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로 지친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미디어 세상 속에서 지켜야 할 것.

by 말선생님

#Intro.

어느덧 7월이 왔다. 올 상반기는 '코로나'가 다 가지고 갔다고들 이야기한다. 정말 그렇다. 2월은 조마조마하다가, '설마' 하다가, 3월은 교육부의 개학 연기 발표를 보다가, 4월부터 6월은 새로운 등교 체제에 적응하면서 금세 지나가 버렸다.

특히, 초등학생 이상의 부모님들께서 많이 지쳐있으시리라 예상된다. 이건 전업맘과 워킹맘의 차원이 아니다. 아이들도 부모님들도 한 학기 동안 숨 가쁘게 들려왔기에. 에너지가 방전되어 가고 있다.



#1. '미디어'가 대신 채워가고 있는 것들.

오프라인 수업이 없는 날 아이들은 온라인 수업을 받고 있다. 아이들이 온라인 수업을 받노라면 더 힘이 날 줄 알았다. 등교하는데 드는 에너지도 줄어들고 아이들끼리 만날 때 일어날 수 있는 또래 갈등도 훨씬 줄어들거라 생각했기 때문에.

그런데, 중고등학생 혹은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의 아이들에게는 그럴 수 있을지 몰라도 치료실 안에서 만나는 아이들에게 '온라인'은 너무나 힘든 산이었다. 어른들도 그렇다. 누군가 옆에서 통제해주지 않는다면 인터넷으로 강의를 듣는 건 정말 쉽지 않다. 나도 모르게 채팅창을 켜게 되기도 하고 눈은 이미 다른 사이트에 가 있는 경우가 많다.



치료실에서 한창 학교 생활, 이제는 익숙해진 새로운 친구의 이름, 현장 학습 다녀온 이야기가 나올 5월은 더 이상 학교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다. 학교 이야기보다는 가정에서의 답답함을 볼 수 있었고, 부모님들 또한 너무 지쳐 계셨다. 점점, '치료실을 찾는 아이들은 주의집중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라고 단정 짓고 싶지가 않았다. 이건 우리 모두가 안고 가야 할 사회적인 숙제가 되어가고 있구나.


코로나 이전만 하더라도, "선생님, 아이패드로 한글 공부하면 안 될까요? TV로 공부하면 안 될까요?"라는 질문에, "웬만하면 종이가 좋죠. 결국, 학교에서도 연필과 책으로 공부하고 시험을 보게 될 텐데요." 이렇게 답을 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생각보다 이러한 부분을 궁금해하시는 부모님들이 많아 계셨고, 나 또한 내가 이야기하는 게 정말 이 시국을 지나가면서 올바른 정답일지 스스로에게 다시 질문하게 되었다.

평소 존경하는, 난독증 치료에 일가견이 있으신 선생님께 살짝 여쭈어 보았다. '미디어' 시대에는 어쩔 수 없이 아이들도 그 시대의 흐름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이제 한글도, 여러 가지 정보들도 '종이'로만 습득한다는 것은 어쩌면 옛이야기가 되어가고 있다.


이는 아직 아이패드로 뽀로로 영상을 비롯한 캐릭터 영상을 본 적이 없다. 다행히 신랑과 뜻이 맞아서, 식당에서도 우리가 힘든 것을 견디는 게 미디어를 보여주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온라인 예배를 드리게 되면서 우리 아이도 25개월 만에 미디어를 접했다. 여전히, 아이가 TV를 가리키며 '노래 틀어줘'라고 말하는 게 두렵기도 하다.



#2. 그림책이 채워줄 수 있는 것.

미디어로 한글을 습득하고 세상 지식을 얻을 수 있지만 그래도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 주어야 한다. 내가 치료실 안에서 그림책을 읽어준 이유 또한 아이들이 책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는 걸 느꼈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나 또한 수업 목표 활동을 마치면 보드게임을 진행하거나 놀잇감을 제시해 주기도 했다. 영유아 수업을 할 때는 여전히 그렇게 진행하고 있지만, 작년 한 해를 지나면서 보드게임의 자리는 점점 그림책으로 채워졌다. 물론, 사회성이나 그 외 게임이 필요한 목표가 있다면 망설임 없이 게임을 진행했을 것이다.

초등학교 고학년 친구들에게 인기가 아주 많았던 책이다.


