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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호우 사이

2025년에 재현된 인혁당 사건, 사법부의 광기 어린 속도전

by 마음자리
대학교 1학년 한참 멋모를 새내기 시절, 선배에게 시 한 편을 받아 들었다.
행사단상에 올라 시 낭송을 하면 된다는 말만 듣고 따라간 곳.
양심수를 위한 시와 노래의 밤.
그곳에서 8명의 억울한 영혼을 기억하는 시를 낭독했었다.

그 시 속에서 처음 접한 사건이였다. '인혁당'
박정희의 유신정권에 반대하는 대학생들을 진압하기 위해 긴급조치 4호가 발표되고 수많은 학생과 유신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잡혀 들어갔다. 그중 8명이 잔혹한 고문 속에서 북한의 지령을 받은 간첩이 되었고 비공개로 열린 대법원에서 기어이 사형선고가 내려졌다.

1975년 4월 9일 대법원의 사형선고가 내려진 바로 다음날 새벽.
판결 18시간 만에 초속도로 사형이 집행되었다. 유가족들을 다시 만나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온몸이 찢겨나간 고문이 들킬세라 시신은 탈취되고 화장되어 그들은 한 줌의 재가 되어버렸다.

국제법학자협회는 이 날을 '사법역사상 암흑의 날'이라 불렀다.

대법원의 유죄취지 파기환송.

모두가 그럴 리 없다고 했다. 6만 장에 달하는 2심 재판 문서를 하나하나 반박할 시간이 없었을 거라고.

우숩게도 그들에게 2심은 결코 참고사안이 아니었다.

우리의 상상력이 여전히 상식 안에 머물고 있어 그들을 따라잡지 못했다.

지금이 여전히 계엄상황이고 내란이 끝나지 않았다는 걸 받아들여야 했다.

그랬다면 1975년이 그랬던 것처럼, 2025년에 대법원의 이 숨막히는 전력질주가 이상하지 않다.

만약 2심에서 무죄가 나오지 않았다면 5월 1일의 대법원의 유죄확정으로 이재명의 정치생명을 끊을 수 있었던 그들의 완벽한 플랜이었다. 그 계획이 아슬하게 빗나가 버려, 사법부는 정말 엄청나게 바빠졌다.

대법원의 유죄취지 파기환송이 나오자마자 하룻만에 고등법원이 바통을 이어받아 15일 재판기일을 확정했다.

실로 법원이 총알처럼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그들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의 목표는 단 하나다.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는 꼴은 차마 볼 수가 없다.


난새가 영웅을 만든다던가.

이젠 이재명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도 열받아서 지지해야겠다고 할 판이다.

마치 골목에서 매일 깡패들에게 맞고 있는 학교폭력 피해학생을 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잠자코 지켜보자 했던 사람들도 이제 그를 도와주지 않으면 안 되겠다 싶은 불쌍한 지경이 되어버렸고

대통령 대선 여론조사 1위인 후보의 피선거권이 달린 대법원 재판을 9일 만에 마치 택배 총알 배송하듯.

후다닥 유죄 땅땅땅! 이라니...

국민의 선거권을 뭘로 보나 싶은 이 경망스러운 절차.


헌정사상 유래가 없다고들 하지만 그렇지 않다.

국정원과 검찰이 작심하고 조작과 고문을 통해 간첩을 만들고 사법부가 손을 들어준 역사는 셀 수없이 많다.

다만 내란범들의 이 집요한 실행력에 놀랄 뿐이다.

한편으론 만약 12.3 계엄이 성공했더라면 지금쯤 그뿐 아니라 수많은 다른 누군가도 이렇게 속도전으로 범죄자가 되었겠구나를 상상하게 된다.


우월감 콤플렉스의 언어, 경멸


아들러는 자신의 열등감을 도저히 수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우월감 콤플렉스에 빠진다고 말했다.

자신만의 넘볼수 없는 특별함을 지켜야 하는 사람들.

공장에서 노동자로 일했던 천한 일개 변호사가 대통령이 되는 걸 도저히 눈뜨고 볼 수 없는 이들의 적의.

