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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의 정원이야기 Jun 18. 2018

유리 지붕

나미래 시인의 詩詩한 이야기, 좋아하던 비가 내리면 마음이 쓰렸다



<유리 지붕, 나미래>



약발이 듣않아 분노장애를 뱉는 빗소리를 들었


미소 뒤에 숨어 지내던 근육 경련이 일지 않을 준비를 했지


5월의 생각을 닮지 않은 이른 장마에 맘을 졸이는 사람들


비가 내리면 물길 흐르는 천장을 가족으로 품어야 했다 내가 그랬다


기분 좋았던 바람도 심장의 벽을 갉아먹는 자연의 대답에 유감을 인정하고


넓게 뚫린 하늘 공간은 구름 그린 유리 지붕에 누워만 있었다


까칠한 말벌도 허리에 꿀물 넉넉히 두른 호박벌도 햇살 문에 머리를 부딪쳤네


유감을 돕지 못한 바람은 아름아름 물어 집안으로 발길을 옮겼었지


인연을 맺으면 바람 발목 잡고 유리 지붕 위에서 데우고 또 데워져


비가 오면 미리 찾아온 붉은 열정들 어디로 흩어질까 고민을 시작하지


유리 지붕 밖에서 방향을 잃은 말벌이 자신들의 집 냄새를 찾아내 버렸다


빛나는 유리 지붕에 머리를 부딪치도 여기는 이곳은 우리의 집이라고


이제는 나의 눈물 대신 말벌의 눈물이 샌다










유리로 지붕 막은 공간은

그동안 작은 방에

방치된 해먹을 재배치했다.

아들의 휴식 공간 장난감이 되었다.


지난 5월의 깊은 장마에

이곳저곳 구멍을 잡지 못한

심각한 물길을 접했다.


일 년 전부터 허술했던 공간을

 이제는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어서!





6월 5일부터 8일까지 4일 동안

무더운 날씨 속에 공사가 진행되었다.

비가 오지 않아 공사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는 사실.





첫 작업을 시작한 날부터

따사로운 햇살이 야속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여름의 싱그러운 웃음이 되었다.


더위에 찡그린 얼굴 뒤에

공사가 빨리 끝날 수 있었던 덕은

햇살, 햇살 덕분이기에.





옥상은 저렇게 바닥이

헐거워졌다.

비가 오면 무서워지는 이유다.





먼저 2층과 3층 공간에

유리문을 달았다.





두 분이 오셔서 둘째 날부터 방수 작업을 해주었다.

바닥을 꼼꼼하게 긁어내고,

녹색 페인트를 바르는 열기가 가득했던 작업이었다.





이분들의 노고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때마다 올리는 음료, 물, 간식도

잘 드시지 않고

열심히 하시는 모습

존경스럽다.





녹색 페인트 다음에

이렇게 마무리는 회색으로 정리다.


반나절은 들어가지 않도록

유의하면서 말이다.

점점 더워짐을 느낀다.

모든 부분들이 막혀간다.





지붕을 올렸다.

물길을 막는데 지대한 공헌을 할 것이다.


그렇지만,

집은 더워졌다.

더워졌다.


투명한 유리가

풍경을 열어주어 그나마 다행이다.





옥상 전체를 막는 게 싫어서

이렇게 창문 앞에 조금만 유리 지붕을 올렸다.

뚫려야 한다.

아이가 비행기를 봐야 하고

사진을 찍어야 하기에!





이렇게 넓은 공간이

생겼다.


아이가 더 좋아하는 공간이

될 것 같다.





2층 중정도 이렇게 창문을 막았다.

중정의 정리도 아직

남은 일이 많다.





카메라는

아들의 몫이 되었다.


이젠 비를 맞지 않고도

이곳을 오를 수 있다.


유리 지붕이 가까운 곳으로.






중정에 조립 화분대를 옮겨두었다.

그늘과 적절한 조화로

햇볕이 잘 드는 곳이라

성장 요건으로 좋으리라 믿는다.




지붕이 덮혀 있어도
 어딘가의 틈에서 들어오는

말벌들.

눈길만 닿는 곳에서
빠져나가려는 몸짓이 애처럽다.




시인의 정원,

나미래 시인의 詩詩한 이야기 


동탄 타운하우스

에이힐스에서의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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