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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의 정원이야기 Aug 16. 2017

여름날, 시골에서 머문다는 것

사람과 사람 이야기_친정 거금도에서 일주일 머물다


친정 동네 방파제는 우리가 머문 일주일 동안 밤에 만난 동무였다.


밤마다 밤낚시를 하며

친정 거금도에서

더웠던 막바지 여름을 보내고 왔다.

낮이면 불볕의 등살이 아파서

주변 어딘가를 떠난다는 것은

염두에 둘 수도 없었다.

 

대신 시골집에서 머물러 보기로 했다.

텐트로 친정 옥상에 집 한 채를 만들었고,

그 옆에 자식들의 수고로 놓인 평상에서

시원한 밤바람을 마시며

부모와 함께 쓰러져가는 여름 공기를 함께 나누기도 했다.


밤바다는 고요했다. 남부 지방에 내린 그 비를 맞기 전까지 그야말로 열기로 고요한 밤이었다.



정말 나흘 연속을 낚시만 했다.

아들과 나는 시골에 도착한 첫날부터

밤이 되면 방파제로 나가보자며

의기투합을 했다.


지금 생각해도 신기할 일이 일어났다.

농어 새끼들(친정 지역에서는 '깔때기'라고 함)

이틀 연속(첫날, 10마리, 둘째 날, 23마리)

우리들에게 잡혔다.

가까운 곳에 사는 언니네에 자랑을 했더니

세째날은

'그 멍청한 고기를 우리도 잡아보겠다'며

밤 시간을 함께 보내주었으며

네쨋날은 처갓집으로 늦게 합류한

남편과 밤낚시를 다시 즐겼다.


연속 4일,

물때는 달의 움직임에 따라 50분씩 늦어졌

만조가 되는 시간과 썰물 시간대를

파악하며 아나운서를 하는

아들 녀석의 강의는 날마다 멈추지 않았다.

할아버지 댁에 있었던 그 숫자만 큰 달력이

이 아이의 호기심 주머니를 더 많이

채워주고 있었다.


옥상에 올려진 작은 평상. 내가 들고간 5-6인용 큰 모기장이 여름밤을 시원하게 보내게 하는 데 한 몫을 했다.
우리는 이렇게 초저녁부터 시작되는 밤낚시에 넋을 뺐다.이 날은 비가 많이 쏟아지던 날이었다.


밤낚시가 휴가의 3분의 2를 지배하는 사이,

사촌오빠의 장례식에 조문객이 되기도 했다.

조문객이 되어 찾아간 곳은

반가운 친척들이 인사를 나눈다.

시집이 나온 근황을 소개하기도 했다.

슬픔으로 가득한 자리는

결국 다른 이의 반가운 만남의 자리도 되었던 것이다.  

택배 문제로 택배 기사와 아내 사이의

대화에 끼어든 남편과 말다툼이 일어나

거금도와 함께 금산면에 속해 있는 연홍도를

결국 보지 못하고 돌아온 일도 있었다.


휴가 막바지엔

해거름에 바지락을 파며 복잡한 속내를 잡고자

(나는 참선하러 간다는 표현을 쓴다.)

바닷가 돌밭과 갯벌을 어슬렁 거리기도 하였다.

바지락보다 고둥을 많이 잡았다.

할머니와 앉아 작은 핀으로

알맹이를 파내며 머리를 맞대기도 했으며

반찬이 되어 입속으로 들어오니

바다의 사물은 술안주가 되어 주기도 했다.  

우리의 휴가는 떠남이 아니라

 머무름으로 기억되었다.


우리 가족은 바지락과 고둥을 잡으면서 흥분했던 여름날을 가라앉히고 있었다.
남편이 어렵게 휴가를 내어 우리와 함께 하면 내가 아이에게서 벗어나는 유일한 시간이 된다.




복잡한 친척의 설명이 주석으로 등장한다

그의 아버지 4형제가 함께 사는 곳

그의 삼형제도 같은 마을에 뿌리를 내렸다


분가는 땅을 데리고 오게 해 주었고

형제자매는 그가 고비를 오를 때마다

경제공동체가 되어 사인을 했다


건강의 속내는 자연도 가르쳐 주지 않았다

기계가 밝혀놓은 병명은 기계도 숨을 죽였지

갈 날은 여름날의 기적을 일으키지 않았다


먼 길 쉬어 가라 했던 마을 노제(路祭)

마을 어른들의 눈물이 그를 배웅했다

조카의 마지막 길에 뜨거운 빛물


나의 아버지의 눈물도 보았다  


물론, 한 번은 데리고 간다면 가야지

그러나 가야 할 순서가 바뀌니

황망해진 속내는 갈 길을 잃었다


천상의 여름휴가 그를 위해 준비했다

준비된 그를 찾는 사자들은

따스한 가을 별자리 하나 내어줄 것이다   


그의 여름휴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여름휴가, 나미래>




https://brunch.co.kr/@mire0916/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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