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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의 정원이야기 Feb 23. 2017

詩나의 죽음을 알리지 마라_나미래

나미래의 여행 이야기_여행길에서 아들과 대화에서 찾아낸 문장


여행은 아들에게 생각의 시간을 주지

엄마도 야단치지 않는 웃음을 더 보이고

네 머릿속에 들어온 정보를 풀어내는 때라는 거야


요즘 역사책을 필사하고 있었어

컴퓨터에 쳤으니 필타라고 해야 하나?

왜 하냐고 물었지?

너의 대답은 단순했어

‘재미있어서’라고


설민석 선생님 강의도 좋아했지

임진왜란 이야기가 많이 나왔던 그때였어

‘명량’ 영화를 보고 거북선을 무서워했던 너

다시 역사 안으로 들어가 사건의

전말들을 알기 시작했어


제주도 여행, 봄꽃맞이 여행

그 속에서 역사의 한 문장을 인용했지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마라’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이다

아이는 고개를 설핏 올리고 헤싯거린다

‘보세요. 보세요. 숨어서 죽었네요.’   


봄이 든 연못가 돌담에 붙어

조용히 생을 마감한 물고기에 바치는 문장이라며.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마라, 나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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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다녀온 제주도 봄꽃맞이 여행에서 아들과 나눴던 대화를 엮어보았습니다. 휴애리 자연생활공원은 매화축제의 시작과 함께 여러 공간들에서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습니다. 봄을 맞이하고 있다는 것을 공원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죠. 이미 제법 자라 오른 수선화도 눈에 띄었고요. 가지마다 팝콘이 되어 가는 매화꽃들의 정체가 궁금하기에 돌아다니고 있었죠.


어느 작은 연못을 지나려고 하는데, 아이와 아빠가 무슨 대화를 하더군요. 피식 웃고 자리를 뜨는 남편을 대신해 아들 옆으로 다가가 봤더니 글쎄 돌담 물가를 내려보며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마라."라며 헤싯거리며 웃고 있는 아들 녀석이었어요. 왜 무슨 일인데 그래?라고 묻는 엄마에게 임진왜란 마지막 전투 노량대첩(1598년)에서 이순신 장군이 남기고 돌아가신 말이라며 굳이 저도 그 정도는 알고 있는 제게 강조합니다.


자리를 뜨며, 임진왜란에 대한 썰을 제게 풀더군요. 가령, 엄마 임진왜란 3대 대첩은 아시죠? (음, 몰래 얼른 핸드폰을 검색하며 같이 대화를 이어가는 저. 한산도대첩(1592년 임진왜란 시작), 명량대첩(1597년, 정유재란이 일어났다. 4년 동안은 휴전이었다고, 노량대첩(1598년)) 띄엄띄엄하는 엄마에게 정확한 연도까지 설명을 붙이는 아들입니다. 역사는 소중한 것이니깐요. 저도 이번 기회에 아들이 읽고 있는 역사 책부터 다시 탐방에 들어가야겠습니다.


큰언니에게 물려받은 오래된 역사책. 두껍게 구성되어 지루해 하지 않을까? 했는데, 보고 있어 다행이다.
올 1월부터 새 노트북을 장만하면서 내가 쓰던 테블릿피시(노트북)을 아이에게 넘겼다. 아이는 역사 뿐만 아니라 여러 관련 책들을 적거나  글을 입력해 두기도 한다.


많은 진척이 보이지는 않지만, 이렇게 시도했다는 자체가 대단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책을 먼저 읽고 나서 그대로 적거나 내용을 요약해서 적기도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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