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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의 정원이야기 Dec 05. 2016

詩달팽이가 누웠다_나미래

나미래의 詩와 마당 이야기_가을 단상에서

     
<달팽이가 누웠다>


검은 이슬 먹고 나타나

벗어던진 허물은

가을 채전(菜田)의 답을 풀어낸다

     

하늘 뚫린 가을비 맞고,

서리 이슬 몸으로 적셨지

바스락, 바스락

뒤꿈치 들어 걸어올랐다

     

한 잎 한 잎,

올곧게 벌린 배추잎들 사이

맛집 음식 샅샅이 소화시켰다

     

‘먹으면 다 죽어라우’

농약 집 사장님 무서운 한 문장,

그리고 달팽이가 누웠다

뒤뜰의 안에서

자연 생태계를 유린시켰다

     


<가을 단상>


3주 전, 가을배추와 무를 사다 심었다. 그 사이 달팽이가 몰래 배추 이파리를 씹어먹고 수 없이 달아나기를. 눈에만 띄어라 잡아줄 테다! 했다.



두어 마리 민달팽이를 잡고 난 후, 소문이 났는지 배추 속살이 멀쩡하게 제법 올라오고 있다.
아니 이틀 명절 비바람을 쐰 덕분인가도 싶다.

이 아이들이 정신 차리고 있다. 그래도 녀석들한테 계속 뜯기는 듯한 기분.


추석명절에 친정에 들었다. 달팽이! 억지로 잡지 않아도 되는 명약을 구해왔다. "약 먹으면 다 죽어라우. 달팽이가." 웃긴 여운을 남겨준 그 사장님의 말이 딱 맞았다. 뒷날부터 달팽이들이 흙고랑 근처에서 드디어 드러누웠다.


2016.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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