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인의 정원이야기 Jun 03. 2017

詩수반(水盤)_나미래

나미래의 詩와 人이야기_자연과 어울려 사는 기쁨!


말벌들이 물을 채가며

발을 씻고 있다

주인장의 발자국 소리 눈치채고

숲의 그림자 속으로 줄행랑이다


연한 가지는 성글게 맞부딪혀

이끼 위에 작은 응달을 만드니

그곳에 앉아 있는 수반은

달궈진 햇빛에 찬바람 넣어 담는다


물배추가 자라 어느새 새끼를 낳았고

바람은 지나치다

안온한 엄마 품을 기억하는 곳

야생화의 잔치 마당 곁에 한 숨 쉬어간다


꽃잎 빼앗긴 어린 나무는 몇 해를 살다 왔을까

꽃이 피는 날보다 꽃이 없는 날이 더 많은 날을

몇 번 더 먹어야 하는 걸까

나약한 꽃잎, 수반으로 내려와

물그림자 만들고 지친 몸 위로받는다


세지 못하는 날갯짓에

정신을 털린 딱새 녀석이 물가로 다가온다

언어가 비어진 틈을 타 수반에 앉았다

수반 속에 동네 사람들의 쏟아낸 말을 줍는다

아 시원하다


<수반_나미래>





수반을 화산석

작은 마당 정원에 넣어 둔지

한 달 이상이 지났다.


지나가는 동네 사람들도

반갑다 인사해주고,

모여있는 여인네들의 수다도

흡수해주고,

더위도 잠재워주는

수반 속의 물이

이제는 새들과 곤충들의

한 줌의 물을 삼키는 안식처가 되고 있다.


2017년 6월 5일


오늘은 친구까지 데려와

그들의 옹달샘에서 물을

먹고 가는

참새 녀석들을 보았다.


맑은 물을 채워 넣어두어야겠다.



동탄 에이힐스 타운하우스 마당에서

작가의 이전글 최지산동시_묵은지 김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