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가끔 만나는 묵은지 김밥은 우리 부부의 추억을 샘솟게 한다
'김밥이 맛있니'라는 질문에
당연히
'네'라는
대답을 할 수 있게 하는
'너'
김밥 속에
묵은지가 말하네
'먹어봐'라고
나의 심기(心氣)를
자극하네
김밥이 입에서
사르르 녹고
묵은지는
김밥 안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네
<묵은지 김밥, 최지산, 화성시 반송초등학교 3학년>
*엄마가 김장 묵은지를 넣어서 김밥을 해 주시고 맛있게 먹는 느낌을 표현한 시
김장 김치가 아주 잘 익어갈 무렵엔
가끔 김밥을 말아 먹는다.
씻어내지 않은 김장 김치 그대로
김장이 냉장고 안에서
6개월을 지낸 흔적은
달콤함이다.
아이 입맛에 사각사각한 시원함으로
구미를 당기게 하는 그런 맛이다.
잘 익은 김장 묵은지는
새 김치가 없을 때
좋은 반찬이 된다.
날마다 올리는 찬으로도 그
기세가 꺽이지 않는다.
예전엔
겨울이면 김을 직접 만들었던
시절이 있었다.
김장 김치 몇 가닥 넣어
햇볕에 잘 말려진 김을 뜯어
김밥을 해 먹었던 기억이 난다.
늘 배가 고팠던 청소년기에
즐겼던 그 묵은지
김밥의 맛을 아이에게도 선보이게 된다.
아이는
그 점을 잘 묘사한 듯하다.
물론 입도 맛있다고 하니
다행이다.
오래된 추억을 꺼내
아이와 즐거운 웃음이 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