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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의 정원이야기 Sep 10. 2018

19. 이렇게 성장하기로 했다,#일요일에는

나미래의 詩詩한 일상 이야기, 아빠와 함께 하면 좋을 것들


<일요일과 부자父子, 나미래>


  일요일은 아침 일찍부터 소소한 일상으로 번잡하다. 나이가 들어가는지 이불속에서 미적거리는 것이 없어졌다. 스트레스가 없는 반증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어려운 일이 생기면 무조건 머리를 싸매고 몸의 활동을 중지시키는 버릇을 키우지 않는 것을 보면 근래 다행이 아닐 수 없다.  


  특별함이 없는 일요일 아침은 휴일이라는 느낌을 오롯이 받질 않는다. 오후 1시의 한글 봉사활동 일정으로 가족들의 아점(아침과 점심)을 준비해 놓지 않으면 마음이 편치 않기 때문이다. 내가 일어나고 두어 시간이 지난 다음에 늦게 일어나는 아들과 남편에게 고맙다. 그리고 그들이 스스로 먹을 수 있도록 지시할 수 있는 간단한 주스와 빵, 시리얼이 있어 이 얼마나 다행인가. 그렇지만 바로 점심을 준비해야 하고 식사를 마치는 것까지 보려면 외출 시간까지는 빠듯하다면 빠듯할 수 있다. 그래서 화장(5분 정도에 끝나는 간단한 화장법을 고수한다.)은 차 안에서 할 때가 대부분이다. 같은 내용을 2년 넘게 반복하고 있는 지라 수업 준비를 따로 하지 않아도 되는 것에 무척이나 감사할 따름이다.


  아들이 초등 2학년 때 일요일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아이가 조금 어리다보니 그곳에 일 년 정도 데리고 다닌 적도 있었다. 외국인들은 아들과 함께 오는 날을 참 좋아했다. 자신들보다 한국어를 잘하는 아이에게 사생활 질문을 많이 하기도 했다. 아들이 보는 책에 관심을 갖기도 했다. 매주 달라진 외국인들이 하는 비슷한 질문 또한 아들은 그게 부담이었나 보다. 책을 읽거나 문제를 풀다가 보면 질문이 많아서 제대로 집중이 안 되기도 하고 쑥스러웠다고. 어느 날부터는 아빠가 출장 때문에 부재중임에도 불구하고 집에서 혼자 학교 과제를 하거나 책을 보고 싶다고 했다.


  여전히 단순하고 평범한 일요일의 시간이 흐르고 있다. 오전엔 번잡한 가족과의 시간, 오후엔 나의 시간, 그리고 아들도 엄마가 없는 오후에는 자신의 자유 시간을 말이다. 단, ‘일요일에 도서관을 가고 싶은데 엄마가 오는 시간에는 도서관 문을 닫을 때다.’라고 말했던 것을 기억해보면 조금은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요즘 들어 남편이 주말에 쉰다. 아들이 일요일 마다 쉬고 있는 아빠에게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아빠에게 도서 대출증을 직접 만들어 줄 것과 도서관을 함께 가자는 요구를 말이다. 불행히도 남편은 아이와 도서관을 다녀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왠지 참 슬픈 문장이지만 어제부로 그 공식이 한번 깨졌다. 앞으로 아들은 일요일에 쉬고 있는 아빠와 도서관을 가자고 할 것 같다. 도서관이 어색한 남편은 회사를 간다고 서두르지는 않겠지!

남편에게 아들의 일기를 공개해야겠다. '아빠랑 도서관에 자주 가고 싶다.'의 글이 커보인다.




시인과 정원

https://brunch.co.kr/@mire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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