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인의 정원이야기 Apr 25. 2019

철 지난 특이점

나미래의 詩詩한 여행 이야기, 2월 초봄 제주도 여행에서



  “엄마, 제주도 여행 때 택시 사연 간단하게나마 글로 남겨놓는 것이 어때요?”


  라며 글쓰기를 종용하는 아들은 그때의 엄마 표정을 흉내 내기 바쁘다. 어느새 그 새삼스러운 추억이 기억 저편에 자리 잡아버린지 이미 오래전. 여행지에서 메모해 두었던 글을 다시 정리하지 않았었다면 잊고 있었을 그 사연을 말이다.


  봄을 만나러 갔다 그 속에서 혹독한 겨울을 다시 만나고 왔던 곳. 그 여정 속엔 유채꽃들이 서로 먼저 하늘거리고 있었던 산방산 주변과 새하얀 눈이 흩날린 봄 속의 겨울 새별오름, 바람의 왕국 서귀포 모슬포항을 품 안에 넣었다. 무엇보다 바람에 아팠던 것이 가장 큰 특이점이었던 이른 봄의 제주였다. 모슬포항에서는 우악스러운 바람에 두 모자가 선착장 바닷가로 직진을 할 판이었다. 특이한 우럭 정식을 맛 보여주었던 그곳  식당 사장님은 모슬포항을 이렇게 표현해 주었다. ‘겨울에도 영하로 떨어지지 않는 곳이지만 바람이 제일 거센 곳.’이라고.



통으로 튀긴 우럭 한 마리에 양념장이 올려진 우럭 정식. 양념장에 조미료 맛이  많이 느껴지긴 했지만, 뼛속까지 들어간 듯한 장맛을 음미하며 뼈까꼭꼭 씹어 먹는 맛이 일품이었다.


(좌)산방산에서 내려다본 서귀포시의 모습과 (우)웅장한 산방산의 바위.



  어깨가 움츠려든 2월 초봄의 제주 여행을 마치고 택시를 잡아 제주항으로 향할 때였다. 택시 기사님은 현 시국의 정치와 경제 상황에 무척이나 관심이 많으신 듯해 보였다. 특히 제주도 억양이 아닌 다른 지역의 사투리(여기서는 정확히 밝히지 않겠다. 지역의 호불호를 따지는 문제가 아니니.)였다는 것을 적어도 방언과 한국어에 관심이 많은 내가 아닌 그 누구라도 금방 알아차릴 정도였다.


  내가 지금까지 탔던 택시 기사님들은 어떤 정치색을 가졌더라도 ‘어디에서 오셨느냐?’, ‘제주의 좋은 점’, ‘제주의 추천지’ 등을 중립적으로 말해주는 분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이 기사님은 ‘외국인들의 불법 체류와 난민’ 등의 이야기를 먼저 꺼내기에 바빴다. ‘불법 체류자와 난민들을 도와주느라 우리 세금은 또 얼마나 많이 올랐는지 특히 현 정부에 들어서!'라며 단언하고 성토를 하는 거였다. 이후 그분의 말에 각종 응대어로 대꾸도 하기 싫어졌다. 가볍게 주고받은 이야기에서 갑자기 '특히 이 현 정부가 문제다.’며 흥분을 내게 하는지 바로 말문이 막히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부터 말을 섞어봤자 그 기사님의 기분이 처음처럼 돌아오지 않을 것같이 보였다. 나는 창문을 의지하며 아무 말도 않고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런 나를 아들은 유심히 쳐다보고 있었던 듯.


  “엄마, 그때 어땠는지 아세요. 엄마, 그전까지는 그 기사님 말을 받아주고 하다가 ‘특히 이 현 정부가 문제다.’고 하니까 엄마가 대답도 안 하더라고요. 엄마가 싫어할 때, 말하기 싫을 때 하던 얼굴 표정 제가 봤잖아요. 완전 티가 팍팍  났어요.”란다.


  집에 돌아와 남편에게 제주에서의 택시 안 풍경을 아들이 재현해 낸다. 그러자,


  "저 문빤데요. 하지 그랬어. 그러면 바로 말이 멈추지 않았겠어."라면서.


  우문현답이다.

  택시를 타기 직전에 먹었던 그 아름답고 기가 막혔던 용담동의 초밥을 택시 기사님 덕에 잊고 있었다니.


(좌)제주공항 근처 용담동의 '고수초밥'의 초밥 클래스에 눈이 즐겁다. (우)모슬포항 근처의 식당가 '우럭 정식'



택시 기사님

도담하게 드러난 한숨이
택시의 공기를 들이마셨다
시사 보고의 희망을 노래하다
마장스러운 말문이 막힌다
새까만 거품이 이는
그 입속의 문법에 고개 돌려
기사님 대신 창문 안을 탓한다

나미래


*정치 성향의 댓글은 사양합니다.


<2월 함께한 제주도 여행>


https://brunch.co.kr/@mire0916/352


https://brunch.co.kr/@mire0916/354





https://brunch.co.kr/@mire0916



매거진의 이전글 시베리아 횡단열차 여행2, #열차표, 예매 성공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