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미래 시인의 詩詩한 정원 이야기, 꽃과 타운하우스 아이들
양귀비 첫 꽃
더 바랜 웃음
가벼워진 부정
여름이네
<꽃양귀비, 나미래>
3월 중순에 씨를 뿌렸던 꽃양귀비.
꽃대가 며칠 부풀어 오르더니
드디어 어제 아침
첫 꽃잎을 귀하게 내어주었다.
살을 내보인
두 달여를 훌쩍 넘기고
무엇이 부족했는지
연약하게만 피어오르던 몸짓.
그
몸을 흐느적거리며
곧 쓰러질 듯이 버티고 서 있는
녀석을 보았다.
홀로 피어낸 꽃에
힘을 주고 싶었던지
오늘 아침엔
다른 꽃도 하나 둘 꽃잎이 웃는다.
꽃양귀비 꽃잎은 오래
두고 보지를 못한다.
만 하루나 이틀이
지나면 져버리는 아이들.
여름 더위는 긴데
그저 짧게 가는
고운 색감에 눈을
돌리지 못하겠다.
너무 가깝게 뿌려두었던지?
살아야 할 토양이 맞지 않았던지?
키를 키우지 못하고
그저 왜소한 모습이다.
고개만 부쩍 내밀고 있는
왁자한 풍경이다.
다른 색감의 꽃양귀비가
다른 방향에서
홀로 울타리를 지킨다.
이렇게 여름을 맞을 참이다.
우리 집 뜰에 꽃양귀비가
찾아올 무렵은
여름 장마가 오기 전이거나
이른 여름의 더위를
알리는 시기이기에.
오손도손 피어내는 꽃양귀비들.
그렇지만 홀로 핀 첫 꽃이
잊지 못할 사연이 담겼다.
해넘이가 조금 지난
어제 저녁,
오래가지 않는 꽃을
보기 위해 뒤뜰로 향했지만,
아침부터 첫 꽃을 피우고
오롯이 홀로 하루를 지켰던
꽃양귀비가 보이질 않는다.
'벌써 꽃잎이 졌구나!'
'꽃대도 보이지 않게 사라진 작은 녀석.'
이라며 안타까워하던 찰나
골목에서 꽃줄기 통째로
뽑혀 버려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래도 아쉬운 마음에
꽃을 그대로 말려두며
표본을 만들어 보고자 했다.
그리고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꽃대 하나에 민감해하는
꼰대 아줌마로 비춰줘야 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고민!
'단지 밴드'에 글을 올리자니
너무 가벼운 사건(?)으로
너무 크게 벌리게 되는 과정(?)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미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그렇지만, 아이들에게 조금만 조심함을
당부해도 좋지 않을까?를 두고
아들과 의견을 나누었다.
"엄마! 밴드에 올려서 말을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아들의 말에 힘을 받았다.
주의 글을 남기자마자
너무나 일찍 범인이 나타났다!!!
범인을 얼른 알려주는 아이 엄마!
꽃을 다시 보여주라 했다는 아이.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약속했다는
미안해했던 그 아이.
기분 나빠해 하지 않고
그렇게 이웃 이모와
마을의 웃음 풍경을 위해
교육을 해주는 엄마.
또 함께 웃어주는 이웃의 등장이다.
나는 이런 아기자기한 우리 동네
타운하우스 골목에서 산다.
https://brunch.co.kr/@mire0916/157
<작년 6월에 올린 나미래의 꽃양귀비 글과 시>
시인의 정원
나미래 시인의 詩詩한 정원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