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이 목표인 소박한 그림책 수업.
지난 두 달 동안 작업한 그림책 작업이 끝났다. 사실, 말이 거창해서 '작업'이지, 처음 만져보는 아이패드(나는 10년 동안 갤럭시 유저다)와 프로크리에이트의 세계에 이제 막 입문한 느낌이 더 컸다. 출판사도 끼지 않고 더군다나 내가 1인 출판사도 아니니까. 그저 취미반이라 하면 부정할 수 없는, 그런 수업이었다. 하지만, 처음 그림책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어서 감사했다.
수업은 코로나 시대인 만큼 zoom으로 진행되었고, 나는 매번 여러 핑계를 이야기하며 과제를 가장 늦게 제출하는 '지각생'이었다. 꼭 그렇게 하려고 한 것은 아니었는데, 수업을 듣는 일요일마다 거의 두 달 내내 비가 왔고, 휴가, 가족 모임으로 인해 수업을 빠진 적도 있었다. 용지 사이즈부터 잘못 설정한 것이 모든 작업을 제출한 이후에 알게 되어서 다시 그림을 그리고 색칠을 하기도 했다.
함께 수업을 듣는 분들은 정말 '금손'이었다.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렸나 싶을 정도로 채색도 잘하시고 스토리 또한 정말 그림책을 보는 것 같이 만드셨다. 나는 그림책을 많이 봐왔다고 생각했는데, 더군다나 아이 엄마인데도 그분들의 감각을 따라갈 수가 없었다. 역시 뭐든지 해봐야 자신의 적성을 찾아갈 수 있는 건가? 이런 생각 또한 들었다. '나는 그림을 그리는 것보다는 글을 쓸 때 더 엔돌핀이 솟는다.'는 것 또한 스치듯 깨달을 수 있었다.
스토리는 엄마, 아빠, 그리고 아이, 이렇게 세 가족이 나오는 이야기다. 주인공을 '말'로 설정했던 이유는 부모님들께 아이의 말을 촉진해주는 방법을 알려드리고 싶은 마음에 자연스럽게 말이 되었다. 이 장면은 그림을 그리고 채색을 할 때 가장 행복함을 느꼈던 장면이다. 엄마는 주인공 망치에게 잠들기 전에 그림책을 읽어준다. 그리고 망치는 하루의 이야기를 엄마에게 전해준다.
그림책으로 출판은 되지 않겠지만, 앞으로 부모님들께 가정에서의 언어발달 촉진 안내를 해야 할 기회가 주어질 때 이 그림을 드리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그림은 부족하지만 메시지 전달은 가능하니까!
얼마 전에 읽은 <어린이와 그림책>에서도 저자는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줄 때에 가급적 질문은 삼가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림책은 어린이에게 한없이
즐거운 것이어야 합니다.
그림책을 읽은 후에 질문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어느 순간 아이는 엄마의 질문에 답하기 위한 준비를 하며 그림책을 읽게 되기 때문이다. 내가 그림책을 좋아하지만 소박하게 한 권 만들어보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생겼던 이유 또한 비슷한 것 같다.
'잘 ' 만들고 싶었기 때문에. 초반에 수업을 신청했을 때는 이로 인해 육아 스트레스가 해소되리라는 생각을 했었지만 수업이 진행될수록 압박감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이 또한, 비록 취미일지라도 '잘'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힘겨웠던 6~8월이 지나가고, 어느덧 9월이 다가왔다. 이제는 밤에 에어컨을 켜지 않고 베란다 문만 살짝 열어놓아도 밤바람이 불어온다. 이른 아침에는 살짝 쌀쌀해진 기온이 느껴져서 이불을 다시 덮고 자는 횟수가 늘어나고 있다.
그림책을 만들면서 좋았던 점 중 하나는 내가 미리 짜 놓은 스토리대로 작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올 상반기는 나의 계획대로 흘러간 것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1급 시험에 합격을 하면 안정적인 곳으로 이직을 할 생각이었고, 아이는 당연히 종일반에 가게 될 줄 알았다.
주 5일 근무를 하지 않게 되더라도 주 4일 이상은 하루 7타임 이상의 수업과 상담을 하면서 수입도 늘리고 저축도 다시 시작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누구나 그렇듯 2020년 상반기의 계획은 10개 중 5개도 이루어지지 못했다. 3개 정도 달성했다면 잘한 축에 속하지 않을까.
이미 짜인 스토리, 선 안에 채색을 하면서 느껴지는 안정감 속에서 왠지 모를 보상을 받는 느낌이었다. 적어도 이 공간 안에서 만큼은 내 마음대로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아이를 재우고 채색을 하는 시간이 기다려지기도 했다.
2020년, 가을이 시작되었다. 여전히 아이들의 입은 마스크로 가려져 있고, 현장체험학습 대신 집에서 엄마와 사투를 벌이고 있지만 가을 하늘은 잠시나마 숨 쉴 구멍을 마련해주는 것 같다.
자연을 함부로 다루었던 인간들에게 벌을 주는 것처럼 느껴지는 2020년이기도 하지만, 올 가을은 지난여름의 힘듦이 자연을 통해서 조금이나마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