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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의 정원이야기 Apr 03. 2020

16. 왜 우리 집 정원에서는 식물이 잘 자랄까?

소소정 타운 일기 #16, 나미래의 詩詩한 정원 이야기

 

감나무 아래, 은사시나무를 엮어 화분 받침대를 만들어 보았다. '비덴스', '꽃다지', '마가렛', '몽골사초'가 봄 앞에 나섰다. @나미래.  


나의 취미는 식물들에 물을 주는 것이다. 가~끔이 아니라 자주 주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가 될 때가 많다. 아파트 생활을 할 때부터 말려서 죽인 화초보다 물을 많이 줬다가 죽은 녀석들이 상당하다. 그러니 마당이 있는 곳으로 와서는 물을 좋아하는 나무나 화초들로 정원 안에 가득 채우고 있다.    


뜰에서 날아오는 봄은 기분을 참 설레게 한다. 포슬포슬하게 두터운 흙집을 걷어내는 땅의 계절이 눈앞에 놓여 있으니까. 정원에서는 일찌감치 존재감을 드러내는 녀석들이 있다. 해를 넘긴 야생화 뿌리의 새싹과 언제 흩어졌는지 기억 속에 데리지 못한 꽃씨들이 가족을 늘리고 있는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무뚝뚝했던 겨울나무들에게서 봄을 읽고 있자면 눈빛이 말을 하고 싶어 설레발을 치고 만다.



앞뜰에는 DIY로 만든 목재 인테리가 설치되었고, 뒤뜰은 벽돌로 올린 가림막에 오래전부터 함께 자라온 '수국'과 '베르가못'이 싹을 충실히 틔우고 있는 중이다. @나미래.


내가 살고 있는 타운하우스에는 봄이 더 가까이 와있다. 그 봄 속에 단지의 주민들은 자신들의 정원을 가꾸기에 여념이 없다. 그들의 얼굴 표정은 ‘세상은 우리 마당을 중심으로 돌아간다.’라는 감정으로 몰입하는 것 같다. 명품에 특별한 관심보다 각종 식물들의 빛나는 생육에 반하며, 작은 생명에도 눈빛이 심하게 흔들리는 것을 가감 없이 표현하는 사람들이다. 물론 나 또한 마찬가지다. 아침에 일어나 저녁에 잠이 들 때까지 몇 번이나 말을 걸고 눈빛을 교환하고 웃어주는지 셀 수가 없다. 그렇다. 정원의 생명들은 내 우주 속에 함께 살아가는 존재 가치가 분명한 녀석들이다.

 


안쪽 넝쿨 아치에는 '줄기 장미'가, 울타리에는 분홍꽃이 필 '찔레'가 한창 잎을 불리고 있다. 곧 5월 초가 되면 분홍과 빨강이 이곳을 가득 채워낼 것이다. @나미래.


코로나19가 한국을 단체로 강타했던 3월 초, 꽃샘을 뒤로하고 피어난 크로커스에 위안을 삼았던 기억이 강하다. 밖으로 나가는 일들을 멈추기 시작했던 시기이기도 했다. 하던 일을 멈추고 정원을 바라보니 계절을 나는 식물들의 움직임이 더 또렷하게 보였다.


가을 게의 거름이 부족했는지 부추처럼 자라는 수선화를 보며 다시 공부를 해야겠다고 다짐을 했던 일도 있었다. 매발톱은 해를 넘기는 뿌리와 씨앗의 발아가 강직한 번식력을 지녔다. 그렇기에 정원을 장악하는 민폐를 지니기도 한다. 그렇지만, 장미의 꽃잎 라인보다 곡선이 아름다운 잎과 오래가는 꽃을 보고 있으면 대견스럽지 않을 수가 없다. 봄이 되니 겨우내 왕성하고 불콰했던 남천은 색감을 털어내고 있다. 무엇보다 색깔이 미묘하게 변하는 남천은 자세히 낮게 봐야 매력적이다.