그림책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 '그림'이다. 많은 부모님들께서 그림책을 읽다 보면 글자를 더 일찍 깨우치게 될 거라고 기대하시는 경우도 있다. 틀린 생각은 아니지만, 그림책의 가장 중심은 '그림'이다. 미디어 안에서는 영상 안에 제시된 배경이나 시간의 흐름에 대한 주인공의 변화를 자세히 살펴보는데 한계가 있다. 그리고 목소리 톤이 잘 드러나기 때문에 주인공의 감정을 예측하는데 드는 에너지가 크게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그림책은 다르다. 한 번 읽었을 때, 두 번 읽었을 때 보이는 게 다르고, 주인공의 감정이 또 다르게 보인다.

신기한 건, 아이들의 눈으로 보았을 때, 내가 보지 못하는 것들을 잘 읽어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었다. 그림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만큼은 다소 엉뚱한 대답도 엉뚱하지 않은 대답이 된다. 책을 읽어주는 사람도 질문을 어느 정도 만들어두기는 하지만, 아이들이 이야기하는 것에 따라 질문의 흐름 또한 바뀔 여지가 많다.


#3. 미디어는 그림책의 자리를 채울 수 없다.


요즘은 유아/아동 책들도 책을 읽어주는 세이펜은 물론 버튼을 누르면 동화가 나오는 그림책은 이미 나온 지 오래이다. 나도 현장에서 버튼을 누르면 그림책을 읽어주는 보드북을 종종 사용했었다. 치료사의 목소리를 대신해주기도 하고, 아이들이 이야기를 듣고 질문에 대답하는 하나의 활동을 완성시켜 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와 눈을 마주하며 그림책을 읽어주는 것만큼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 책 표지가 어떤지, 무슨 이야기일 것 같은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그림책을 한번 펼치는 순간 한 페이지 안에서 나올 수 있는 '우리만의 이야기'들이 얼마나 많은데.





전염병은 그냥 그 이름 자체만으로도 사람을 지치게 한다. 아이들에게 또한 그렇지 않을까. 가장 최근에 돌았던 전염병인 메르스 때와는 차원이 다르게 사회가 흘러가고 있다. 마스크와 관련된 아이템들이 판매가 잘 되고, 이미 대기업들은 지사를 없애고 그 비용으로 온라인 플랫폼에 투자를 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어른들이 한 때 '복고'를 좋아하고, 1980년대 분위기를 살린 카페에서 사진을 찍고, 최신 시설을 갖춘 호텔보다 한옥 스테이나 자연으로의 여행이 휴식이 되듯이. 버튼 하나를 누르면 내 손가락 하나로 최고의 힘을 가진 것만 같은 미디어 세상 속에서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그림책'일 수도 있겠노라 이야기하고 싶었다.


<단어 수집가>에 나오는 단어를 적어보고, 뜻을 예측하고, 찾아보았다.



#4. 변화를 맞이해가며 생긴 새로운 고민들.

코로나의 종식을 길게는 2년을 본다고 한다. 2년 이후의 세상은 많이 바뀌어있을 것이다. 요즘 계속 고민한다. 우리 아이들에게 어떠한 것들을 줄 수 있을까. 시대의 흐름에 빠릿빠릿한 사람들은 앞으로를 준비하고 있지만, 아이들이 맞이할 '앞으로'를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내가 만났던 홈티 어머님께서는 이 단어들을 아이의 방 문에 붙여 놓으셨다!


그리고, 지치고 힘든 시간들을 지나온 부모님들. 일터에 나가 있을 때도 아이가 수업을 혼자 잘 들었는지 걱정이 되고, 마음은 아이의 방 안에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가정 안에서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는 것은 엄마 개인의 충전 시간이 줄어들었다는 것인데. 그 방전된 에너지를 어디서 채울 수 있을까.


<걱정 상자> 그림책을 읽고 걱정을 적어 보았던 시간.


#5. 답을 찾아가는 여정.


나는 여전히, 현장에서 뵙는 부모님들께 아이에게 '그림책'을 하루에 5분 이상은 꼭 읽어주시는 걸 권해드리고 있다. 그림책을 읽는 순간만큼은 '한글'에 집중하기보다는 그림과 내용에 집중해주시기를. 또 아이와 그만큼 눈을 맞추며 정서를 읽어 주시기를.

시대의 흐름에 따라 한글 공부 방법도, 수업 방법도, 숙제 제출 방법도 함께 변화하겠지만. 새로운 것이 결코 대신할 수 없는 것을 지켜나가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AI도 언젠가는 심리치료를 할 수 있고, 상담도 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그림책을 통해 서로를 위로해 주었으면 좋겠다.


그동안 고생 많았어.
온라인 수업도 쉽지 않았지?
내가 너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누군가가 되어줄게.



* 한글과 그림책에 대한 더 깊은 이야기는 또 다른 페이지

안에서 더 깊이 나누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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