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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의 정원이야기 Aug 28. 2018

18. 이렇게 성장하기로 했다, #나의 두 제자

나미래의 에세이, 두 제자에게 일본어를 가르치는 즐거움, 배우는 즐거움.


<나에게 일본어를 배우는 두 제자>

     

  매주 수요일 마다 내게 일본어를 배우고 있는 두 학생이 있다. 초등 4학년인 우리 집 아들과 나와 비슷한 나잇대의 지인이 매주 한 번씩 나의 제자가 되어주고 있다. 작년 11월부터 스터디를 시작했으니 개월 수만도 10개월이 되었다. 그러나 시간적으로 보자면 그렇게 화려하지도 않다. 일주일에 한 번, 한 시간 반 정도의 시간이 이들과 계획하여 시작된 스터디였다. 총 기간 동안 진도에 중점을 더 많이 뒀더라면 책 두 권도 이미 끝냈지 않았을까 싶다.(현재는 ‘NEW すくすく1’을 끝낸 상태다.)     



일본어 공부를 시작한 ‘NEW すくすく1’ 교재                                                                         ,
8월 방학 전, 한 권을 끝낸 ‘NEW すくすく1’ 교재의 목차.


  히라가나도 몰랐고 더욱이 가타카나의 세계에서는 난감함을 표시했던 두 제자. 그들은 이제 일본어 책을 보면서 한자와 함께 적어진 히라가나(정확히는 한자 위의 히라가나를 ‘후리가나’ 또는 ‘요미가나’라 한다.)나 후리가나가 없는 익숙한 한자를 술술 읽어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가타카나의 세계에도 재미를 붙이는 듯했고(일본에서는 일상생활에서 가타카나를 많이 사용하고 있는 점을 강조했다.), 심지어 선생님의 질문에도 놀라지 않고 문장을 만들려 애를 쓰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선생님 입장에선 참 아름다운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아들의 초등학교 여름 방학 무렵, 일본어 수업도 함께 3주간의 방학을 맞이했다. 한 번의 긴 쉼을 통해 계속되는 학습 스트레스도 없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거기에 하나를 덧붙인다면, 방학 동안 공부만 하고 있는 것도 방학에 대한 예의는 아닌 듯하다는 제자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던 것이다.


  일본어 수업을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이들이 일본어 실력을 올릴 수 있게 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첫째, 내게 배우는 학생 둘의 나이 차이에 있었다. 십 대 아이들이 두 명이었다고 생각했을 때 과연 나는 꾸준히 이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었을까를 생각해 보았다. 답은 ‘아니다.’이다. 움직임이 많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어린아이들을 통제하며 뚜렷한 목표 의식이 없는 제2 외국어를 가르친다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맞다. 아들도 그랬다. 평소 집중력이 좋다고 하지만, 어른들이 가볍게 소화하는 집중력을 쉽게 따라 올 수만은 없었다. 물론 엄마가 선생님이 되어 일본어를 가르친다는 것으로 의기양양해진 탓도 없진 않을 것이다. 자신의 사생활을 다 알고 있는 엄마에게 학습 이외의 대화로 빠져나가는 모습을 많이 보았기에 더욱. 그러나 함께 했던 어른이 서두르지 않았기에 아들의 다소 산만한 분위기도 이해해 주었다. 나의 애로사항을 알고 아이를 함께 달래면서 즐겁게 호흡을 맞춰준 어른 한 명이 있었기에 우리는 이렇게 오래 할 수 있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겠다.


