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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의 정원이야기 Oct 30. 2017

첨성대와 핑크뮬리

경주 첨성대가 눈에 들어오는 핑크뮬리, 분홍 억새꽃밭을 구경하다!



분홍의 색감, 경계가 뚜렷하지 않았어요.

첨성대가 뒷 배경이 된 핑크뮬리 군락지, 분홍억새를 보기 위한 사람들로 더욱 북적였어요.





<첨성대와 분홍억새>


흔들리다 멈쳤어

불꽃이 든 돗자리 위 나

흙모래는 벽돌을 타고 올라

구멍 난 선들에 자빠지며

내게서 내려갔다네

오래된 숨결은 적막이 탐을 내고  

돌 나무는 무연히 풀 소리를 씹어냈지

밤을 들여다보고

별의 열꽃을 받아냈던 그릇에

검은 살만 자꾸 팽팽해져만 갔던 거야

연원이 되어가는 나의 몸을 두고

너른 잔디밭과 꽃가지들이

가을의 외로움을 노래해도

사진들은

관심들은

분홍 솜사탕 너에게만 찾아가네

내 마음을 들켰다

여럿이 군락이 되어 빛나는

낯선 이름 핑크 뮬리는

궁금해서 미칠 것 같은

사람들의 모습이 좋단다

몽환의 거리는  

인생샷이 되었다가

인증샷이 되었다가

주의샷이 되기도 하더라  

나의 시선이 부담스럽겠지

분홍 억새는 다른 이들의

관심의 피로를 즐겼을 거야

그랬겠지! 나를 피해

바람에 불려 다니는 씨방을 붙들고

이 가을이 반가웠었다며 이야기하겠지


<첨성대와 분홍 억새, 나미래>






사람들은

첨성대를 한 번 보고,

사진을 몇 번 찍고,

바로 길을 돌아 핑크뮬리가

솜털을 자랑하며 꽃 피어대고 있는 곳으로

긴 행렬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신경주역에 오전 10시경에 도착했지요.

버스를 타고 제일 먼저 첨성대로 도착했던 터라

사람들이 주말에 올 법한 정도의 붐비는 수준이었습니다.


시내버스 60번 기사님께서 그러시더군요.

"오후가 되면 이곳 길을 차가 들어오질 못해요."





SNS에서 입소문을 타고 어느새

핑크뮬리를 찾아가는 것이 가을의 이벤트가 되어 버린 듯합니다.


조카가 '이모 요즘에 인생샷 찍는 핑크뮬리가 핀 곳이래요.'라고 알려준 곳이에요. 알기 전에 경주 여행을 먼저 계획했었는데, 결국 우리도 그 일원의 한 사람이 되어 있었네요.  왜 사람들이 핑크뮬리를 배경으로 '인생샷'을 찍는다고 하는지? 말의 이해를 잘할 수 없었는데 의미 있는 사진을 찍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들이 흐뭇하게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나 또한 아들을 데리고 이곳에 오지 않았겠습니까.

그 인증숏, 인증샷인지 그 인생샷인지 한 번 멋들어지게 찍어보기 위해! 남는 것은 사진밖에 없다고 하면서요.   





여러 사진보다는 가까이 접사를 해 보고 싶었습니다.


억새 맞지요. 제 옷에 다 달라붙을 것 같은 씨방을 지녔습니다. 꽃이 활짝 피어 얼기설기 그물망이 되어가는 녀석들이 핑크로 물들어 몽환적인 분위기로 유도했던 거였어요. 핑크 계열의 여러 색을 드러내면서 말입니다.





이곳은 다른 곳과는 다르게 바람에 더욱 흔들리고 있었던 모습 같았어요. 사람들은 분홍억새를 배경으로 많은 사진을 남기고 있었답니다.이미 줄기들이 꺾은 곳도 많았고, 움푹움푹 아프게 대머리가 되어버린 곳도 많이 봤습니다. 사람들의 관심이 지나치게 불러온 결과였으려나요. 중간중간 안내자의 어르신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습니다.


"안 됩니다. 들어가시면 안됩니다. 거기는 안됩니다."





사실 좋은 배경을 넓게 잡는 것보다 차라리 앉아서 이 안으로 들어오게 하자 라는 것이 아들과 묵계된 약속과도 같았습니다. 우리는 앉았지요. 워낙 이런 모습에 달련된 모자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셀카로 치~즈 하면서요. 찍고 나선 남들이 힘들게 찍고 있는 것을 보면서 '이만하면 됐지!'하는 미소를 보내기도 했다지요.




2016년 9월 지진 이후,

약간 기울거나 벽 사이에 넓은 구멍이 생긴 첨성대의 벽돌 자태를 보고

아들과 저는 아쉬움의 한 목소리를 내었습니다.


무릎을 꿇고 제대로 보겠다고 엎드려 버린 아들 녀석을 아무 말 없이 보고 있는 저는 엄마이지요.

일단 이곳에서는 남들에게 피해만 안 주면 될 것 같습니다!





경주 첨성대 주변의 너른 평지 경관은 아들과 함께 할 땐 많은 주의를 주지 않아도 되니 마음이 편한 곳입니다. 다만, 바람이 조금 크게 일거나 일부러 흙길을 걸어 다닐 땐 모래와 흙바람을 일으키지 않도록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지요.





삼륜 전동차를 빌려 주변을 돌았는데요. 다리 아픈 아들을 안아주는 착한 전동 차였으므로 한 시간에 2만 원이라는 돈도 아깝지가 않았답니다. 반납하려고 하는데 운전에 익숙해져서 계속 타고 싶었다지요.





아들이 남겨준 사진을 보며 그냥 웃어봅니다. 같이 다니더니 그래도 구도를 맞추는 감각이 조금은 늘었다면서 저도 칭찬을 하게 됩니다.


이게 몇 번째 첨성대 방문이었던가. 아들은 이제 책 속의 활자를 통해 더 자주 만나고, 저는 추억을 소환하기도 하고, 아들과 함께 다니며 만나면서 시선을 주고받는 경주여행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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