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앞마당에는 전갈을 잡아먹는 닭이 산다.

지구를 반으로 접을 수 있다면 6

by 박다예


지구 반대편 브라질 미라솔에 도착하고 며칠 후였다. 밤에 집 앞을 산책하다 깜짝 놀랐다. 공사중인 집 담벼락 위에 정체모를 새들이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어두운 밤, 남의 집 담벼락에서 눈을 번뜩이며 앉아 있던 생명체는 막 브라질에 온 내 눈엔 너무나도 망측하게 생겼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많이 못생겼었다.


“ 이.. 이거 대체 뭐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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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질문에 남편은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이 동네에서 키우는 새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며칠 뒤, 그가 드디어 내 궁금증을 해결해주었다.


“ 걔네 이름은 갈링야 지 앙골라야, 앙골라 닭이라는 뜻인데, 걔네가 전갈을 잡아먹는데. 여기 가끔 전갈 나오거든. 그래서 일부러 키우는거야. ”


맙소사! 그 말을 듣자 닭의 비주얼보다 내가 사는 집에 전갈이 나올 수도 있다는 사실에 등골이 오싹해졌다. 덧붙이자면, 이제 미라솔 살이 2년하고 3개월이 되어 가지만 아직까지 전갈을 본 적은 없다. 다 전갈 퇴치제와 관리실의 관리 덕이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대도시 서울에서 살다 인구 6만의 지구 반대편 시골에 오니, 전에는 상상도 한 적 없었던 동물들이 내 주변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들은 마치 한국 아파트단지의 길고양이나 까치, 비둘기처럼 이 곳에선 아주 자연스러운 동물들이었다.


그 중에서도 오늘은 전갈을 잡아먹는 닭 이름하야 갈링야 지 앙골라와 새끼 손가락 만큼 작고 귀여운 도마뱀, 그리고 앵무새를 소개하려 한다.


우선 앙골라 닭은... 우리 눈엔 별로 닭과 닮아 보이지 않는다. 한국 사람과 브라질 사람이 다르게 생겼으니 닭도 다르게 생길 수 있지 않겠는가? 앙골라 닭은 머리가 작고 몸이 포동포동하다. 대부분은 짙은 회색 몸통에 흰 점이 박혀있는데, 몸 전체가 흰 색인 새도 있다. 얼굴엔 오돌토돌한 돌기 같은 것들이 나 있는데 자연스러운 것이며, 붉은 벼슬이 ‘ 혹시 닭일 수도.,? ’ 하는 힌트를 준다. 이들의 특징은 보면 볼수록 귀엽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볼매’다.


이 닭 덕분에, 미라솔에선 동화속 주인공처럼 새 소리에 잠에서 깨는 일상이 가능하다. 다만 ‘꼬끼오~’하고 울지 않는다. 내가 듣기엔... 꽤엑꽤엑, 소리에 더 가깝다. 이들은 아침 6시쯤부터 울기 시작한다. 덕분에 핸드폰 알람이 필요 없다.


도마뱀은, 어느 날 저녁 양치를 하고 있는데 거울 귀퉁이에서 좀처럼 본 적 없는 작고 귀여운 실루엣이 눈에 띄었다. 뱀이 들어간 이름과 달리 정말 작고 앙증맞았다. 사진을 찍으러 다가가자 도망가는 몸짓이 얼마나 빠른지.. 햇빛이 있을 땐 이 친구들을 좀처럼 보기 어려운데, 밤이 되면 어느샌가 스르륵 나타난다.


집에 놀러오신 부모님도 이렇게 귀여운 애가 있냐며 놀라신 이 친구들은 벌레를 잡아먹는, 이른바 유익한 동물이기 때문에 따로 내쫓지 않는다. 하지만 정말 궁금하다. 낮에는 어디에 숨어있는 거지?


세 번째 소개할 친구는 앵무새이다. 아침마다 나를 깨우는 단골 손님들이기도 하다. 앵무새에는 잊지 못할 추억이 하나 있다. 브라질에는 페스타 주니나라고 7월에 가톨릭 성인들을 기리고 수확을 감사하는 큰 행사가 있다. 브라질 전체가 기념하는 큰 명절이다. 행사 당일, 미라솔 중심가에서 페스타 주니나 행사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간 그날, 마치 디즈니 영화에 마녀가 나오는 한 장면처럼 괴기스러운 풍경을 보았다.


늦은 저녁, 하늘은 어둑어둑 한데 수백, 수천 마리 앵무새들이 나무 위에서 한데 모여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땅바닥엔 그들이 싸놓은 똥들이 가득했고, 새들은 뜻을 알 수 없는 노래를 울부짖었다. 각종 구수한 음식 냄새와 인파들에 섞여 하늘을 수놓은 그들의 모습이 내겐 컬트처럼 느껴졌다. 앵무새도 명절을 축하했던 것일까? 그 후에는 이런 장면을 다시 보지 못했다.


또, 가끔 집 앞에 날라오는 선물같은 새도 있다. 바로 투칸이다. 투칸은 브라질을 상징하는 새로, 아주 긴 부리에 검정 몸통, 알록달록한 색으로 유명하다. 우연히 이 새를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상파울 같은 대도시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지만, 미라솔에선 가끔 집 앞 나무에 앉아 있다. 미라솔은 브라질 내에서도 자연이 잘 보존된 곳으로 유명하다. 새삼 내가 얼마나 아름다운 곳에 살고 있는지 깨닫게 된다.


이국적인 동물들과 어울려 살다가도 문득 떠오르는 풍경이 하나 있다. 바로 우리 집 앞, 감나무를 쪼아먹는 까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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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넘게 살았던 우리 동네 아파트단지 앞에는 감나무가 있다. 가끔, 설거지하다 보면 창문 너머로 감을 쪼아먹는 까치를 보곤 했다.


그때는 이 풍경이 그리워 질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그저 너무나 평범한, 이야기 거리도 되지 못하는 흔한 장면일 뿐이었으니까.


그러나 이 곳에서, 어떤 이국적인 동물을 본다 한들 이 까치처럼 지금 내 마음을 따스하게 데워주는 풍경은 없다. 아마 이 곳에 설거지 하는 내 뒤에 들리던 부모님이 보시던 티비 소리나 근처 초등학교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웃음 소리가 없기 때문인지 몰라도...


지금쯤 까치는 뭘 하고 있을까? 내 고향 감나무는 얼마나 익었을지. 마음속에서 그리움이 몽글 몽글 피어오른다. 그리고 생각한다. 지금 이 순간도 언젠가는 그리운 추억의 한 조각이 될이다. 그러니 마음을 활짝 열고, 순간을 만끽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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