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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의 정원이야기 Feb 21. 2017

#34여행하는 노트_제주도 봄꽃 편

나미래의 여행 이야기_시를 만난 제주도 매화꽃과 유채꽃



생각해 보면 유독 작년과 올해 겨울은 주인에게 몸과 마음의 추위가 기승을 부리지 않았던 한 해였다.


아이는 겨울 동안 빠른 성장을 하며, 밖에선 자유롭게 많이 뛰어놀 수 있었고, 더 많은 감성을 안게 되었다. 집 앞의 자연을 느낄 줄 아는 밝은 성품의 성장을 봤기 때문일까? 음, 다 맞는 말이다.


또한 무엇보다 겨울의 눈 풍경이 예쁜 앞마당 덕분에 주인에게 겨울은 분명 신선한 즐거움이었다. 주인이 노트에 자주 담아냈던 겨울 풍경은 따뜻한 문장으로 다시 태어났기에 일상이 넉넉한 마음이었 게다.



몇 번의 큰 눈과 영하 10도 가까이 떨어지는 체감 온도에도 겨울이 무섭지 않았다. 이미 지나온 많은 겨우살이와 비교해 보면 추위와 함께 즐겁게 공생하는 생활 습관을 얻게 된 뜻이기도 하니 반갑기까지 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겨울을 계속 끌어안고 있고 싶지는 않았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그 움직임을 적극적으로 찾아보고 표현하고 싶어 졌던 그녀다.




봄의 전령사 매화꽃. 서귀포시의 휴애리 매화꽃 소식을 접했다. 인터넷 서핑을 하면서 알게 된 지역이기도 하다. 겨울 막바지 여행 중에 봄꽃을 볼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 아닐 수 없었다. 아직은 허전해 보이는 꽃잎의 영역이었지만, 몸속에 따스한 물이 흐르는 매화나무 가지에 듬성듬성 꽃잎이 붙여지고 있었다. 우리가 도착한 2월 17일부터 3월 1일까지 라니 보름 동안 더욱 풍성한 꽃잎 아래서 서성일 수 있으리라.




<매화꽃 잔치, 나미래>



가지마다

흰 눈송이

다시 쌓였네


긁적이는 힘은 즐거움이다.


햇살 하나

얼굴 내밀면

꽃 잎사귀 밀어내니


하얀 겉옷

화려히 차려입고

빨간 입술

싱그럽게 물이 올랐네

노란 발가락

봄바람에 수줍다 하네


매화꽃이 하얗게 물들기 시작한 제주도 휴애리자연생활공원.


옹기종기

겨울 가지 붙잡고

잎샘의 숨통이 흐르는

곁가지의 움직임도 노래하고


꽃술의 봄 사랑에

곤충들은 깊은 관계에 빠졌다네

곧은 몸통

초록 이불 위에 자리 깔아

엽록소의 보고를 만들고 싶다 하네


https://brunch.co.kr/@mire0916/88




풍성한 꽃을 보고자 함보다 그녀는 그저 계절의 변화가 반가웠다고 말하고 싶었다. 어쩜 그렇게 말하고 싶었던 것들을 문장으로 만들어 노트에 채워 넣고 싶었는지 모른다. 올해는 작년 9월부터 써온 귀한 그녀의 노트. 그 노트 한 장 찢어 버리지 않는 것을 작은 목표로 삼았고, 남의 글을 옮기기도 하고, 주인의 글을 정리해주는 노트에서 작은 힘을 계속 받기로 해본다.



이번 제주도 봄꽃맞이 여행에서는 길거리 도로변에서 만난 유채꽃이 강한 인상으로 남았다. 사유지였기에 한 사람당 돈을 원씩 지불하는 약간의 불편함도 있었지만, 그곳을 관리하는 사람들에게 드리는 따뜻한 차 한 잔의 값이라고 생각하니 '너무하네.'와 '뭐 당연한 거 아냐.'라는 사이에서의 잠깐의 생각이 재미있기까지 했다. 도로를 달리다 발견하게 됐던 꽃밭의 자연스러운 이끌림에 웃음으로 받아내는 여유도 필요할 것 같았다.




<성산, 유채꽃>


까만 돌담 두른 유채 밭에 유채꽃이 봄 고리를 둘렀습니다

미로가 되어버린 사람들의 발자국 길을 이방인들이 따라 걷네요

우리와 함께 봄꽃 찾아 날아든 나비와 그의 사촌, 오촌들도 날개를 꿈틀거립니다

노오란 꽃잎 입술 봄 햇살에 기대에 꽃 파도에 너울거려요

바람이 오가는 얼기설기 돌담 앞 키재기 책걸상이 색옷을 입었고요

유채 밭 너머엔 하늘의 거울 바다를 품었네요

먹구름의 진통이 예상되는 비 소식이 설핏 반가움으로 전해지겠죠

노란곱습머리 바람 따라 몸을 푸니 성산에 흩날리는 봄을 잡습니다.  


성산읍 도로변의 사유지 유채꽃
섭지코지 유채밭에서 바라본 성산일출봉. 3월과 4월이 오면 더 풍성한 잎과 꽃으로 터를 키우리라


https://brunch.co.kr/@mire0916/86



2017.2.16-2.18, 제주도

여행과 시가 있는 나미래의 메모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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