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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의 정원이야기 Mar 18. 2019

한국어4. 마이크 강의

나미래의 詩詩한 한국어 강의 이야기,


날이 풀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 2월,


일요일엔
한국어 교육
봉사하는 즐거움!

날 풀리면
아지랑이
날아오르듯

일하는 학생들
가벼운 발걸음
되려나?


이라는 글을 메모해둔 적이 있었다.

  

2019년 2월 17일, 한국어 토픽1 강의 시간, 사단법인 나눔과 비움.


  지난 겨우내 5-6명 정도의 외국인들이 나의 강의실 문을 두드렸다. 한국어 토 시험1 수업을 들으려는 일요일 오후의 풍경은 추위 속에서 조금은 허전했다고 할 수 있다. 날이 풀리는 2월 말이 되어가자 입소문을 타고 하나 둘 다시 강의실로 찾아오기 시작했다. 한국어 토1 수업이라고는 하지만, 한국어 교육 초급에 가까운 강의이니 초급자들은 강의의 맛을 한번 보고 판단하고자 함이 분명했다. 한두 번 강의에 나와 다시는 나오지 않는 외국인들도 대다수이기도 하다.



2019년 2월 19일, 한국어 토픽 강의, 사단법인 나눔과 비움.



  사단법인 나눔과 비움에서 일요일에 두 시간씩 하게 된 한국어 강의가 벌써 3년째가 되어간다. 초등학생 자녀가 있는 나로서는 일요일 봉사활동의 어려움을 어느 순간 느낄 수밖에 없었는데. 때문에 강의에서 배제시켜줄 것을 몇 번 요구했지만 그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사이 센터의 소장님으로부터는 평일에 몇 번 있는 대안학교 한국어 강의를 소개받기도 했다. 또한 현재, 시립아동지역센터에서 한국어 강의를 할 수 있도록 힘을 써 주기도 했다.


2019년 3월 10일 한글교실 개강식, 사단법인 나눔과 비움.


  자신이 몸담고 있는 기관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선생님의 노고를 인정해주고 유관기관에 우선순위로 추천해주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모습이다. 나는 그런 소장님이 연결해준 인연의 끈을 ‘낙하산 인사’라며 주변에 말을 흘리곤 한다(사실 나는 어릴적부터 어른들에게 인기가 좀 많았다.). 그런데 그 말을 내게 듣던 어른 지인 한 분이 “나 같아도 너를 뽑을 것 같아. 강의 잘하지! 스타일 좋은 너에게 강의 추천을 먼저 하겠네.‘라는 응원의 말을 덧칠해주기도 했다.

 


2019년 3월 17일 한국어 강의, 사단법인 나눔과 비움.



  그나저나 어제의 강의는 정말 신명 났다. 학생들이 20명 가까이 되어 넓은 강의실로 자리 이동을 했던 것은 내가 이곳에서 강의를 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널따란 강의실에서 마이크를 써보면서 강의를 하게 되다니. 나의 생생하고 나근나근하지 못한 목소리보다 마이크에서 꼬이는 목소리를 마음에 들어하는 것을 어찌 아셨을꼬. 대학 교수나 유명 인사의 강의는 조금도 부럽지 않았다. 지금까지 무료로 나눈 덕에 3월부터는 강의료도 받게 되었으니 이 또한 복된 소확행(소소하게 확실한 행복)이 되어주지 않을까.  




  봉사든 뭐든 대한민국의 ‘외국인 대상 한국어 교육계’에서 한국어 강의 따기가 하늘에 별 따기라는 소리가 있을 정도다. 구애를 애타게 해도 시원찮을 판에 나는 기관의 관계자들 앞에서 면접용 시강을 무척이나 싫어하는 편이다. 합격하기 위해 나의 본연의 성격을 감추는 얌전한 시강은 사뭇 어울리지 않은 옷을 입은 듯 얼어붙게 만들기 때문이다. 혹여 사투리 억양이라도 나올까 지레 겁이라도 먹게 되는 소심함이 발동한다.


  수업을 몇 번 해가면서 반 학생과 분위기에 맞는  강의 모습을 찾아가는 대기만성형의 강사자인 나. 일본어나 한국어나 강의의 초심 자세는 변함없다. 욕심도 없다. 그래서 도전하지 못하고 지금까지 난다 긴다 하는 기관의 강의를 맡는 행운이 없었는지도. 작은 기관이지만 꾸준하게 나를 믿고 낙하산 인사(?)로 자리를 먼저 알아봐 주는 소장님에게 감사함을 먼저 전하며.







https://brunch.co.kr/@mire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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