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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의 정원이야기 Dec 31. 2017

시시詩詩한 시골집 이야기

바다가 보이는 거금도 금산의 시골집이 있어 좋다




시골집, 나미래  


돌담 사이 갯바람이 넘나 든다

앞으로 옆으로 뒤로

여름 비바람이 훑고 간

십 대의 알람 슬레이트집이 너울거린다

바닷길이 내려다보이는 마당

내게 주어진 몫의 노동을 위해

떠나온 그 자리 감나무 두 그루 서 있다

오래 버틴 늙은 감나무 은빛 지도 다리

그 위로 눈발이 설레발치고 있네

하늘로 오르다 마는 가지마다

계절의 보고를 빚어내니

때론 갈라진 발톱 사이로 빗물이 고이고

비집고 나오는 수줍음 속살을 맞이하지

저녁 햇살과 마주하는 찬바람이 올 때

구들장이 데워지는 기계 소리를 준비해

시골집은 그렇게 겨울의 마음을 알아가게 되지

얼어가는 공기를 위로하는 투박한 노부부의 집

갯가의 생물들이 마당 문턱을 넘었던 시절

그들이 뱉어내던 바다 수다  

마당 한편에 머무르며

깊게 알아낸 순환의 관계를 깨쳤다

우리에게 주던 찬이라는 행복 감성은

바다향이 닳도록 마뜩잖게 시골집을 배회했다

철없이 엄살 심한 아버지 대신

엄마가 데려오던 돈 냄새

그 냄새가 여전히 담을 기어간다

엄마가 문을 넘는다

마른 구름이 시골집 주변을 맴돌다

한껏 차려입은 하얀 옷

밭이랑에 물 한 방울이 되었다네

부드러운 숨을 쉬게 해 준

이제는 살포시 맞이할 봄을 위한 음표가 난다


<시골집, 나미래>




매년 김장의 큰 노동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노모, 시골집 주변의 마늘 밭엔 이랑마다 솜 옷을 걸쳤다. 딸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골목길을 지키는 부모님이 모습이 애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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