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운하우스의 장점은 가을을 눈앞에서 그려보고 맛볼 수 있다는 것!
<애기사과는 공사와 대화 중>
햇볕의 양분을 다 받고
목숨이 다해가는 이파리 곁에
불콰하게 타오를 10월
주굴 주굴 가을이 접혔다
더 구겨지는 나뭇결을
내려오지 못해
하나는 둘은
과즙을 내어주며
오후의 곁두리가 되어 주었다
주름 잡힌 구름의 밤은
몇 번이나 지나갔을까
타오르는 열정을 식히는
소리 없는 이슬의 아침은
몇 번이나 더 찾아올까
해거름에도
하늘을 울리는 공사 소리
조붓한 담장 옆길에
긴 바람도 숨 막히다
더 시고 더 달아가는
애기사과만 건드리지 말게나
<애기사과는 공사와 대화 중, 나미래>
깊어가는 10월의 가을,
눈길을 훔치는
작은 과일, 애기사과가 내 곁에 있다.
마당 정원에서 나의 먹거리가 되어주고
있다니 무엇보다 따뜻한 가을이다.
이미 곳곳에 여러 자리를 내어준
검붉은 주름을 껴안으며
붉은빛으로 함께 타올랐다.
애기사과 하나 떼어내어
맛을 본 순간,
모든 가을의 맑음을 다 담아낸 듯
깊은 맛의 향연이 펼쳐졌다.
더 시고, 더 달았던,
가을이 품어낼 수 있는 최고의 과즙을 말이다.
희고, 분홍빛의
사랑스러운 꽃을 내어주었던
깨끗한 봄의 4월을 기억하고 있는데,
모든 땅의 기운을 다 받고
10월이 다 가도록
굳건히 살아남아 이렇게 열매를 간직해 주다니.
더 추워지기 전에 밖에 나와
진득하게 앉아 있고 싶지만
가을이기에 더 많이 소리를 내는
단지 내의 공사가
나를 안으로 안으로 들어가라 한다.
언제부터 나의 간식이 되어 주고 있는 녀석.
밖에서 하루 종일 그 기계 소리를 듣고 있어야 할
애기사과에게 토닥토닥 위로를 하며
나에게도 너에게도 이 글을 바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