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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의 정원이야기 Jul 09. 2017

오름의 끝판왕, 새별오름

제주도 서쪽 여행_꼭 가봐야 할 제주도 오름

새별오름은 웅장한 능 같은 모습으로 우리를 맞이했다. 어두운 안개가 우리의 앞선 미래를 예견하는 듯했다.


<새별오름에서 비를 맞다, 나미래>


들불축제의 붉은 혼이 자란다

억새 능선은 서로 목을 내밀고

인정사정없는 들바람은

안개비가 되어 나붓이 내려앉았다


급경사에 당황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고

시감(詩感)을 엮으며 걸으니

헐떡이는 작은 인내의 보답으로

입술 위에 살포시 빗물 올려준다


초록이 시간을 키우고

오랜 기다림은 들불로 타오르겠지

바람과 물과 화산송이를 태워

들풀이 향이 되어 봄을 맞을 것이다


허리를 엎드린 이름 모를 야생화

꽃잎 위로 안개 바람 지나니

낮게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된다

예쁘다


물 만나러 나온 벌레들이

아무렴 우리를 보고도 숨지 않는다

매초롬한 새별오름이 너희들의 집이었구나

우리가 손님이었구나


*화산송이, 제주도의 붉은 흙을 뜻하는 말



새별오름의 들풀_웅장한 자태에 기가 눌려, 금방이라도 내릴 것 같은 비를 따라 올라야 하나 잠깐의 고민을 하기도 했다.


비가 뿌린다.

새별오름의 오르막이 험해 보인다.

미처 물을 준비 못하고

오르게 된 것은

조금 후회가 되었다.

떨어지는 빗물이

입술을 적셔주는 감동이 없었다면

아마, 힘들었다는 소리가 전부였을지도.



제법 짙어지는 비바람이

무섭기까지 했다.

그래도 완주를 포기하지 않고

서서히 오른 우리들의 인내에

박수를 보냈지 싶다.

아들의 적극적인 표현 의사의 의지가

없었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제주도는 높은 건물들이

많이 없는 매력이 있다지.

웅장한 능을 연상하듯

입구에서 새별오름의 광경에

넋을 뺐던 것이 이곳의 첫인상이었다.

정월대보름을 전후하여

들불축제가 열린다는데,

이 넓은 대지가 비어있는 이유를 알겠다.



<새별오름, 반송초등학교 3년, 최지산>


들풀의 향기가 오름에 내려앉고

안갯속 들풀이 살랑거리네


바람의 물결이 거세지고

바람과 함께 비바람도 거세네


오름의 경사 속

들풀들이 우리를 반겨주고

비와 함께

걸으니 안개나에게 달려오고 있네


거센 비바람이

들풀의 향기를 옮겨주고

들풀은 비를 맞고 있네


새별오름의 경사는

나의 다리 힘을 빼게 만들고

그 속에 비바람도 나의 다리를

엉키게 만드네


새별오름은 오름의 끝판왕




아들도 시를 한 편 남겨주었다.

새별오름을 내려오며 아들이 혼자 중얼거렸던

한 마디를 나는 기억했다.

집에 돌아와 시를 한 편 쓰게 할 때

그때 했던 말을 자극제로 넣었더니 바로 수긍하는 눈치였다.


시가 나오지 않을 상황이 아니구나!




30분이면 왕복할 수 있는
거리여서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다.

비가 내리지 않았다면

위와 같이 나열할 터인데

안개비와 비바람이

발목을 조금 잡았다고나 해야 할까.

조금 힘들었다!!!

그렇지만, 억새가 한창 자라고 있는

초록의 오름 산책은  

환상적인 계절의 향을 얻어오게 했다.


정월대보름을 전후하여

이곳에서 열리는 들불축제는

오름 중에서 유일하게 제주도에 남아 있는 전통 행사라 한다.


비옷을 준비했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래도 시원한 바람을 맞은 행복,

비바람도 머리를 씻겨주는 시원함이 공존하여

성공적인 오름의 오름으로 기억된다.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 산 (애월읍), 남봉을 정점으로 남서, 북서, 북동 방향으로 등성이가 있으며, 등성이마다 봉우리가 있다. 서쪽은 삼태기 모양으로 넓게 열려있고, 북쪽은 우묵하게 파여 있다. 마치 별표처럼 둥그런 표창 같은 5개의 봉우리가 존재한다. 전체적으로 풀밭을 이루나 북쪽 사면에 일부 잡목이 형성되어 있고, 서북쪽 사면에 공동묘지가 조성되어 있다. 저녁 하늘에 샛별과 같이 외롭게 서 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 표고 519.3m / 비고 119m / 둘레 2,713m / 면적 522,216㎡ / 저경 654m_(다음 백과사전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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