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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의 정원이야기 Jul 22. 2017

#51 거금도2 <예쁜 이름의 둘레길이 생기다>

나미래의 섬 여행 에세이, 먼 거리의 고흥 거금도 금산은 매력있는 땅!



  거금도는 3천여 개가 넘는 국내의 많은 섬들 중, 10번째로 큰 섬이다. 거금대교가 개통(2011년 12월 완공)되고 나서부터 섬이 아닌 섬이 되어 거금도(64.12㎢)에는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는 시설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다양한 여행자들의 입맛에 발맞추어 마을을 정비하고(옥룡벽화마을, 월포문화제마을 등록), 해안로를 따라 둘레길(둘레길 1번에서 7번 길)이 만들어졌다. 사람이 오가지 않던 깊은 산골에는 생태공원(청석마을)을 조성하였고, 청결하게 변해가는 해수욕장(소익금해수욕장, 금장해수욕장, 연소해수욕장, 고라금해수욕장)의 등장이 크고 작은 변화가 아닐까 싶다. 전국에서 10위권에 들 정도의 큰 섬이지만 다른 섬들에 비해 늑깍이로 거금대교가 겨우 연결된 것은 일찍이 유명세에서 밀려난 원인일지도 모르겠다. 남해안의 호젓한 작은 섬으로 남아 있었던 분위기가 근래에 들어 호기로워지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거금도 둘레길2 솔갯내음길의 연소해수욕장,  <사진, 2016년 2월 필자 촬영>
거금도 둘레길2 솔갯내음길의 옥룡벽화마을과 고흥7경전망대, <사진, 2016년 2월 필자 촬영>


 명지바람이 불어오는 봄날과 거칠고 짙은 바람을 머금기 시작하는 가을 무렵에는 산을 찾는 사람들로 섬이 왁자지껄해진다. 다도해 바다 한가운데에 떠 있는 듯한 593m의 적대봉에 몰려드는 등산객들의 행렬. 주말마다 그들이 타고 온 오색찬란한 대형 관광버스를 만날 수 있는 것도 거금대교가 연결되고 나서 맞게 된 진풍경이 아닐 수 없다. 파성재(송광전망대로 가는 둘레길6 두둥실 길의 중간지점이다. 파성재는 적대봉을 오르는 주차장이 설치되어 등산객들은 이곳부터 산행을 시작한다.)라는 주차장에서 시작하는 등산코스를 따라 3시간 이내의 산행을 마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적대봉을 향하는 등산로도 여러 군데 만들어졌지만, 특히 다리의 완공 이후 섬의 해안로를 따라 그 지역 특색에 어울리는 예쁜 이름의 둘레길이 많아졌다. 그렇지만 적대봉에는 아직도 세련되지 못한 오래된 산길이 남아 있다. 발에게 부드러운 능선이 되어 주는 그 길이 말이다. 호젓한 좁은 산길을 따라 갯바람과 뒤엉킨 흙의 냄새와 섬의 풍경을 한눈에 품을 수 있는 곳이 진정한 둘레길이 아니고 무엇이랴.

 


적대봉 가는 길엔 참으아리꽃(큰꽃으아리)를 만나기도 하고 봉화대에 오르면 고흥반도의 다도해를 감상할 수 있다, <사진, 2014년 5월, 필자 촬영>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친정 시골을 내려가면 나 또한 가까운 지인들과 산행을 하기도 했다. 들풀 냄새와 수다를 따라 걷다 보면 오르기만 하던 마당목재까지 헐떡이던 그 숨이 언제 내 몸 안에서 빠져나간 지 모르게 기쁨에 찬 얼굴 표정을 하고 있다. 억새풀의 장관을 이루는 늦가을은 산이 맛나다. 해마다 거금도 적대봉은 겨울이 오기 전 물기 잃은 마른바람을 기다릴 것이고, 우리가 만나러 가는 시간과 가지 않는 시간에도 사각사각 거리는 나뭇잎과 은밀한 대화를 나눌 것이며, 지쳐 쓰러진 곡물의 잔해들을 고적한 땅 위에 냄새로서 다시 뿌려놓을 것이다. 그리고 어김없이 짙게 감싼 산그리메 속에 숨어든 들풀과 야생화는 이른 봄을 이야기할 것이다.   



