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미래의 詩詩한 여행 이야기, 강원도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
<안반데기 배추밭>
배추밭 흰 가르마 타는 가족
가을배추 어디서 왔나 하고
간잔지런 푸른 외투 몸통 이고
돌밭으로 뻗어나간 속내가 궁금하다
감자꽃 향이 머물다 간 산비탈
초록 열매 단 밭이랑 함께 올리며
구름이 머물기 소원하는 곳
개미 일가친척 일감 몰아주듯
폭염 속 성장 경쟁하는 여름 배추 사이
더위 묻은 배짱이 가족도 여럿 되네
안반데기 고랭지 찬바람 곁
노란 배추 속살 맛보는 나비
구름 바람 너울에 비틀거리기도
높게 올린 넉넉한 햇살 인심 덕에
배추 냄새 맡고 웃음 짓는다
출하 앞둔 고랭지 배춧잎
구름 곡선과 닮아가며 가을을 맞네
옥녀봉 고개엔 속 차는 8월 배추
일출 전망대 위엔 속없는 텐트 배추
헉헉거리던 발걸음에 한숨만 얹는다
설원이 흘려보낸 봄물 걸친 호밀이 양분되어
여름과 가을을 다시 빚고
돌아갈 날 받을 거라며
안반데기 배추밭, 나미래
우리 가족 일행은
안반데기 마을 카페
주변에 주차를 하고
'멍에전망대'쪽이 아닌
일출 전망대 쪽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800미터를 오르막으로 걷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안반데기 마을의 또 다른 장관은
풍력발전기의 위엄이지 않을까 싶다.
겨울이 오면 안반데기의 설원은
그야말로 장관이겠다.
풍력발전기와 함께 도는
바람까지 하얀색으로
물들일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방제 작업을 하는 분들을
배추밭 풍경 속에서 함께할 수 있었다.
추석 전후로 출하를 앞두고 있는
안반데기 고랭지 배추의
작황은 폭염 속에서도
좋아보였다.
우묵하게 파인 지형은
안반데기(안반덕)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안반에 붙는 '덕'과 '데기'는 평평한 구릉지대를 가리키는
강원도 사투리라고 한다.
넓게 멀리 내려다보니 구릉다워 보이지 않지만,
직접 걸어보면 널따랗고 평평하게
느껴질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내게는 산비탈이라는 인상이
강하게 남는지 모르겠다.
'산비탈 구릉지대'
이렇게 표현해도 되려나?
일출 전망대로 향하며
노란 속살을 보이고 있는
배추를 가까이서 만났다.
한 달 정도면
푸른 배추들이 트럭으로 옮겨타
이곳저곳으로 여행을 다닐 거라고!
돌밭에서도 굳건히
몸을 무겁게 내린
배추들이 대견스러웠다.
일출 전망대까지 800미터나 되는
(차량을 통제하고 있었지만, 텐트족들이나 다른 차들도
무시하고 고갯길을 넘고 있었다.)
옥녀봉 고갯길을
오르고 또 오른 부자.
간혹 뼛속까지 시원하게 건드리는
고랭지의 찬 바람이
아니었다면
무릎이 나갈 것 같다고 투덜거리던 남편은
우리 모자를 두고
혼자서 집엘 돌아가지 않았을까??
운유길에서의 걷는 재미를 모르고
딴소리만 하던 남편은 아저씨가 다 됐다. 흑흑.
일출 전망대는
이미 텐트족들의 텐트촌이 되어 버린 듯했다.
그나저나 초저녁부터 아침까지
한기가 밀려왔을 것만 같은 시원함을
이들은 제대로 느꼈겠지.
[와우! 안반데기] 카페에서 바라본
안반데기 마을의 배추밭 풍경.
봄에는 감자꽃이 하얗게 물결을 이루고
여름과 초가을엔 배추 향이
안반데기를 물들이는 곳.
진정 구름이 노닐다 가는 운유(雲遊)
마을의 풍경답다.
안반데기 운유길을 걸으며
여름을 무사히 잘 보낸 자신에게 가족에게
고마워했던 시간과 함께 했다.
구름도 쉬어가며 노는 길에서
내 마음을 더 잘 쉬어주고 온 듯싶으이.
나미래의 '시인의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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