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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의 정원이야기 Jul 09. 2017

금오름, 어색함에서 친근함으로

제주는 오름 공화국이다. '이효리뮤비오름'으로 이름을 알린 그곳!

금오름의 분화구(굼부리)에는 가물었던 날씨 탓에 물이 말라 있었다.



유명 여가수가 뮤직비디오에 출현한 곳. 제주도 서쪽 금오름에 가보고 싶다는 욕망이 끓었던 것은 단순했다. 제주도 동쪽은 지금까지 이 다녔던 곳이다. 들은 제주도 서남부 지역을 가보고싶었나 보다. 아이의 의견을 반영하여 자주 가보지 못한 서쪽으로  향한 것이다.


그렇다면 정보 전달을 충실히 한 그 TV 안에서의 모습은 나에게, 아들에게, 어떤 풍광으로 다가올지 궁금했다. 여행자의 마음은 발로 밟은 여행지를 바라보며  여러 감상에 젖게 마련이니까. 나 또한 시 몇 편이 나왔으면 하고 바랐다.



금오름에 물이 차면, '금악담'이라 한단다. 금악오름, 검은오름이라 함께 부르는 데서 그 이름의 유래가 보인다.



버스 여행을 계획했다 렌터카로 바꾼 것이 이곳을 올 수 있게 한 결정적 이유가 되어주었다. 버스가 아니었다면 택시를 타고 이곳까지 왔어야겠지. 정상에는 차를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이 있었지만 생각보다 좁았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든다면 오르고 내리는 차들이 일방통행 크기의 일차로에서 당황할 것으로 보였다. 나 역시 금오름 내리막길에서 올라오는 차와 맞닥들이게 되었다. 초보자 운전자였던 것 같은 상대 아이 엄마의 운전에 넋 놓고 쳐다볼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상황을 바투 내 눈 앞에서 경험하기도 했다.




<이효리오름, 나미래>


방송에 입말을 내보이면

그새 시선은 한 곳으로 끌리지

모든 지역 다 그런 마음 아니지만

나도 언젠가 많은 그곳에 있고 싶었어


예쁘게 잘 사려하는 제주도 이효리 모습

음악으로 다시 대중을 사로잡는다

'유명하지만 조용히 살고 싶다고,

이루어지는 꿈만이 꿈은 아니라고'

그녀는 어딘가의 방송을 타더라


제주도 서쪽이 숨겨놓은 금오름

동네 사람들은

금악오름, 검은오름으로 부른다지

이효리오름,이효리뮤비오름

처음은 그녀 이름의 오름이었다네


제주도와 한라산이

굼부리 안으로 다시 들어가

호기로운 바람에 입을 맞추는

야생화와 들풀들을 숨겨놓았다


금악담에

바람의 그림자를 지우고

이제는

사람들의 소리가 걸치려나




호텔에 들어와 인상 깊었던 금오름에 대한 시의 초안을 작성해두었다. 결국 최종 다듬기는 집에 와서 조용히 작업을 해야 했지만 금오름의 굼부리(분화구)에 들어갈 수 있었던 기억은 생경하다.




분화구를 따라 30분 정도 한 바퀴를 돌 수 있는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었다. 조금은 거센 바람을 맞고 정상에 놓인 평상에 앉아 잠시 쉬어가는 여유를 만난다면 금오름은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올 것 같았다.

 



저 멀리, KBS 중계탑이 눈에 들어온다. 아이는 저게 무엇인지 궁금해서 계속 물어보았지만 나 역시 나 중에 알게 된 곳이다.




분화구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물이 고여 있으면 금악 담이라고 한다는데, 다행히 아들과 함께 들어간 지난 금요일은 이렇게 부드러운 초록 융단 같은 들풀이 덮여 있었다. 뱀이 나오지 않을까도 걱정을 해 보았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미리 소리를 내고 내려간 덕에 뱀이 달아났을까?




<금오름, 나미래>


제주도를 닮고

한라산을 품은

금오름 굼부리


썰물의 바닷가처럼

휑뎅그렁한 바람이

우묵한 곳에서 너울을 탄다


오름의 안개를 품은 구름

물길 닿는 금악담을

그려 넣겠지


다람쥐와 눈 맞추고

야생화 향기를 품어

여름을 담아낸 산책로


평상에서 하늘을 보고

팔을 벌려 바람을 먹어보자

금오름을 짝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테니






이름 모를 야생화의 정체가 궁금했지만, 눈으로 즐기는 맛, 참 맛있었다.



아이에겐 상큼한 기억을 안겨주고 싶었다. 이번 여행이 주로 오름을 차지하게 된 이유도 그렇다. 복잡한 도시에서 벗어나는 것이 우리가 휴가 동안, 방학 동안 해야 할 일이기도 하기에. 조금 일찍 시험대에 오른 샘이다.


금오름에 오르면 이렇게 금오름 탐방로가 보인다. 2017년 7월 5일-6일 사이에 작업을 한 신상이다.


친환경 야자매트를 깔아, 곧 몰려들 휴가객들과 방학을 맞은 아이들에게 편안한 길을 제공해 주려 노력한 흔적이 보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좁은 주차장이 걱정이다. '차를 통제해야 할 것 같다'라는 때 아닌 걱정을 하게 된다.


오름명은 금오름, 거믄오름(검은오름), 금악이다. 소재지는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 산 1-1번지로, 유래는 고조선 시대부터 쓰여 온 신(神)이란 뜻의 금(검, 감, 곰)+오름이며, 이를 한자로 금악(今岳)이라 하고 있다




<금오름, 반송초 3년, 최지산>


주차장에 있는

6개의 칸막이가

차들을 반겨준다


금오름의 바람은

우리를 떠밀어 주고

우리는 바람을 타고 간다


분화구 속 물은

햇빛에 메말라

풀을 보여준다


정상에 있는

KBS 중계탑은

사람들이 올 때마다

‘나 여기 있어요’

라고 말한다




아이도 한 편의 시를 적어보게 했다. 새별오름을 적고 난 이후로 기운이 벌써 빠진 느낌이다. 쓰기에 급급해서 조금 정성이 없어 보이긴 하지만, 내가 미처 잡지 못한 풍광이나 모습들이 아들의 문장 안에 들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키가 큰 들풀의 모습들은 많이 보이지 않았지만, 싱그러운 초록이 눈을 즐겁게 했다. 깊지 않은 분화구(굼부리)라 직접 내려가 본 것이 가장 큰 매력이 아니었을까 싶다.



저 멀리 비양도가 보이는 멋진 풍광 앞에서 소소한 웃음을 띄워본다. 여행은 참 즐겁다. 많은 것을 보는 것이 이렇게 즐거움으로 다가올 줄 아이는 이제 더 많이 알아갈 것이다.



안내판에서 정보를 제공한

그 야자매트다.

이렇게 깨끗한 아이를 밟고 가는

발걸음이 참 가벼웠다.

이제 몇 번의 비가 오고

많은 사람들이 오가면서

화산송이에 범벅이 되어

자연과 닮아가겠지.


몇 번은 더 오고 싶은 오름이다.

텔레비전에 나와서 알게 되었지만,

그저 그렇네가 아닌

다른 감정을 얻을 수 있어

좋았던 날들.


제주도 서쪽 여행에서 만난 금오름을 짝사랑하게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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