거금도 둘레길3 모자이크길, 김양식업으로 바다가 모자이크 또는 비구상화(기호 수식)로 보인다, <사진, 2016년 2월 필자 촬영>

 

  섬 전체를 둘러싼 해안도로는 30분 정도면 차로 돌아볼 수 있는 단조로운 선으로 이어졌다. 산행을 마치고 청석 금산생태공원(둘레길4_섬고래길)과 몽돌해변(둘레길3_바다모자이크길), 송광전망대(둘레길6_두둥실길), 금장해수욕장(둘레길4_섬고래길), 익금해수욕장(둘레길2_솔갯내음길), 옥룡벽화마을(둘레길2_솔갯내음길), 고흥7경전망대(둘레길2_솔갯내음길) 등을 둘러볼 수 있는 것은 야트막한 산과 바다가 내어준 작은 선물꾸러미와도 같다.



거금도 둘레길2 솔갯내음길의 옥룡벽화마을 전경,<사진, 2016년 2월 필자 촬영>



  시골에 도착하면 해안도로를 따라 드라이브를 한 번 하는 것 외에 친정집에서 잘 나가지 않는 것은 내가 즐기는 시골 여행의 한 방법이다. 앞서 몇 번 올린 글에서도 썰을 풀었지만 아버지가 가꾸고 있는 텃밭을 둘러보는 것은 시골에서의 가장 큰 나의 재미거리이기도 하다. 친정집은 거금도 둘레길 1의 <붉은노을길>이 시작되는 금진항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다. 어릴 적 기억으론 금진항에서 우두까지 가는 길은 험난하기만 했다. 제대로 갈 수 있는 큰길은 멀리 돌아가야만 했고, 오솔길을 따라 산을 넘고 언덕을 넘어야 했던 시절을 기억하는 중년의 이들이 많을 것 같다.



거금도 둘레길3 모자이크길, 오촌 공룡알몽돌해변, <사진, 2016년 2월 필자 촬영>


  작년엔가 해거름에 차를 타고 붉은노을길을 돌아보기도 했다. 제일 먼저 탄성을 자아내게 했던 것은 사람의 발길이 닿기 힘들었던 곳에 도로가 말끔하게 정비되었다는 사실이었다. 바다를 등지고 넓게 펼쳐진 푸른 들녘으로 들어가는가 싶다가도 어느새 바다를 향해 돌진하는 듯한 풍경에 넋을 놓고 바라보았던 기억이 새롭다. 첫 번째 붉은노을길 둘레길에는 현재 관광선이 운항되고 있는 금진항을 비롯하여, 섬 속의 섬이라 불리는 금산면 소재 연홍을 들어가는 신양항이 마을을 지키고 있다. 신문물이라는 큰 사물이 들어옴으로써 작아져만 가는 한때의 화려했던 항들이 많은 사람들을 조금씩 다시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 관광선을 찾는 사람들로, 낚시꾼들이 찾는 그들만의 취미 장소로, 둘레길의 안내소가 설치되어 잃어버린 이전의 명성을 찾아오려 하는지도 모른다. 해거름과 해넘이에 시간을 맞춰 붉은노을길의 둘레길을 조금씩 걸어본다면 잊고 있었던 석양빛에 물들던 고향의 이야기가 마음속에 머물다 갈 것이다. 또한 늘 가까이 다가오는 이성적인 뇌의 복잡함도 붉은 노을 앞에 그 수를 점점 내려놓지 싶다.

  올해도 친정의 여름밤을 기대하며 잠이 들고 싶다. 하얀 달빛이 수를 놓는 그 하늘 아래 몸을 눕히는 꿈을 꾸겠지!      


