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의 삶이 있는, 야생화 가득한 작은 마당이 있는 타운하우스 이야기
엄마가 되어 만들어낸
어느 한 맛 부족한 저녁을 먹고
아이에게 눈짓을 보낸다
‘나가자’
해거름부터 읽다만 책을 든다
가방 안에서 어둠을 끌어 안은 녀석
나무 테이블 위에서 하루를 지키는 녀석들
책은 내게 다가와 말을 건넨다
오늘도 네가 찾은 문장들과 대화를 하라고
아들은 초등 3학년
학교를 잊어버린 나는 4학년
우리들은 모깃불에 몸을 내어놓고
밤바람을 품 안에 넣기 시작한다
다시 읽기 시작한 토지(土地)
귀한 문장을 뽑아낸 그녀의 필력에
고개는 책장으로 내려가 오르지 못한다
아들은 20년 동안 아이들의 고전이 된
해리포터에 눈을 붙이고
엉덩이를 끌어당기는 힘이
가볍지 않아 아이의 저녁 곁두리가 되고 있다
학년을 구분하지 않는다는 수학놀이
문제집에 빨간색 커다란 하트는
오답노트가 끼어들지 않는 웃음 증표가 된다네
길을 잃은 처마의 빗방울이
제 집을 찾아가는 시간은 더디기만 하다
책의 힘은 공감을 위한 마중물이 되는 거라고
언젠가 아들에게 전한 적이 있었지
아이는 한 모금 한 모금 책을 마신다
늦은 밤공기는 머리에 오르고
잠자리가 무거운 발걸음이
모자(母子)의 책장을 덮는다
<저녁을 먹고, 나미래>
여전히 자연의 공기를 흠뻑 마시고 사는 일은 즐거운 일인 것 같습니다. 무거운 열기가 몇 번씩 몸을 지나갈 때는 햇발을 피해 집안으로 들어오기도 하지만 초저녁이 되면 진정한 자연과의 시간이 펼쳐지지요. 각자 읽고 싶은 책을 들고, 읽다만 책을 들고 마당 테이블로 나갑니다. 조용해서 행복한 시간, 그리고 다른 의미로 또 집중할 수 있는 시간, 밤이슬이 더해지는 밤공기의 시원함에 우리 모자는 즐겁습니다.
작년에 친정 시골에서 공수해온 트레비소 쌈채소입니다. 몇 번 옮겨 심은 탓에 생장이 조금 더딘 것 같은 느낌을 받네요. 이 녀석은 꽃대가 길게 정신없이 펼쳐져 보라색 꽃을 피워내지요. 작년에 트레비소 김치를 담아먹은 글을 올린 적이 있었는데 함께 공유합니다.
https://brunch.co.kr/@mire0916/22
장미는 꽃이 지고 난 자리를 다시 가지치기를 해 주었죠. 그곳에서 다시 꽃대가 올라오기를 반복하면서 꽃을 피어내고 있습니다. 밖에서 부엌 안이 다 보이는 것이 불편해서 장미로 그 공간을 막아내려고 심기 시작했는데 충분히 역할을 해 내고 있는 듯합니다. 옆에 포도나무도 한 그루 심었는데, 올여름을 잘 넘기고 살아남기를 바라봅니다.
클레마티스(큰꽃으아리)와 몬테나으아리가 섞어져 넝쿨을 이루고 있는데요. 이 녀석들 때문에 만든 아치에서 4월에 꽃을 한 번 피어주었고요. 다시 7월이 가까워지니 다시 한번 꽃대를 올려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저 위에 꽃봉오리가 하늘을 향해 오르고 있네요. 키가 닿지 않아 의자를 받쳤음에도 사진이 잘 잡히지 않네요.
이렇게 꽤 많은 꽃대가 올라왔습니다. 넝쿨의 성장이 눈에 보이도록 변화를 느끼는 식물인 것 같아요.
꽃양귀비가 일찍 꽃잎을 떨구더라고요. 많이 아쉬워하고 있었죠. 그런데 꽃잎이 큰 녀석들은 며칠 더 가는 것 같습니다. 제일 왼쪽에 있는 녀석은 3일 정도가 되었는데도 고운 자태를 오래 보이고 있더라고요. 키가 작거나 영양분이 부족한 상태에 노출된 녀석들이 바로 꽃잎을 떨구나 봅니다. 울타리 안에서 7월까지는 여전히 피고 지고를 반복하면서 즐거운 눈요기를 줄 녀석이 고맙습니다. 저녁이 되면 하늘거리는 소리가 귓가에 번지는 듯하다고나 할까요.
얼마 전에 올린 <꽃양귀비의 뜰>과 <꽃양귀비> 시도 함께 올립니다. 우리 집 마당에서 처음 피어낸 꽃양귀비가 신기하고 매력적이어서 시선을 빼앗긴 그때의 마음의 표현이었다고나 할까요.
https://brunch.co.kr/@mire0916/157
요즘 아이는 저녁을 먹고 난 후, 한 권 한 권 사다 모아가는 해리포터의 시리즈에 뿌듯해하며 달빛과 전등 불을 벗삼아 책을 읽고 있네요. 벌써 4권의 2부를 읽고 있는 게 대단합니다. 우리의 저녁은 당분간 계속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