수돗가 근처는 습하기에 물을 좋아하는 '붓꽃', '하얀 앵초', '베르가못','삼색조팝'을 배치했다. 뒤뜰 울타리 아래 벽돌에는 다양한 색의 송엽국이 피어나고. @나미래.
'매발톱'은  화산석 사이에서 몸을 내어놓았다.'크로커스'는 2년 전, 화분에 먼저 심었다 노지로 옮겨 심은 녀석이다. 올봄 정원에서 꽃봉오리를 가장 먼저 올려주었다. @나미래

  

 3년 동안 줄기를 자르지 않고 기르던 클레마티스에게도 올봄 변화가 일어났다. 큰 꽃을 잉태시키면서  노회한 클레마티스(큰꽃으아리)줄기는 어디에서 끊어져 죽었는지 살았는지 감이 잡히지 않을 정도로 얽히고설킨 모습이었다. 화원의 사장님은 줄기를 그대로 두면 각자의 움의 자리를 만들어 낼 거라 했지만(실제로 2년 정도 멋진 꽃을 볼 수 있었다.) 2월 중 과감하게 몸통 길이 100센티 정도를 남기고 가지치기를 해버렸다.


'클레마티스'를 100센티 정도의 키를 남기고 가지를 쳤다. 올해는 어떤 분위기로 꽃들이 피어날지 기대가 된다. '마사요', '5월의 신부', '녹턴'을 기다리며! @나미래.


꽃들만의 변화는 아니다. 앞마당에는 좁은 정원에 채소 플랜트를 높게 만들어 남천 뒤의 자리에 배치시킨 것은 신의 한 수였다. 단지 분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라며 칭찬을 해준 덕에 직접 못질을 한 남편이 흐뭇해하고 있는 듯도 하다. 이 플랜트의 가장 큰 목적은 햇볕이 오래 드는 곳을 빈 공간으로 그냥 두는 것은 장소에 대한 예의가 아니어서였다. 또한, 눈이 즐거운 곳에서 금방 뜯어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관상용으로도 활용할 수 있어 일석이조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장소가 되지 않았나 싶다. 무엇보다 야채가 꽃이 되어준 청량한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앞뜰에는 채마 플랜트에 '상추', '쑥갓', '치커리'의 모종과 씨를 뿌려두었다.  뒤뜰에는 댕댕이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이다. @나미래.
왼쪽 채마 플랜트 다리는 단지 주변에 벌목하고 버려진 은사시나무를 주워나 활용해보았다. 3월 내, 플랜트를 짜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던 남편. @나미래.


뒷마당에는 3마리의 댕댕 이들이 꽃밭을 짓이겨 놓지 못하도록 벽돌담을 올렸다. 담을 쌓고 난 후 남은 벽돌을 이용하여 흙의 유출을 막는 용도로 정원 테두리를 둘러보았다. 구멍이 뚫린 곳에는 통통하게 살이 올라 꽃잎을 활짝 피울 송엽국과 동글동글 바위솔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채마밭은 나무 플랜트를 만들어 틀을 잡아 주었고, 뒤뜰은 댕댕이들이 정원을 건드리지 않고 놀 수 있도록 벽돌을 올렸다. 벽돌 위의 작은 구멍에는 다육 송엽국을 심어두었다.


우리 정원 화단에는 몇몇의 다육을 제외하고는 물을 좋아하는 녀석들로 가득 차 있다. 오전부터 정오를 한참 넘긴 시간까지 양껏 해를 받는 동남향의 앞마당에는 작약, 목단(모란), 애기사과나무, 대추, 감나무, 히어리, 찔레꽃, 울타리 넝쿨 장미, 오스틴 장미, 고려 담쟁이, 붓꽃, 매발톱, 앵초, 베르가못, 크로커스, 목수국, 구절초, 쑥부쟁이, 벌개미취, 남천, 삼색조팝, 명자나무, 양귀비, 원추리 등이 자라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물 주는 것이 취미인 주인장의 취향에 맞춰 구성된 식물들이기도 하다. 우리 집에서 식물이 잘 자라는 이유지 않을까 싶다. 마을 주민들이 오가며 예쁘다 한마디 걸어주는 그 마음도 열심히 잘 받기에 더더욱.



물 주는 게 취미인 나는 수도가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왕왕 옮긴다. 자주 밟다보니 늘 잔디가 살아나지 못한 아쉬움을 몽돌을 넣어 길을 만들어 보았다.
'작약'이 쑥쑥 자라고 있다. 하얗게 피어날 귀한 송이 꽃봉오리를 기대해 본다. 단지의 어여쁘신 이웃 주민으로부터 받은 아네모네 꽃은 나무 아래 데코를 해보며. @나미래.

  



작년 5월의 클레마티스 정원과 비교해보며 올해 가지치기를 한 클레마티스 생육을 기다려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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