거금도 둘레길5 월포허리길, 월포 앞바다, <사진, 2016년 2월 필자 촬영>


https://brunch.co.kr/@mire0916/168



  



1. 거금도 금산 적대봉 등산 안내도 


거금도 적대봉 등산 안내도, <자료 출처: 다음 그림 이미지 캡쳐>


2. 거금도 금산, 둘레길의 이름과 내용 살펴보기 



<거금도 둘레길1, 붉은노을길>금진항에서 우두마을까지 이어지는 이 길은 쇠락한 항구, 간척지의 제방과 철새 떼, 섬 등이 이어지면서 노스탤지어를 자극하는 길이다. 연홍도, 우동도를 보며 해거름 무렵에 이 길을 걸으면 하늘도 바다도 그리고 길을 걷는 나그네의 얼굴도 온통 붉게 된다. 위치상 첫 코스지만 늦은 오후 무렵에 걷기 시작한다면 최고의 해안길이 될 것이다. (금진항(휴게소)-우두마을: 7.7㎞)


<거금도 둘레길2, 솔갯내음길>우두마을에서 연소, 익금, 금장마을로 이어지는 이 길은 다른 코스와 달리 오르막과 언덕, 낭떠러지, 모래 해안길이 곳곳에 드러나 색다른 코스로 기억된다. 주변의 섬과 리아스식 해안으로 마치 호수와 같은 조용한 바다에서 산길로 이어진다. 산에서 소나무 사이로 흘러 들어오는 갯내음이 섞어져 온몸이 힐링을 하게 된다. 산길이 끝나면서 탁 트인 소익금의 고운 모래 해변으로 연결된다. (우두마을-금장마을: 10.2㎞)


<거금도 둘레길3, 바다모자이크길> 금장마을에서 오천항까지 이어지는 이 길은 도로를 따라서 가는 해안길이다. 단순하지만 고즈넉하여 자기 자신의 내면과 대화하며 걸을 수 있는 길이다. 햇빛이 산란되어 흩어지는 바다 위에 점점이 무수히 펼쳐지는 김양식장은 모자이크 혹은 비구상화를 연상시킨다. 고독하지만 흔치 않은 경험을 선사해준다. 이 길은 녹음수를 식재하여 그늘과 햇빛을 번갈아가며 느낄 수 있는 길로 조성되었다. (금장마을-동촌마을:4.1㎞)


<거금도 둘레 4, 섬고래길>오천항에서 명천마을로 이어지는 이 길은 해안에서 내륙 농촌 텃밭 길을 걷는 듯한 경관을 제공하다. 소원 전망대에서 조망되는 대취도는 마치 고래와 같은 형상을 하여 단조로운 길을 걷던 여행자에게 여러 가지 상상력을 자극한다. 명천마을 입구의 거대한 정자옥은 나그네에게 마을의 내력을 읽히게 하면서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동촌마을-명천마을: 4.1㎞)


<거금도 둘레길 5, 월포허리길> 명천마을에서 동정마을까지 이어지는 이 길은 지금은 통행이 없는 옛길로서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걷던 옛사람들의 인고가 느껴지는 길이다. 산허리로 쭉 이어지는 약간은 불편한 길이다. 원초적 옛길의 느낌으로서 월포마을, 월포재, 간척지, 더 멀리로는 고흥반도가 조망되어 땀을 식혀준다. (명천마을-동정마을: 5.0㎞)


<거금도 둘레길6, 두둥실길> 동정마을에서 중촌으로 이어지는 이 길은 산 중턱을 따라 오르막이 계속되다 파생재에 이르러 중촌으로 내려가게 된다. 거금도 둘레길의 가장 높은 위치를 걷게 되며 날씨에 따라 파노라믹 한 장관을 볼 수도 있고, 안개 사이로 드문드문 마을을 볼 수도 있는 변화무쌍한 길이다. (동정마을-중촌마을: 7.0㎞)


<거금도 둘레길7, 레슬러의길> 중촌마을에서 시작점인 금진항으로 되돌아가는 길. 아마도 레슬러 김일은 그 옛날 이 길을 통해서 배를 타고 뭍으로 오갔을 것이다. 거인이 걸었던 길을 상상하며 우리는 어떤 꿈을 가지고 이제 걸음을 마무리하고 꿈으로 나갈 것인가를 생각하자. (중촌마을-거금 휴게소: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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