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_적인 영어 교육을 시작하며.

3살 아이와 함께 시작하는 영어 그림책.

by 말선생님

아무리 사람의 말을 잘 번역해주는 AI가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있다고 할지라도, '영어 교육'의 열기는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 같다. 예가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 출산 후 현장에서 일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색에 대한 질문을 하였을 때 10명 중 7명은 영어로 색의 이름을 답해주었는데 당시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언어발달의 빠르고 느리고의 여부와는 상관없이 여전히 영어 교육은 우리에게는 놓쳐서는 안 될 중요한 과제다.


육아 또한 생각해보면 내가 세운 가치관과의 싸움인 것 같다. 처음 세웠던 가치관을 세상의 흐름 속에서 얼마나 잘 지켜내는지 또 얼마나 유연하게 바꾸어가는지. 물론, 그 형성된 가치관 안에는 아이의 생각이 포함되기보다는 부모의 의지가 90% 이상이다.




곧 30개월을 앞두고 있는 아이의 어린이집 방학 기간과 맞물려서 영어 그림책을 조금 더 본격적으로 보여주기로 했다. 물론, 이 안에 미디어는 거의 들어가지 않는다. 30개월 아이에겐 화면 속 영상이 주는 화려한 자극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온이가 좋아할 만한 그림체로 그려진 그림책을 선택하고, 미리 유튜브로 그림책 읽어주는 영상을 찾아보며 발음을 익혀둔다.

한국어 그림책과 영어 그림책을 읽어주는 방식은 아직 온기가 영유아 단계여서 그런지 큰 차이는 느껴지지 않았다. 단지, 영어는 억양이 강조되어야 할 때는 억양을 더 신경 써서 읽어주어야 했다. 그리고 회화적인 표현들을 읽을 때는 당황스러움, 기쁨, 슬픔, 화가 나는 감정을 더 강조해서 읽어주는 것. 반복되는 단어 표현은 어려 번 온이에게 들려준 후, 그 단어가 나오는 그림이 나올 때에 온이에게 그 단어를 말할 기회를 주었다. 엄마가 "Yummy~"까지 말하면 아이가 그 뒤 말을 채우며(Yucky) 하나의 놀이를 만들어가는 방식으로 영어 그림책을 시작하고 있다.


나의 글을 읽다가 보면 '왜 저렇게까지 미디어를 기피하지?'라는 생각을 하실 수도 있겠지만, 온이를 임신했을 때부터 적어도 3세 전에는 미디어 노출을 삼가자는 내가 세운 하나의 가치관이었다. 그리고 현장에서 말이 늦은 아이들의 언어 발달과 상호작용을 평가하면서, 미디어 노출은 최대한 늦을수록 좋다는 의견에 대한 실제적인 근거를 마주하는 것만 같았다.


어쩌면 아이들이 바라는 것은 실제 원어민의 발음으로 유창하게 대화를 하는 것보다는 책을 읽어주는 사람과의 교감일 것이다. 나의 관심사에 따라, 내가 머무는 그림책 속 그림에 따라 엄마나 아빠가 '맞춤형'으로 그림책을 읽어준다면 그보다 더 좋은 것은 아이에게는 존재하지 않는다. 영유아를 대상으로 만든 그림책은 아이와 눈을 마주하며 스킨십까지 자연스럽게 이어갈 수 있는 주제와 내용이 많다. 아이와 마주 앉아서 제목을 읽어주며 시작했지만, 계속 그림책을 읽어주다 보면 어느덧 아이는 엄마의 무릎에, 그리고 엄마의 가슴으로 다가와 안겨있다.


아이의 영어 그림책을 본격적으로 시작해보면서 잠시 90년대로 시간여행을 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영상은 노출되지 않게 영어 그림책을 읽어주는 유튜브 채널을 틀어놓기도 하지만 약간은 아날로그적인 방식으로 아이에게 영어 그림책을 읽어주고 있다. 그렇게 영어 교육에 첫 발을 내딛는다.


어쩌면 영어 그림책을 시작하는 것조차 아이에게는 혼란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에 아이에게 부담감이 느껴졌거나 영어 그림책을 거부했다면 아예 시도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남편은 영어교육을 전공했고 나는 영어와는 거리가 다소 멀지만, 온이에게 영어를 통하여 엄마와 놀이하는 법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리고, 우리 부부는 아직 아이가 더 자랐을 때에도 아이를 영어 유치원에 보낼 계획이 없다. 온이가 나도 보내 달라고 떼를 쓰거나 국제학교에 입학해서 유학을 가야 한다면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많은 단어를 영어로 유창하게 이야기하고 외국인 친구와 거침없이 대답하는 아이의 모습, 우리의 부모세대가 바랐던 내 자녀가 외교관이 되는 모습을 상상하자면 지금의 선택이 아이를 뒤쳐지게 만든다고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아직까지는 나의 아이는 엄마, 아빠가 자신을 존재 자체로 사랑해주는 것을 더 원한다. 아이가 말하고 있는 것, 시선이 머물러 있는 것을 함께 보고 아이에게 반응해 주기를 원한다. 아이가 말한 단어에 격하게 박수를 쳐주고 엄지 척을 해주며 엄마, 아빠의 시선을 한 몸에 받기를 원한다. 이 순간만큼 아이가 언어 자극을 잘 흡수할 수 있는 환경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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