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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의 정원이야기 Feb 19. 2019

섭지코지, 유채꽃은 바람에 흔들릴 뿐이었다

나미래의 詩詩한 여행, 나는 아들과 여행한다2-2



나는 아들과 여행한다2-2
제주도 섭지코지(2019.2)

유채꽃은 바람에 흔들릴 뿐이었다


  섭지코지의 유채꽃을 보러 가잔다. 렌터카를 인수받고 아들이 가장 먼저 제안한 장소로 가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화려하게 계획을 세우지 않았으니 남는 것은 제주도에 입도한 우리들의 따사로운 오후 나절의 시간뿐이었다. 물론 나도 찬성이었다.   


  이번 제주도 여행에서는 많고 특별한 계획을 빼곡히 넣어오지 않았다. 그저 봄이 오는 길을 따라 걷고, 공기를 만나고, 바다와 꽃을 보고, 제주의 맛을 먹었으면 했다. 유채꽃을 볼 수 있었으면 했고, 제주도에서 더 남으로 내려가 매화꽃을 만날 수 있다면 하고 바랐다. 제주공항 근처 렌터카 회사(용담2동에 있는 레츠고 렌터카 회사는 제주에 갈 때마다 찾는 단골 회사다. 이번엔 5만 원이 되지 않은 가격에 보험료를 포함해 렌트를 할 수 있었다.) 차로 한 시간 남짓하게 걸리는 동쪽 해안선을 따라 드라이브를 하잔다. 아들은 이렇게 엄마의 여행 스타일을 제법 맞춰주는 센스를 지녔다(그렇지만, 쇼핑만 나가면 오래 기다리지 못하는 남자 아빠와 판박이가 된다.)





  바람의 언덕으로 대표되는 섭지코지는 우리 모자에게 제주도에서 첫 번째 여행지가 되어준다. 그곳 근처에 다다르면 흑돼지 삼겹살을 파는 고깃집에 들러 요기를 든든히 채우는 것도 잊지 않은 채.


  바람 길을 타고 10여분을 오르다 보니 노란 유채 꽃밭이 눈에 들어왔다.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 카메라의 뷰가 좋은 곳이라는 것을 짐작하게 했다. 섭지코지의 유채 꽃밭은 인당 천 원 한 장을 내지 않아도 되는(제주도는 사유지로 유채꽃을 키우는 곳이 많다. 대부분 돈을 받는다.) 마음 넉넉한 곳이다.


  봄을 아프게 하지만 겨울을 위로해야 하는 2월 섭지코지의 갯바람. 그 바람 값만 웃돈을 올려 지불해보자. 그리고 고개를 올려 파란 하늘을 두려워하지 말아 보자. 그렇다면 분명 넓고 가파른 기암절벽의 풍경으로 눈은 호사를 누릴 것이다. 그리고 유채꽃이 화사한 사진 속에는 우악스러운 바람은 자리를 살짝 비켜줄 것이다. 지나고 나면 바람도 기억의 한 자리에서 여행의 즐거움이 될 터이니.


  바람의 세기가 너무 아파서일까 유독 바람의 언덕 섭지코지 탄생 유채꽃은 앙증맞은 크기를 자랑하고 있었다. 아들은 세상 너른 푸른 공간을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뛰어다니고 있었다. 우리는 그렇게 긴 터널 안에 봄을 넣고 있었다.


 



<사이> 나미래


바람 동굴 속

갯쑥부쟁이

마른 보라로

살아남았다


겨울과 봄


유채꽃이

그림자 만들어버린

노랗고 푸른

가을 야생화


살터 사이




  나미래의 다른 계절 섭지코지 시와 여행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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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래의 詩詩한 여행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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