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미래의 여행이야기_풍류가 있는 남도 바다
가을이 떠난 자리
'남도의 풍류'라는 주제가
바람을 타고 순천만에 머문다
갈대의 낟가리는
차 한 잔을 따르고 필이 되었다
흑두루미 배는
갈대숲에 숨어 풍경을 그려내고,
물이 떠난 자리에 검은 그림자 밟고 서니
쿨렁거리는 찬바람이 더욱 야속하다
바닷가 시린 갯벌에 발목 담고
비척거리며 살아남아 눈요기를 주기도 하지
키가 커서 더더욱 춥겠다.
매서운 바람에 어디 너 혼자 뿐이겠느냐
빙빙 도는 그 바람에 고개 숙이지 말아
겨울은 겨울이라
흔들리고 외로워하더라
너희도 말해라!
얼른 봄을 찾아주라고
동백꽃 사이로 겨울 바닷길은 춤을 춘다네
바닷길을 가로지르며 물길은 곧 불타오르겠지
해가 이우는 난간에 기댄 바다,
멀리 고흥반도의 옆구리가
모양새 없이 널브러져 있다
갈대는 뻘 이랑을 따라 서로를 기댄 채
까만 물길을 기다리겠지
바다 주변에 한 점 얼굴을 올리는 아들은
가슴이 넓어진 소리를 들었을 거야
아니 듣지 않아도 좋아
함께 걸으며 들었던 상활한 바람의 소리만을 기억하자고
축축한 습기가 서린 갈대의 발은
바다로 흘러가는 파도의 계단을 만나 행복할 거야
2015년 12월에 찍어둔,
순천만의 갈대 사진과 메모를 보며
그때와 조금 다른 마음을 넣어 글을 각색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