해보세요.

언어치료 현장에서 영유아를 마주할 때 가장 유용한 도구는 놀이입니다. 놀이만큼 자연스럽게 아이의 언어를 촉진할 수 있는 수단이 없기 때문이지요. 놀이는 '언어는 재미있게 배워야한다'는 법칙을 따를 수 있는 길을 안내해줍니다.  


가정에서의 놀이는 어떠할까요? 많은 부모님들은 아이와 가정에서의 놀이를 어려워합니다. 저 또한 아이와의 눌이가 매순간 순탄했던 것은 아니에요. 아이가 예상치 못한 돌발행동을 하거나 집중하는데 어려움을 보일 때도 있었고, 장난감을 시시하게 느낀 적도 있었습니다.


육아서를 읽을 때, 부모교육을 들을 때, 장난감을 주문할 때의 마음가짐을 유지하기가 정말 쉽지 않음을 매 순간 깨닫고 또 깨달았어요. '내가 잘 놀아주지 않아서 그런걸까?', '내 아이의 주의력이 낮기 때문일까?', '장난감 수가 부족해서 그럴까?' 나름의 분석을 해보아도 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장난감 광고 속의 아이, 육아서를 읽거나 부모교육을 들으며 그렸던 아이의 모습은 놀이에 집중하며 엄마와의 시간을 즐기는 듯 보입니다. 아마 가정에서 이러한 놀이가 쉽지 않기 때문에 치료실에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경우도 있을 거예요. 전문가와 아이의 놀이를 관찰하다 보면, 그동안 놓치고 있었던 몇 가지가 보인다고 말씀하시기도 합니다.


1. 아이에게 질문이 너무 많았어요.


이 부분은 어쩌면 평생의 부모 과제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내 아이이기에 질문이 나오는 거라고 합리화해도 반박할 거리가 없지요. 아이가 잘 이해하고 있는지 그전에 알려주었던 단어를 기억하는지 알고싶은게 부모 마음이니까요. 사교육을 시작했다면 그 마음의 크기는 더 커집니다. 확인하고 싶고, 물어보고 싶고, 체크해보고 싶습니다.


그런데 이 시간은 '놀이' 시간이랍니다. 아이가 그대로 즐기는 시간이 되어야 합니다. 어른들 또한 놀이 공간에 초대받았는데 질문이 이어진다면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일 거예요. 질문을 하고 싶다면 코멘트로 대체해주세요. "이건 사나운 사자야. 이빨이 아주 뾰족하지!" 이렇게 말해주는 거지요. "이게 뭐였지? 호랑이 친구 있잖아. 사나운 동물." 이렇게 말하는 순간보다 아이의 반응을 훨씬 더 빨리 유도할 수 있습니다.


2. 아이의 행동이나 말에 반응해주지 못했어요.


물론, 놀이시간 내내 아이의 모든 행동과 말에 반응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아이는 끊임없이 움직이고 알 수 없는 말을 하기도 하지요. 그럴 때는 아이에게 '엄마가 너의 행동과 말에 집중하고 있어' 이 사인을 보내주세요. 호응해주시면 된답니다. 아이의 모든 말을 따라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우와, 멋진걸!", "정말 잘 만들었다. 엄마도 따라해봐야지.", "이건 뭐야? 정말 신기하다. 엄마도 알려줄래?"


어때요? 아이가 이러한 말을 들으면 '엄마가 오늘 나에게 관심이 있구나! 엄마랑 더 신나게 놀아야지!' 이러한 생각을 할 수 있겠지요?


3. 제가 오히려 집중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아이와의 놀이시간 만큼은 스마트폰은 살짝 넣어주세요. 사진으로 남기고 싶다면 잠시 찍은 후, 스마트폰에는 시선을 두지 않아야 합니다. 아이는 엄마와의 놀이에 집중하고 있는데 아이 사진을 찍다보면 순간 카톡과 sns 알람이 뜨기도 하거든요. 아이와의 놀이시간은 확인도 잠시 미루어주세요. 아주 급한일이 아니라면 말이지요.


아이는 엄마와 함께하는 시간 자체를 즐기고 행복해하는 경우가 훨씬 많답니다. 엄마가 어떤 계획을 하고 목표 어휘를 가지고 있는지는 큰 관심이 없거든요. 그저 재미있고, 사랑받는 느낌이 든다면, 아이는 마음껏 자신의 무대를 펼쳐갈 거예요.


엄마도 한 템포 쉬어가며 아이를 관찰해보세요. 무언가를 해주려는 마음보다 아이가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고, 아이의 행동을 관찰해보세요. 어떤 말을 들려주어야 할지에 대한 가이드를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놀이 시간을 길게 유지하고 그 시간을 통해 아이와 깊이 상호작용하기까지의 시간은 아이들마다 다릅니다. 각 가정마다 다르고요.


주변 육아가 아닌 내 아이에게 초점을 맞춰보세요. 아이는 몇 가지 장난감만 있더라도, 봄날 핀 새싹과 작은 돌만 있더라도 마음껏 자신의 공간을 꾸려갈 수 있답니다. 모든 엄마는 내 아이를 관찰하고 놀이 공간을 가꿀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요.

이전 05화 8시까지 학교에 머무르면, 행복할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