  둘째, 이들에게 돈을 받지 않았던 지식 나눔에 있었다. ‘아들에게 일본어를 가르친다면 그 첫 번째 선생은 내가 되고 싶었다.’는 말을 어느 글에서도 남긴 것 같다. 아들은 언제 어디서든 내가 무료로 가르칠 수 있다지만, 아들이 나의 정식 학생이 되었을 때, 일본어를 가르치기는 쉽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았다.(흥분되고, 엄마의 입장에서 아들을 바라보려는 시각의 행태를 알기에.) 때문에 함께 공부할 사람이 필요했다면 필요했던 상황이었다. 다행히 초등학교 4학년 아들과 함께 공부할 의사가 있는 지인이 섭외가 된 것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지인 선생님은 무료로 이렇게 공부해도 되냐고 늘 배려에 가득한 말을 해주지만, 오히려 내 아들과 함께 공부해준 그것만으로도 돈은 다 받은 거나 다름없다고 생각했다. 


  셋째, 이 둘이 갖고 있는 한자 능력에 있다. 이들의 한자 실력에는 거침이 없다. 지인 분은 이미 오래전에 한자를 아주 좋아했던 사람이었고, 아들은 한자 3급을 준비하고 있을 만큼의 나름의 실력을 갖추고 있는 조건이었다.(원래 계획에서 아들이 한자 4급 이상을 취득했을 때 일본어를 시작하려는 계획은 무리가 없었다. 더불어 지인 선생님이 한자를 잘 알고 있었던 것은 한자를 강조해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최고의 수확이었다.) 일본어 한자 중 약자의 특징도 빨리 파악하고 습득하는 것을 보면 한자의 지식 배경이 일본어를 배우는 데 상당히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이 둘을 보며 느끼게 된다. 일본어 회화만 잘 하고 싶다고 하여 한자를 피해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면 그것은 오산이다. (이 부분은 글을 쓸 때나 가르칠 때 꼭 강조하는 대목이다.)결국은 한자까지 실력을 갖추고 있어야 오랫동안 즐겁게 학습을 이어가게 하는 동기부여가 된다는 것을 감히 말하고 싶다.  


  넷째, 수많은 복습과 예습에 목메지 않았다. 최대한 일본어 수업 시간에 단어와 문장의 감성을 익혀 가자는 것이 나의 가장 큰 목표였다. 특히 아들에겐 더욱 그랬다. 여러모로 여러 학습이 과중되며 스트레스받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숙제와 예습은 결코 그들에게 쥐어주지 않았다. 단, 수업이 끝난 후부터는 학습했던 단어를 뱉어놓고 틈틈이 아들이 주워 먹기를 기다렸다. 부담스럽지 않게 반말과 존대어를 섞어가며 풀어놓는 일본어가 귀에 익숙하기를 바라면서 말이다.(이것도 부담일 때는 아들이 스스로 거부하기도 했다.)


  결국 이렇게 많은 이유들이 이들의 일본어 실력 향상에 바탕이 되었지만, 다른 무엇보다 '꾸준한 스터디 모임 결과'였다고 본다. 아들이 힘들어했던 시기도 물론 있었다. 여러 일정과 겹쳤을 때 그 사이에 시간을 만들어 낸다는 것도 쉽진 않았다. 복습을 하지 않으니 수업 시간마다 헤매는 것도 예삿일이었다. 성인 대상의 일본어 회화와 시험 과목을 가르쳐본 나의 경험으로 초등학생 눈높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문법 용어를 이해하는 것도 힘들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매주 우선은 즐거움으로 반갑게 만나 수업을 한다는 인상을 주었던 것. 수업 과정에서도 서로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것이 자연스러운 일본어 학습 환경에 탑승을 한 계기가 되어준 듯 싶다.


앞으로 다음 방학 때까지 이들의 행보가 기대되는 것은 나 혼자만의 생각인지.


지난 5월 스승의 날 무렵, 함께 스터디를 하고 있는  지인 분이 수강료를 대신해 보답하고 싶다며 대접해 준 회 정식.


*일본어를 가르치며, 학생이 배우는 과정을 가까이에서 보고 언어가 커가는 성장을 기록해 가고 있습니다.




詩詩한 이야기 속으로

나미래의 시인의 정원



https://brunch.co.kr/@mire0916/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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