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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의 정원이야기 Oct 26. 2017

가을 가을, 애기사과도 불콰한 물을 올리고

타운하우스의 장점은 가을을 눈앞에서 그려보고 맛볼 수 있다는 것!



<애기사과는 공사와 대화 중>


햇볕의 양분을 다 받고

목숨이 다해가는 이파리 곁에

불콰하게 타오를 10월

주굴 주굴 가을이 접혔다


더 구겨지는 나뭇결을

내려오지 못해

하나는 둘은

과즙을 내어주며

오후의 곁두리가 되어 주었다


주름 잡힌 구름의 밤은

몇 번이나 지나갔을까

타오르는 열정을 식히는

소리 없는 이슬의 아침은

몇 번이나 더 찾아올까


해거름에도

하늘을 울리는 공사 소리

조붓한 담장 옆길에

긴 바람도 숨 막히다


더 시고 더 달아가는  

애기사과만 건드리지 말게나


<애기사과는 공사와 대화 중, 나미래>





깊어가는 10월의 가을,

눈길을 훔치는  

작은 과일, 애기사과가 내 곁에 있다.

마당 정원에서 나의 먹거리가 되어주고

있다니 무엇보다 따뜻한 가을이다. 


이미 곳곳에 여러 자리를 내어준

검붉은 주름을 껴안으며

붉은빛으로 함께 타올랐다.





애기사과 하나 떼어내어

맛을 본 순간,

모든 가을의 맑음을 다 담아낸 듯

깊은 맛의 향연이 펼쳐졌다.

더 시고, 더 달았던,

가을이 품어낼 수 있는 최고의 과즙을 말이다.






희고, 분홍빛의

사랑스러운 꽃을 내어주었던

깨끗한 봄의 4월을 기억하고 있는데,

모든 땅의 기운을 다 받고

10월이 다 가도록

굳건히 살아남아 이렇게 열매를 간직해 주다니.  





더 추워지기 전에 밖에 나와

진득하게 앉아 있고 싶지만

가을이기에 더 많이 소리를 내는

단지 내의 공사가

나를 안으로 안으로 들어가라 한다.


언제부터 나의 간식이 되어 주고 있는 녀석.

밖에서 하루 종일 그 기계 소리를 듣고 있어야 할

애기사과에게 토닥토닥 위로를 하며

나에게도 너에게도 이 글을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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