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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의 정원이야기 Feb 21. 2017

#33여행하는 노트_바람과 바다 편

나미래의 여행 이야기_바람의 섬 제주도! 그 겨울 너머 봄의 대화는

제주는 강풍에 봄이 잡혔다.

눈과 바람이 시샘하는
초록초록 제주는
바닷바람의 성지!



제주도는 어느 한 계절을 염두에 두지 않고 불쑥 찾아가도 설레는 곳이다.  계절마다 독특한 바다 향기와 색감, 그리고 내륙의 풍광을 전해주는 제주는 그녀와 그녀의 노트를 무척이나 반겼다.

                                          


2월의 여행은 뱃길로 떠나온 주인의 가족여행이었다. 그녀의 가족과 함께 문학 노트도 제주도 봄꽃맞이 여행을 시작했다. 그녀에겐 무언가 긁적일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다. 친정 엄마의 병간호로 두어 달 조신한 가정주부의 생활은 조금 답답했다.



주인의 10살 아이가 아빠와 협업이 잘 이루어진다면 가능하지 못할 것도 없었다. 그녀의 남편에게는 "나에게 노트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달라."라고 협상하는 소리를 들었다. 아이를 더 잘 케어해 달라는 소리였다.


영상 18도까지 올라간 주인의 제주도 가족여행 첫날. 촉촉하게 봄비를 적시던 두 번째 날은 곧 바람을 몰고 나타났다. 눈을 크게 제대로 뜰 수 없었던 바다의 바람은 그녀의 핸드폰과 노트를 들썩거리게 했고, 아이의 가벼운 몸을 날려 보낼 것 같은 매서움 그 자체로 호기로웠다.


함덕해해수욕장, 바다는 즐겁다.

노트의 여행은 녹동항(전남 고흥군 녹동읍 소재)에서 제주로 가는 남해고속카페리호의 바다 위에서 시작되었다. 주인의 친정 집에서 10분 정도의 지근거리에 있는 항이지만, 오전 9시 출발이니 한 시간 전까지 선적할 차를 데리고 가야 하는 마음이 급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급했지만 그녀는 지갑과 노트를 잊지 않았다. 핸드폰 메모장에 긁적이면 더욱 경제적일 것 같긴 하지만, 그녀는 그래도 노트를 좋아했다. 펜으로 글이 감기는. 그 여백의 채워짐을 행복으로 먹고사는 주인. 배 안에서 포켓몬을 잡는 놀이에 빠져 있는 두 남자들과 떨어져 '남도의 뱃길'이라는 시가 탄생했다.



녹동-제주 간의 운항 정보를 알려주는 남해고속카페리호.

남도의 뱃길


윤슬이 수다 떠는

태양 아래 바다의 광장

남으로 남으로 봄맞이 여행


세월호의 잔 기억 속에

구명조끼 확인하는

마음 소리 나를 건드리네


오전 9시 출항 전 녹동항의 모습.

 

아지랑이 먼 바다

바다의 꿈이 꿈틀거리고


봄 물결 동무 맞는

섬들의 능선이 간지럽다

 

탐방 후나, 자유시간이 있을 때 메모나 시어를 적어내는 것.


봄 향기에 취해

남도의 뱃길에 숨어 있는

대쪽같은 칼바람이

얼굴을 돌려

상활한 길을 열어준다.




https://brunch.co.kr/@mire0916/84


앞서도 밝혔지만, 주인의 이번 제주도 여행은 매화꽃과 유채꽃을 보기 위한 봄꽃맞이 여행이었다. 그러나 가장 먼저 일정을 잡았던 곳은 꽃밭이 아닌 바로 바닷가였다. 6년 전쯤, 그녀의 아이가 네 살 무렵이었을 때, 함께 거닐었던 함덕해수욕장을 먼저 찾은 것을 보면 귀소 본능이 분명 발동하는 듯했다. 많이 흥분이 되었을까? 노트는 주인의 손에서 잠시 멀어졌다. 모래와 파도를 벗 삼아 놀고 있는 아이의 모습을 그녀의 눈 속으로 채워 넣기 바빴기에. 이곳 외 칼바람에 지치지 않고 봄과 거친 파도가 인상적이었던 김녕해수욕장을 방문했던 것도 그녀의 아들과의 추억 보따리를 조금이나마 풀고 싶었던 터였다.


첨벙 빠지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아~맞아. 아직 추워! 함덕해수욕장의 바다의 색감에 황홀한 미소를 지으며.
고운 모래를 건너 바다로 직진 본능을 일으키는 아들녀석은 올해 만 9세가 되었다.


주인은 오래전 힘들어하는 아이 때문에 오르지 못한 성산일출봉 정상을 향해서도 몸을 움직였다. 높은 곳에서 바다가 보이는 곳. 바람을 다 맞을 수 있는 곳. 그리고 염원했던 봄꽃의 주인 유채꽃의 풍광을 달리는 도로변과 멀리서 볼 수 있는 곳. 그녀가 다녀왔던 성산일출봉의 소식은 노트 안에서 문장으로, 또는 시어로 전해 들었다. 일출의 장관을 볼 수 없다면 이우는 해를 벗 삼으리라. 그리고 성산일출봉의 분화구를 배경으로 제주의 칼바람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큰 수확이라면 멀리 보이는 성산읍 도로변에 노랗게 무리 지어 피어있는 유채꽃이 바람의 추위를 잊게 해주었다.  



성산봉


목초 언덕에서 바라본 성산일출봉.

불 고리 살이 터져 올라

바다 곁 섬이 되어버린

화산재의 언덕

성산의 봉


물길 하얀 너울 돌아

바위돌을 감싸고

흐린 바람 달래며

성산일출봉 정상에서 바라본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

보름달 얼굴 정상에선

을 키울

봄비를 기다리네


아흔아홉 개

성벽 봉우리들 둘러앉아

먼 바다의 소식을 나르고

물질하는 해녀 아낙네의

노랫소리 바람따라 소슬진다

숙소에 들어와 일기와 성산의 시를 적어놓으며.

목초 위에

어린왕자네 모자 돌집 쌓아 올려

고깃배 바람 막아주고

물소 머리 모양 우도의 풍광

바다 접시에 올린다.


촐)분화구 내에서 자라는 재래 목초로서 제주 방언이며, 예전에는 땔감으로 사용했다.



https://brunch.co.kr/@mire0916/85


숙소에 들어온 주인은 식사를 준비하지 않고, 뒤처리가 없는 일정이 값지게 느껴진다. 몸을 움직이지 않아도 되는 호텔방의 생활은 그녀가 마음에 들어하는 여행 방식이다. 여행의 맛은 밥을 하지 않는 것이다. 여행을 위해 용돈을, 돈을 아끼면 되는 것이니까. 실상은 노트가 옆에 있어 좋았다. 장수가 채워지는 뿌듯함이 있었다. 그녀는 잔소리와 고집과 자기주장이 없는 노트와의 대화가 좋았다. 노트는 그녀의 글을 받아 적기만 하면 되었으니까.


꽃은 언제 보러 갈까?


2017.2.16-2017.2.18:제주도, 바다 편

여행과 시가 있는 나미래의 메모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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