하룻밤의 집중호우처럼 쏟아져내렸다.

모든 실패자를 면면히 살펴보면, 그 사람이 생각하고 있는 특권적인 위치가 쉽게 보인다.
그 사람은 같은 위치에 대한 대가로 간혹 고통과 불만, 죄책감을 지불한다. 그래도 그 사람은 그 자리에서 절대로 철수하지 않는다. (중략) 우월콤플렉스는 자신이 초인적인 재능과 능력을 지녔다고 믿는 사람의 행동과 성격적 특징, 생각에 가장 분명하게 나타나는 것 같다. 탁월한 사람에게 알랑거리거나 약한 사람이나 병든 사람을 지배하려 드는 경향뿐만 아니라 경멸, 개인적 용모와 관련한 허영, 교만, 넘치는 감정, 속물근성, 자화자찬, 무도한 성격, 잔소리, 타인을 경시하려는 경향 등은 우월콤플렉스가 자리 잡고 있는 곳을 가리킨다.
또한 분노와 복수 욕구, 비탄, 열망, 가식적인 너털웃음, 타인의 말을 건성으로 듣는 태도, 상대방에게 눈길을 주지 않는 버릇, 사소한 일에 습관적으로 흥분하는 태도 등도 종종 우월콤플렉스로 이어질 열등감을 가리킨다.
아들러의 [삶의 의미]_우월 컴플랙스 중에서


아들러는 우월감 콤플렉스에 빠지면 스스로 대단히 고통스러워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상대를 경멸한다고 말한다. 하여 상대에게는 인간으로서 가지게 되는 기본적인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것이 자신의 동료인 내란범의 인권을 소중하게 지켜주면서도 나와 상관없을 국민의 선거권은 함부로 짓밟을 수 있는 이유다.


위로와 희망의 시인, 그들이 돌아왔다.



난세는 돌아앉았던 예술가들도 글을 쓰고 노래하게 한다.

더 이상은 터져나오는 저항의 노래를 잠재울 수 없었을 정태춘 박은옥의 귀환.

폭우 속에서도 생명이 피어나듯, 아무도 돌보지 않는 민들레가 세상에 씨앗을 날리듯,
그들은 이 거친 현실 한가운데를 당당히 살아내며 피어나는 우리들의 희망과 용기를 이야기한다.




집중호우 사이

https://youtu.be/ty4 QnpBLXUs? si=dZQBWAyNQ6 QpLiYc

모든 것이 무너지는 참혹한 집중호우 그 사이에도
어린 수국들은 새잎을 틔우고
어린 농게들은 각자의 참호에서 일제히 기어나오리라


민들레 시집

https://youtu.be/1rK3Yci19Sg?si=m-e2ol4_q7cxWy7O

온몸으로 피었다 결국 꽃대만 남아

오래 흔들리는 민들레야

아니, 노랗게 피었다 꿈같은 씨앗 되어

세상으로 흩어지는 민들레야




절망과 비극 속에서, 그 현실을 직면하고 담담히 걸어왔다.

1974년의 인혁당 사건이 그리 참혹했어도 그것이 우리의 길을 막지 못했다.

2025년의 사법부의 광기 어린 폭주.


그들이 아무리 집중호우, 마치 전쟁처럼 쏟아부어도

어린 수국의 새잎처럼, 참호 속에 숨어있던 어린 농게처럼

민들레 씨앗이 되어

더 넓은 세상으로 더 멀리 흩어지리라 믿는다.


이제 압도적으로 승리해야한다

사법부 아니라 그 어느 잡신이 춤을 춘다헤도

감히 범접할 수 없도록

그래야 내란 세력을 역사의 뒤안길로 끌어내릴 수 있다.


상상의 상상을 더하자

우리의 상상은 매번 너무 부족하다.

그리고 다시한번 다짐하자.

이번엔 꼭 800원, 2400원 끄트머리 잔돈 한 푼까지

아주 쪼잔하고 섬세하게

꼭 끝까지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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