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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의 정원이야기 Jun 30. 2017

#49 엄마를 너무 사랑하는 퍼그, 나의 일상

똥꼬 발랄 8개월차 퍼그의 성장 과정   


<2017년 6월 28일, 집에 함께 사는 언니가 찍어준 나의 얼굴>



이름은 성은 지요, 이름은 산동, 지산이 오빠 동생이라 지산동. 그 종 여아로 생후 8개월이 꽉 찼어요. 엄마는 8개월 후반부터 집안 이곳저곳에 패드를 깔아 두고 전체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해주었죠. 그전부터 자주 풀어주기는 했지만 집안을 어지럽히거나 용변 처리를 잘못할 때는 바로 펜스 안으로 들여보내졌어요. 흠. 좁은 팬스 집은 답답하긴 했어요. 용변 훈련을 하기 위함이었지만 제가 좀 똑똑해서 벌써 엄마의 의도를 알고 잘 처리해서 이쁨을 받은 터이기도 하지요. 으하하.  


펜스 안에서 몇 분 있으라며 벌을 주기도 했지만, 까맣게 잊고 나를 반나절 이상 넣어두기도 했던 것은 아주 슬픈 일이었어요. 대한민국의 엄마들은 생각할 게 많고 할 일이 많아서 그런대요. 물과 사료를 펜스 안에 넣어두고 안으로 들어가 먹도록 문의 위치도 엄마는 가르쳐 주었어요. 사실 알면서 모른 척했지요. 엄마는 참 가르치는 것을 좋아해요. 사람들 사이에선 그것을 잔소리라고 한다지요. 우리 집 오빠는 그래서 잔소리를 나보다 더 많이 듣는 것 같아요. 아주 불쌍해요.


8개월이 된 저는 능청맞게 장난이 심해졌다고나 할까요. 요령껏 눈치를 보는 습성이 생겼고 말입니다. 급한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하죠. 펜스에 죽어도 들어가지 않으려는 마음을 접고 목이 마를 때는 나름 고개를 넣고 물만 먹고 바로 고개를 빼는 자유를 찾기도 합니다. 이젠 집에서의 생활이 익숙해서 엄마라는 주인을 잘 따르지만 밖이 그리워요. 늘 그리워요. 산책을 하지 않는 것도 아닌데 밖으로 뛰쳐나가려는 본능에 유독 충실한 아이 같다고 하네요.

 


2017년 6월 29일, 8개월 퍼그, 응답하라 엄마!


한번은 엄마가 집안 청소를 하고 있었죠. 방충망을 열어놓고 말이죠. 짜잔. 그런 찰나를 살피고, 7-8개월 사이의 퍼그 산동이 저는 밖으로 뛰쳐나갔죠. 자주 빠져나가는 것을 노리고 있었지만 처음으로 목줄 없이 도로변으로 진격한 사건이 발생한 샘이죠. 제가 그렇게 위험한 일을 한 지 정말 몰랐어요. 타운하우스 우리 집 앞에는 차량이 진입하지 않아 위험이 없을 듯해 보였어요. 그런데 희망이라는 것이 있잖아요. 조금만 더 앞으로 나가고 싶은 욕망. 넓은 차도가 그렇게 위험한 것인 줄은 정말 몰랐어요. 엄마는 동네가 떠나갈 듯이 소리를 질렀거든요. 무언가 큰일이 발생했다고 직감했어요. 산책을 다니면서 익힌 길로 뛰쳐나가려 했는데 너무 흥분해서 차도를 넘었네요. 돌진하는 저를 보고 심장이 그렇게 쫄깃하게 멈춰버린 것은 엄마 생에 처음이었다고 했어요.


<2017년 6월 29일,욕실 청소를 하는 문밖에서 엄마를 기다리며>



위험천만한 일이 있었음에도 저는 밖으로 나가고 싶어 하는 개의 유전자를 충실히 받았나 봐요. 자주 방충망이 열어지는 틈을 노리거든요. 그러고 나서 현관문이 열리는 막간을 이용해 집을 탈출하는 거죠. 엄마나 오빠가 들어올 시간을 잘 체크해두면 가능성이 높아져요. 단, 현관 중문이 닫아져 있을 경우에는 제 계획은 수포로 돌아갑니다. 으흐흐. 제가 몸은 묵직하지만 행동과 발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저도 경이로울 따름입니다. 8개월에 7.2킬로인데 10개월까지 큰다네요. 얼마나 제가 더 클까요? 기대가 됩니다. 저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미친 듯이 뛰쳐나가는 제 이름을 불러 다시 들어오게 한단 말이죠. 심지어 놀고 있는 곳 가까운 곳으로 다가와 간식으로 유도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어요. 따라가지 않고는 참을 수 없는 상황인 거죠. 고양이도 아닌데 놀이터 정자 아래에 쌓인 모래를 뒤집어쓰고 노는 제가 신기하다면서 제 놀이를 이해 못해요. 혹여 먹을 것이 떨어지지 않았나 하는 호기심으로 코를 들이박고 있는 것을 모르나 봐요.

 


2017년 6월 29일, 함께 들어가 자고 싶다고 방문 앞에서 엄마를 기다리는 8개월 퍼그 산동



앞집 꼬마 여자 아이는 저를 무서워해요. 목줄 없이 돌아다니는 저를 보고 놀라 기겁을 하고 눈물을 흘리며 도망을 자주 갔어요. 제가 묶여 있을 때도 멈칫 거리는 것을 자주 봤어요. 그래서인지 개를 가진 우리 라인의 강아지 보호자님들은 목줄을 채워 개를 내보내는 것이 공공연한 예절로 삼고 있다고 하네요. 당연 그래야 하는 것이 맞을 거고. 왕왕 언론의 보도를 통해 개에게 물린 아이들이나 사람들을 보면 안타까움이 전해옵니다. 저는 사람들을 물지 않지만, "우리 개는 물지 않아요."라는 말은 통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요. 저도 저지만 개들은 어떻게 변할 줄 모르는 동물이잖아요. 모두가 주의하고, 보호하고, 주변을 위해 배려하는 모습을 키워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2017년 6월 28일, 언니 그만해! 나 귀 아파>



엄마는 자유롭게 집안 곳곳을 오가도록 풀어놨더니 패드가 펼쳐진 곳 주변으로 용변이 흐르고 있다고 잔소리이십니다. 그래도 패드 위에 조준을 하는 제 모습이 얼마나 대견합니까. 간혹 이불이나 맨바닥에 볼일을 보는 일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열심히 바닥을 닦아주시면 볼일은 꼭 피해볼게요. 요즘엔 엄마와 같이 자는 일이 참 즐거워졌어요. 제 잠자리를 따로 마련해준다고 가족 간 의견을 교환하는 중인 것 같은데 저는 지금이 좋아요. 정말요. 밤마다 귀찮게 껌딱지가 되어 쫓아다닐 거예요.  

  


외출한 엄마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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