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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의 정원이야기 May 31. 2017

詩어느 도라지꽃의 고백_나미래

나미래의 마당 이야기_도라지꽃을 기다립니다

2017년 5월 31일


4월이 되었는데도

도라지의 새잎과 줄기 소식은

더디었다.

 

혹여 해를 넘기지 못한 것은 아닌가

하는 염려를 하기에 바빴다.


여름에 선보일 꽃이니

그만큼 늦게 나오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참 기다림이 박약하다고 해야 하나 원.


작년에 모종으로 심은 도라지는

우리 집에서는 오롯이 관상용이 되어 주었다.

도라지의 하얀 살집보다

흰색과 보라색의 꽃잎이 모아질 날을 

기다리고 기다린다.


원대 주변에

작게 올라오는 잎들을 보니

글쎄

작년에 맺힌 씨가 유실되지 않고  

흙의 공기를 마셨나 보다.


그저 감사하다.  






그대가 그냥 좋습니다

먼 길 돌아오니 그대는 아침부터 저를 기다리고 있네요

불두화 가랑 사이에 고개를 숙이고서 말입니다

그대의 엄마가 좋아하던 꽃이지요

글쎄요 어제를 먹은 이랑의 속살을 더 좋아했을 겁니다

시골 텃밭 흔한 양달에서 여름 햇살을 감싸지요

풀꽃들을 걷어내며 제 몸을 이끌기도 하고요

그대가 보았던 도라지꽃 그 느낌을 뒤뜰로 데려왔군요

화려하지 않아도 눈길이 가는 꽃이었으면 합니다

들꽃의 마음을 듣고 말을 아끼는 꽃이고 싶습니다

그냥 그대가 좋습니다

말없이 다가와 살포시 올려놓고 가는 눈길이 좋습니다

새벽이슬도 아침의 물 한 모금도 맛납니다

무구히, 주변 친구들과 함께 나이 먹고 싶어 지네요

여러 해 얽힌 투박함에도 만족한 눈빛으로 받아 주실 거죠  

이제는 기다림이라는 정을 먹고 가만히 있어야 합니다

그대 곁으로 조심스레 찾아갈게요

흙냄새로 살찌운 몸은 내일이 보고 싶다 하네요

그대도 마찬가지겠지요

무연히 위를 보는 시간도 즐겁게 기다리겠습니다

긴 말을 아끼겠습니다

오늘도 그냥 그대가 좋습니다


<어느 도라지꽃의 고백, 나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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