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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의 정원이야기 Feb 20. 2017

詩섭지코지_나미래

나미래의 여행 이야기_제주도의 방언이 되어버린 예쁜 말 섭지코지


섭지코지에는 붉은 화산재인 '송이'가 바닥을 지배했다.
섭지코지의 정상, 멀리 등대와 선녀바위가 보이는 바람의 언덕. 햇빛 속에 칼바람이 섞였다.


섭지는 ‘작은 땅, 좁은 땅’이라 한대 

한자 협지(狹地)의 발음이 ‘섭지’가 되었다는 설

코지는 ‘곶’의 제주도 말이고

붉은 화산재는 ‘송이’라네


이 모두 제주의 방언

아름답고 예쁜 한국어의 사전 집 같다


제주 사람들이 만들어낸,

제주 사람들이 발음해 버린 그 언어

섬이라서 도망가지 못했다

섬이라서 고쳐주지 않았다

발음하기 쉬운 우리말


봄꽃은 언덕의 바람과 포개져 꽃잎을 떨구고

살아가는 법을 알아버렸다

몸부림 속에 그들이 맞는 봄바람


먼 바다를 풍경 삼아 코지(곶) 아래

기암괴석은 해안선을 따라 추위를 견뎌내고 모여 앉았다


붉은 화산재 위 노란 유채꽃

고개 올려 성산일출봉의 그림을 가슴에 품고 있겠지.


<섭지코지, 나미래>




섭지코지에는 사유지가 아닌 유채밭이 넓게 펼쳐졌다. 멀리 성산일출봉이 한눈에.
선녀와 용왕신의 아들 간의 못다 이룬 사랑의 전설이 담긴 촛대 모양의 '선돌바위' 는 '선녀바위'라고도 한다.
기암괴석과 자잘한 현무암들이 섭지코지의 곶 해안가에서 바람을 맞고 있다.
바람 때문에 가던 길도 멈추게 했던 섭지코지. 제주도가 바람이 많다는 곳으로 다시 한 번 확인했던 곳.
조선시대에 봉화를 올렸던 연대가 유채밭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사람들이 밟아버린 유채꽃이 거친 바람에 더욱 일어설 줄 모르는 듯.


바람으로 모든 것을 저울질했던

섭지코지의 오름.


바람이 바다를 먹고,

바람이 풍광을 먹고,

바람이 몸을 날리고,

바람이 유채꽃을 춤추게 했고,

바람이 옷 속으로 몸을 묻게 했습니다.


이틀 전에 불어대던 그 바람이

제주의 공항의 하늘길과 뱃길을 막았다는 기사를 봤네요.


겨울바람이 주춤한

진정한 봄이 오면,

열기가 솟아오르는 여름이라도

이 바람이 아닐 때 다시 한번 찾고 싶습니다.


2017.2.16-2017.2.18, 제주도

여행과 시가 있는 나미래의 메모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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